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3분기 순익·보험손익·투자손익 모두 ‘반토막’
ABL생명, 실적 선방에도 자본 부담↑…그룹 내 입지 미묘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동양·ABL 통합, 2~3년 내 마칠 것”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생명보험사 인수를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섰지만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첫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자산 규모 확대라는 외형 효과는 분명하지만 실질적인 수익 기여 측면에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는 평가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은행 중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실제 우리금융의 2025년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2444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그룹 수익 구조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3분기 당기순이익 가운데 은행 부문 비중은 92.6%에 달했다. 보험 부문 기여도는 2%에 그쳤다.
보험사 인수를 통해 외형상 비은행 포트폴리오는 확장됐지만 수익 구조 측면에서 은행 의존도가 유의미하게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 부문이 보완재를 넘어 그룹 실적을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기대 컸던 동양생명, 첫 성적표는 ‘역성장’
동양생명은 이번 인수의 중심에 놓인 회사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을 ABL생명보다 약 5배 높은 가격에 인수하며 사실상 그룹 생보 부문의 주력 계열사로 삼았다. 특히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통합을 이끌었던 성대규 대표를 전면에 내세우며 체질 개선과 중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성 대표는 최근 열린 2026년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는 동양생명이 위대한 보험사로 가는 원년이 돼야 한다”며 변화와 도전을 강조했다. IFRS17 환경에 대응한 채널 경쟁력 강화, 상품·포트폴리오 고도화, 운영 효율성 제고 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그러나 인수 이후 첫 성적표는 냉정했다. 동양생명의 3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274억원으로 전년 동기(877억원) 대비 약 69% 감소했다.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 역시 1099억원으로 전년 동기(2448억원) 대비 55.1% 줄었다.
보험손익은 특히 부진했다. 3분기 보험손익은 2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8% 감소했고, 누적 기준 보험손익도 950억원으로 전년 동기(2020억원) 대비 53% 줄었다. 예실차 부문에서만 누적 기준 651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며 수익성을 크게 훼손했다. 예실차는 보험사가 예상한 보험금·사업비와 실제 발생한 지출의 차이를 의미한다. 전년 동기 예실차가 143억원 흑자였던 점을 감안하면 예실차에서만 약 800억원 가까운 실적 악화가 발생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예상 손해율·사업비 등 계리적 가정을 상대적으로 낙관적으로 적용한 영향이 반영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연말 가정 조정이 이뤄질 경우 보험계약마진(CSM) 축소 가능성도 거론된다. CSM은 가용자본에 포함되는 만큼, 향후 자본건전성 관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손익 역시 본업 부진을 만회하지 못했다. 3분기 누적 투자손익은 535억원으로 전년 동기(1120억원) 대비 52.3% 감소했고, 운용자산이익률도 하락했다. 업황 둔화라는 공통 변수가 있지만 숫자가 지나치게 약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CSM 잔액은 3분기 말 기준 2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증가했지만, 신계약 CSM은 4258억원으로 전년 대비 24.9% 감소했다. 외형 유지와 달리 신규 수익 창출력은 오히려 약화된 모습이다.
과거 신용정보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리스크도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동양생명은 지난 2022년 고객 동의 없이 개인 신용정보를 자회사 GA에 제공한 사실이 적발돼 금융당국 제재를 받았으며,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4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최종 조정은 금융위원회에서 이뤄질 예정으로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다만 자본건전성 자체는 일정 부분 개선됐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지급여력(K-ICS) 비율은 172.7%로 전년 대비 12.4%포인트 개선됐고, 지난해 11월 2000억원 규모의 자본성 증권 발행도 마쳤다.
◇ABL생명, 실적은 선방했지만 건전성 부담 여전
ABL생명은 상대적으로 다른 흐름을 보였다. 3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499억원으로 전년 동기(272억원) 대비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양생명의 순이익(274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자본건전성은 여전히 약점으로 지목된다. ABL생명은 IFRS17 도입 이후 한 차례도 금융당국 권고치인 K-ICS 비율 130%를 넘긴 적이 없다. 3분기 기준 경과조치 전 K-ICS 비율은 107.87%로 전년 동기(113.05%) 대비 오히려 하락했다.
경과조치를 적용한 K-ICS 비율은 165.28%로 전년 대비 개선됐지만, 유예 기간 동안 경과조치 전 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금융은 인수 보험사에 대해 유상증자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상태다.
그룹 내 위상 역시 애매하다. 동양생명은 우리금융 실적 자료에서 주요 계열사로 분류돼 상세 수치가 공개됐지만, ABL생명은 총자산이 그룹 내 세 번째로 큰 규모임에도 주요 계열사로 포함되지 않았다. 실적이 더 나았음에도 ‘중심축’으로 보기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통합 시계는 가동…실적 없는 외형 확대는 부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통합을 최소 2년, 최대 3년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통합 이후 두 회사의 자산을 단순 합산하면 약 55조원 규모로, 생보업계 5위권에 해당한다.
우리금융은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합병 경험이 있는 성대규 동양생명 대표를 통합 실무 총 책임자로 임명했다. 곽희필 ABL생명 대표 역시 당시 통합 작업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최근 동양생명의 자산 매각 추진과 ABL생명의 조직 개편 역시 통합을 염두에 둔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내용이다. 외형 확대와 조직 정비는 통합의 전제조건일 뿐 통합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결국 순이익과 자본의 질이다. 현재의 실적 흐름으로는 ‘우리라이프’ 출범이 곧바로 우리금융의 비은행 수익 기반을 단단히 받쳐줄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관계자는 “중장기적인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며 “통합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정수미 기자 sumipotat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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