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반려견훈련사·도그어스플래닛 대표] 반려견훈련사는 반려견의 행동을 이해하고, 보호자와 반려견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공존하도록 돕는 전문가입니다.
한편으로는 우리 인간과 다른 언어를 쓰는 반려견의 언어를 통역해 주는 역할이기도 합니다.
그런 일을 하는 전문가이기에 유기견, 구조견 문제에 있어 우리의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저는 훈련사의 길을 택했습니다.
구조된 유기견의 경우, 사람과 같이 지내는 게 문제없는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람이 무섭거나, 사람이나 다른 동물들과 함께 있는 사회생활이 쉽지 않습니다.
식용 개농장에서 구조된 경우, 갇혀진 뜬장에서 봐 온 사람 모습이 어떻게 보이고 느껴졌을까요? 견사에서 나오면 죽는다고 생각하고 문을 열어놓아도 나오지 않을 만큼 공포의 환경에서 살고 있던 개라면요.
그런 개는 구조가 되어도 입양이 쉽게 진행되어지지 않습니다.
너무 소심하거나, 사람에 대한 경계가 있다면 더더욱 그렇겠죠. 그러기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경우라도 교육을 통해 사람이 그렇게 무섭거나 경계해야 하는 대상만은 아니란 것을 알게 해준다면, 어쩌면 그 누구보다 든든하고 친한 친구, 가족이 되어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전문가가 유기견, 구조견을 위해 관여도가 생긴다면 그들의 입양에 있어서도, 그 후 그 아이들이 지내는 데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먼저, 버려진 아이들이라는 뜻에 유기견보다는 구조를 통해 보호로 이어진 아이들은 유기견이 아닌 구조견이라는 표현이 맞을 거 같아, 아이들의 명칭부터 바로잡아보고 싶습니다.
해외에서나, 우리나라에서도 영문 표기를 ‘RESCUE’ 라고 쓰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 뜻은 구조를 의미하지, ‘버려진’의 뜻을 내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있는 많은 단체나 보호소에 있는 구조견을 보면, 버려진 개보다는 힘들고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되거나 떠돌다 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아울러 유기견과 구조견에 대한 선입견이 바뀌어야 더 많은 아이가 새 가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가 된 개는 ‘너무 불쌍하다라’는 생각을 할 수는 있겠으나 가정에서 같이 살기엔 쉽지 않을 거 같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물론 개가 겪은 환경에 따라 그 성향이나 생활 습관이 정해지므로 기존 경험으로 인해 새 환경에 바로 적응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쉽지 않은 것과 변화 가능한 것, 안되는 것은 엄연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구조된 개는 시간이 걸릴 수도, 교육이 쉽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안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개 교육을 맡고 있는 전문가인 훈련사가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유기견 입양 캠페인 RE-HOME을 비롯해 다양한 행사가 유기견, 구조견에 대한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또한, 도움이 필요한 불쌍한 존재 만으로의 의미가 아닌 같이 할 수 있는 반려견으로서 가능성에 더 초점이 맞춰줬으면 합니다.
사람의 이익을 위해 가학적으로 이용되는 개에 대해서도 더는 그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반려 문화의 인식이 높아지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무엇이든 해보려 해도, 아직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보단 아무것도 힘이 되지 않는 것 같은 벽이 느껴지는 일도 많이 있습니다.
2024년 하남 번식장 화재 현장은 아직도 저희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그 현장에 어림잡아 100마리가 넘는 개의 사체와 그중에도 태중 강아지의 볼록함이 드러나 있던 산모견의 사체도 있었습니다. 참혹한 고통을 피하지도 못한 채 받아 드렸어야 했을 아이들이 너무 속상하고, 생생히 머릿속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사람의 이익을 위해 이용만 당하던 그 공간에서 저렇게 사고를 당했다는 게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게다가 일주일이 넘도록 그대로 방치됐다고 합니다. 그 현장은 이미 불법건축물로 단속됐음에도, 후속 관리가 더는 이뤄지지 않아 이런 사고로 이어진 거 같아, 사람의 소홀함이 아이들의 피해를 막지 못한 거 같아 더욱 보내는 아이들에게 미안함으로 남았습니다.
고통받았을 아이들 마지막 가는 길만이라도 어떻게든 잘 보내주고 싶어서 며칠을 계속 그 자리를 찾아갔고, 바라만 볼 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개와 사람이 함께 가장 편안하게 같이 지낼 수 있는 세상을 지향하며 서로가 서로의 공존하는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들. 그것이 반려동물 관련 전문가가 갖고 있는 마음일 것입니다.
반려견훈련사는 일차적으로 보호자가 있는 반려견과, 반려가족이 더 잘 지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구조된 개가 있다는 이후 사람·사회와 함께 지내는 방법을 가르쳐 진짜 가족을 찾아주는 일 또한 하고 있습니다.
유기견, 구조견을 가족으로 맞이하셨거나, 앞두고 고민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개들이 우리에게 어렵게 오게 된 만큼 그동안의 시간은 우리 사람의 뜻으로 지내게 해왔다면 이제는 그들에게 시간을 주어 보면 어떨까요? 그들이 우리를 살피고 다가올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고 기다려준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정말 많은 변화로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개 한 마리의 세상은 충분히 바꿀 수 있습니다.
김효진 반려견훈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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