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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배터리 하늘길 규제 강화…항공업계, 오늘부터 기내 사용 전면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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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기내 화재에 ‘권고’ 넘어 규제…사용 금지 확산
해외서도 사고 발생…협회 포함 항공사도 사용 제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앞두고 안전 확보를 위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국내 항공사들이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을 전면 금지하며 항공 안전 대응 수위를 높였다. 최근 국내외 항공기 내에서 보조배터리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단순 권고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규제에 나선 것이다.

26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소속 항공사들은 이날부터 기내에서의 보조배터리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국내선 및 국제선 항공편에서는 보조배터리를 이용해 휴대전화·태블릿·노트북·카메라 등 전자기기를 충전하는 행위가 모두 금지된다. 기내 반입 자체는 가능하지만 단순 소지만 허용된다.

승객들은 기내 반입 규정에 명시된 보조배터리의 용량·개수 제한을 준수해야 하며, 항공기 탑승 전 단락(합선) 방지를 위해 단자에 절연 테이프를 부착하거나 비닐백·개별 파우치에 보조배터리를 한 개씩 보관해야 한다. 기내에서의 충전 및 사용은 엄격히 금지된다.

보조배터리를 기내에 반입한 이후에는 승객이 직접 휴대하거나 좌석 앞 주머니 또는 앞 좌석 하단에 보관해야 하며, 머리 위 선반 보관도 금지된다. 이상 징후 발생 시 발견과 초기 대응이 지연돼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잇따라 동참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22일부터 국내·국제선 전 노선에서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부터 해당 정책을 본격 도입했다.

다른 항공사들도 유사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에어로케이는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 금지와 관련해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에어프레미아는 현재 논의 단계로, 시행 시점이 확정되는 대로 안내할 계획이다. 티웨이항공 역시 다수 항공사가 금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점을 고려해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파라타항공도 빠른 시일 내에 관련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실제 기내 화재 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달 초 중국 하이난성 싼야를 출발해 청주로 향하던 티웨이항공 기내에서 보조배터리 발화로 승무원 3명이 병원에 실려 가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홍콩행 아시아나 항공기에서도 배터리 화재가 잇따르며 올해에만 벌써 2건의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1월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전손 사고의 원인 역시 ‘선반 위 보조배터리 합선’으로 지목되면서 항공업계는 더 이상 단순 권고만으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국적기 내 보조배터리 화재 건수는 2020년 이후 총 13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0년 2건, 2023년 6건, 2024년 8월까지 5건으로 증가 추세다.

에어부산 화재 당시 31번 좌석 바닥에서 발견된 보조배터리. /국토교통부

해외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 항공기 내에서 발생한 리튬 배터리 관련 사고(연기·발화·과열 포함)는 총 89건으로, 전년 대비 약 16% 증가했다. 이를 주 단위로 환산하면 평균 주당 약 2건에 달한다.

특히 FAA는 전체 사고의 상당수가 승객이 직접 휴대하고 탑승한 기기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기기 사용량이 늘어난 데다 저가형 보조배터리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배터리 열폭주 위험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유럽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 그룹은 지난 15일부터 산하 모든 항공편에서 사용을 금지했으며, 중동의 에미레이트 항공 역시 지난해부터 같은 조치를 시행 중이다.

아시아권에서도 규제의 물결은 거세다. 싱가포르 항공과 캐세이퍼시픽은 이미 지난해 상반기부터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특히 배터리를 머리 위 선반에 두지 못하게 하는 ‘보관 장소 지정제’를 글로벌 표준으로 안착시켰다.

이와 함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올해부터 리튬 배터리 안전 가이드라인을 강화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충전 상태(SoC)를 30% 이하로 유지하도록 한 기존 권고 사항이 의무 규정으로 전환됐다. 배터리가 완충 상태일수록 화재 발생 시 열폭주 속도가 빨라지고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또 모든 배터리 단자에 절연 테이프를 부착하거나 개별 지퍼백에 담아 보관하도록 하고, 화재 발생 시 승무원이 즉각 발견해 진압할 수 있도록 머리 위 선반 보관을 금지하도록 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보조배터리는 짐칸에 눌리면서 발화할 가능성이 있고, 최근에는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저가형 제품이 늘어나 화재 사고 개연성이 커졌다”며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 금지는 항공 안전을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한 단계 더 나아가 보조배터리 자체를 기내 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하기 위한 강력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항공사들도 보조배터리 사용 제한으로 인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내 엔터테인먼트 확대 등 서비스 보완책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심지원 기자 s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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