‘재무통’ 카드 꺼낸 흥국생명…3월 정식 선임 예정
금감원 지적·기관주의 누적에…내부통제 시험대
책무구조도 시행에도 CEO·이사회 의장 겸직 유지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흥국생명이 ‘재무통’으로 평가받는 김형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새 수장으로 내세우며 경영 기조를 재정비하고 있다. 자난해 금융당국의 대규모 ‘경영유의’ 통보와 자본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외형 확대 보다는 관리와 구조 안정에 무게를 둔 선택으로 풀이된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최근 계열사 대표 인사를 통해 김형표 흥국생명 경영기획실장을 차기 회사 대표로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흥국생명이 비교적 짧은 기간 내 CEO를 교체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와 재무 안정성에 대한 리스크 관리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흥국생명 전임 대표는 김대현 현 흥국화재 대표로, 그는 2025년 3월 흥국생명 대표로 취임했으나, 2026년 인사에서 1년 만에 자리를 옮기게 됐고, 신임 대표에 김형표 CFO가 내정됐다.
지난해 말 이뤄진 대표 인사를 두고 업계 평가와 별도로 태광그룹 측은 김대현·김형표 내정자의 전문성을 살렸다는 설명이다.
김대현 대표는 손해보험 업권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보험 전문가로, 1990년 LG화재(현 KB손해보험)에 입사한 이후 KB손해보험에서 경영전략본부장, 경영관리부문장, 전략영업부문장 등을 역임하며 경영과 영업 전반을 두루 경험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본업인 손해보험 영역에서 활약하게 된다.
김형표 내정자는 흥국생명 내부에서 기획·재무·감사 조직을 두루 거친 재무통으로, 1994년 제일생명에 입사해 알리안츠생명 경영지원팀장을 지낸 뒤 2008년 흥국생명에 합류했다. 이후 기획관리팀장, 경영기획실장, 감사실장을 거쳤으며 직전까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무 안정과 경영관리 전반을 총괄해왔다.
그만큼 김형표 내정자의 어깨는 그 어느해보다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규제를 통해 지급여력의 ‘질적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 보완자본 의존도를 낮추고,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손실흡수력이 높은 기본자본으로 요구자본의 일정 비율을 충당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흥국생명은 킥스 관리를 위해 서울 종로구 본사 사옥을 리츠에 매각하고, 최근에는 11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등 자본 여력 보강에 나서 왔다. 다만 이러한 조치들은 킥스 비율 방어에는 기여하지만, 기본자본 확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만큼 기본자본 킥스 규제에는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흥국생명의 기본자본비율은 82.5%로 당국 규제 기준은 충족하고 있다. 그러나 보완자본 비중이 높은 구조인 만큼, 향후에는기본자본 중심의 질적 자본 구조 개선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 성장 축은 건강보험…CSM 중심으로 방향 설정
흥국생명은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한 보장성 포트폴리오 확대를 성장 전략으로 설정했다. 단기 외형 확대보다는 신계약 CSM을 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는 상품군에 자원을 집중해 중장기 수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복안이다.
흥국생명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보험계약마진(CSM)은 2조3528억원, 누적 신계약 CSM은 3870억원으로 집계됐다. 보장성 신계약 판매 확대가 CSM 증가로 이어지며 수익 기반이 점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건강보험 중심 전략에는 부담도 따른다. 건강보장성 상품은 손해율 변동성이 커 예실차(예상 대비 실제 보험금·사업비 차이)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 흥국생명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보험금 예실차는 -631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 흐름 역시 공격적인 확장을 제약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2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보험손익은 1036억원에서 881억원으로 155억 감소했다. 손해율 상승에 따른 보험금 지출 확대가 본업 수익성을 압박한 영향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이 본격 적용되면서 수익성을 떠받치던 상품 구조도 재점검이 불가피해졌다. 향후 손해율 가정 변경도 예정돼 있는 만큼 상품 전략과 언더라이팅(보험계약 전 심사) 정교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 내부통제·지배구조 리스크 누적…확장 전략에 제동
흥국생명은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부담 요인을 안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태광그룹 ‘경영 협의회’ 운영 과정에서 흥국생명이 계열 차원의 회의체에 인력과 비용을 부적절하게 지원해 왔다고 판단하며, 경영유의 19건과 개선요구 29건 등 총 48건의 지적 사항을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의사록 관리 미흡,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 부실, 지배구조 공시의 충실성 부족 등 이사회 운영 전반의 문제가 드러났다. 단발성 위반이 아니라 내부통제 체계 전반의 관리 미흡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구조적 리스크로 지적됐다.
기관주의 제재 이력도 있다. 금감원은 흥국생명이 임원 선임 사실을 기한 내 보고하지 않은 점, 감사위원회 내 재무전문가 선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점, 준법감시인과 위험관리책임자 보수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해 기관주의와 과징금 1억22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 밖에 차세대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파생금융거래 조직의 업무 독립성 유지 의무 위반, 설계사의 타인 명의 모집 및 특별이익 제공 금지 위반 등도 함께 적발됐다.
보험업권 전반에서는 지난해 7월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내부통제 책임 강화와 이사회 견제 기능 제고가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보험사들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반면 흥국생명은 책무구조도 도입 대상 보험사임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금지된 구조는 아니지만,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까지 겸임할 경우 이사회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흥국생명 관계자는 “대표이사 겸직에 따른 이해상충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사회 산하에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며 “대표이사·의장 미분리에 따른 내부통제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통제 관련 주요 사항을 내부통제위원회와 이사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수미 기자 sumipotat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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