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과 성장 코드…금융 대전환 혁신 강화
4개 부문장 교체 홍순옥·임도곤 뉴페이스
비이자 균형…홍콩 ELS 과징금 실적 부담
AX 기반 탄탄·생산적 금융 93조+농지비↑
계열사 금융사고 리베이트 내부통제 숙제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NH농협금융그룹의 올해 경영 키워드는 ‘쇄신’이다. 생산적 금융과 인공지능(AI) 혁신이 금융권의 핵심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농협금융은 정부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농협만의 정체성을 살린 차별화된 성장 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은 올해 경영 목표로 ‘성장 로켓을 점화해 미래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내비쳤다. AI 혁신을 축으로 한 디지털 전환과 농업·농촌과의 상생을 중심에 둔 생산적 금융을 양대 축으로 삼아 그룹 전반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업계에서는 농협금융이 AI 기반 금융 혁신과 농업 금융이라는 ‘두 개의 심장’을 앞세워 올해 한 해 또 다른 차원의 성장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부사장급 ‘6인 중 4인 교체’
농협금융은 6인의 부사장이 각 주요 부문을 총괄하는 책임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타 금융사가 대체로 전년과 동일한 경영진 체제를 유지한 것과 달리 농협금융은 무려 4명이나 바꼈다.
이는 모회사인 농협중앙회의 인적 쇄신에서 비롯됐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뇌물 수수 혐의가 불거진 가운데 ‘뼈를 깎는 쇄신’을 약속한 농협 조직은 지난해 12월 고강도 인사를 단행했다. 농협중앙회는 ‘잔여 임기 상관없이’ 지주를 포함한 전 계열사 임원의 ‘성과와 역량에 따라’ 인물을 교체하겠다 했고 지주 6개 부문 중 4개 부문 수장이 교체됐다.
농협금융은 △황종연(전략기획) △임도곤(성장전략) △홍순옥(사업전략) △양재영(리스크관리) △김주식(디지털전략) △윤기태(준법감시인)으로 부사장단을 새롭게 짰다. 사업전략부문장이었던 황종연 부사장이 전략기획으로 이동, 기존 양재영 부사장과 윤기태 준법감시인(부사장보)만 유임됐다. 이재호(전략기획), 조정래(미래성장), 최운재(디지털전략) 부사장은 퇴임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대목은 새로 선임된 임도곤·홍순옥 부사장을 각각 ‘사업전략(자회사 영업 전략 전담)’과 ‘성장전략(글로벌·ESG)’ 부문에 배치한 점이다. 직전 농협생명 마케팅지원부문장과 농협은행 세종본부장을 지내며 역량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은 두 인사의 배치는 올해 농협금융이 자회사 영업 및 글로벌 확장 등으로 외연 확장에 힘을 실을 것으로 관측되는 지점이다.
또 기존 사업전략부문장이었던 황종연 부사장의 ‘전략기획부문(생산적 금융 전담)’ 인사이동에 대해서도 업계는 황 부사장이 역량 평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이자 균형 실적 선방…‘홍콩 ELS 타격’ 불가피
농협금융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 분기 대비 1.8% 감소한 2조2599억원으로 집계됐다. 금리 인하기 은행 이자이익 감소(-2050억원, 3.2%) 영향이 있었지만 비이자이익이 1조876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0.6%(+3203억원) 증가하면서 이자이익 빈자리를 메운 것으로 분석된다.
농협금융 자회사별 순익 기여도는 비교적 고르게 분포돼 있다.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 기여도는 65%, 비은행 부문은 35%로 집계됐다.
대전환기 농협금융이 은행·증권·보험 등의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한 고객별 특화 전략을 이행할 기반이 이미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금융) 중, 이 같은 은행과 비은행 간 균형으로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금융지주는 KB금융이 유일하다. 3분기 기준 은행 기여도는 △KB 65.7% △신한 73.3% △하나 90.9% △우리 92.6% 등의 순이다.
다만 농협금융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홍콩 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에 따른 충당금 적립으로 4분기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다. 농협금융은 2023년 말 기준 전체 판매액의 14%에 달하는 2조2000억원 규모 홍콩 ELS 상품을 판매했다. 최대 28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기사 : ‘ELS 과징금 철퇴’ 국민은행 최대 1조…'순익·CET1' 악재 어쩌나>
◇AI 혁신 기조 ‘유지’… 생산적 금융 전환 ‘적극’
농협금융은 최근 강호동 회장 개인 비리 수사와 언론 관심, 노조와 갈등에도 올해 목표대로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찬우 회장은 올해 AI 혁신 기조를 유지하되 올해 금융권 최대 화두인 생산적 금융 전환에 정부와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한 금융 혁신으로 미래 성장 기반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초지식화·초자동화·초개인화’라는 AI 3대 전략을 세우고 금융권 최초로 친환경 기준을 적용하는 ‘녹색여신 적합성 판단 시스템’ 마련이 대표적이다.
AI 혁신을 기반으로 디지털플랫폼 유입도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9월 말 기준 NH올원뱅크 가입자 수는 1299만명으로 2년 전보다 271만명이 늘었다. NH페이(1097만명 가입)와 나무증권(373만명 가입)도 우상향 추이를 보이고 있다.
대면 상품 판매를 압도하는 비대면 상품 판매 비율도 농협금융의 디지털 혁신을 가늠하는 지표다. 9월 말 기준 농협은행 상품 판매는 비대면이 74%, 대면이 26%로 집계됐다. 그밖에 계열사 비대면 상품 판매 비율은 △카드 81.2% △생명 99.7% △증권 97.9%로 나타났다.
아울러 농협금융은 올해 농산업·농식품 기업 지원 및 농업인 우대금리 적용 등 생산적 금융 전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부터 5년간 93조원 투입 계획을 밝혔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생산적 금융 활성화 전담 조직’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이 조직은 올해부터 회장 직속 생산적 금융 특별위원회로 격상해 컨트롤 타워로 수행, 농협금융의 금융 대전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은 각 계열사가 농업과 농촌에 기여하기 위해 영업 수익에 일정 비율을 부과해 농협지원사업비(농지비)를 지출해 오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농협금융 계열사가 지출한 누적 농협지원사업비(농지비)는 총 4877억원으로 1년 전보다 6.4%(294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계열사 배임·횡령…이찬우 회장 내부통제 숙제
계열사 직원의 배임 및 횡령 등 내부통제 강화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2024년~2025년 8월 농협은행의 대출 관련 금융사고 10건 중 5건이 내부 직원의 횡령·배임·사기로 사고로 금액 규모는 293억원으로 드러났다. NH농협생명의 판촉물 수의계약에 따른 20억원 규모 리베이트 의혹은 농협금융 내부통제 빈틈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생산적 금융 전환으로 올해 더 활성화할 농지비 역시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주를 비롯해 각 계열사는 농지비 뿐 아니라 배당금을 책정해 농협중앙회에 지급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이며, 농협금융은 농협은행 등 각 계열사 지분 100%를 쥐고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농협금융→농협은행(금융 계열사)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2024년 기준 농협금융이 농지비와 배당금 등 농협중앙회에 지원한 금액은 총 1조5000억원이 넘는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중장기 자본관리계획 등 고려 없이 매년 대주주에 거액의 배당 등을 지급해 자체 위기대응능력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농협금융의 순이익은 2조8836억원으로 이 중 절반(1조5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중앙회로 떼어준 셈이다.
이에 따라 ‘농협이 자본 적정성을 더 높일 수 있음에도 유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사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2.34%로, 13%대 주요 금융지주 CET1 비율과 비교해 상당 폭 뒤처져있다. 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로 나눈 값으로 구하며, 보통주자본에는 보통주를 비롯해 수익으로 번 이익잉여금이 포함된다.
◇ 올해도 ‘생산적 금융·AX·소비자 보호’
이 회장은 올해 경영 전략을 담은 신년사를 공개하지 않았다. 8대 금융 지주 회장 중 신년사를 공개하지 않은 금융지주는 농협금융과 JB금융이 유일하다. 농협금융은 이날 경영전략회의를 열 예정이며, 이 회장은 이 때 비로소 구체적인 경영 전략 방향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다만 경영전략회의에 앞서 농협금융은 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를 개최해 올해 경영 무게가 소비자보호에도 실릴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비쳤다. 지주 준법감시인인 윤기태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는 지난 19일 개최한 ‘제1차 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에서 “이제 소비자보호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농협금융의 존속과 직결되는 생존의 문제”라며 “상품의 기획·승인·판매·사후관리 전 주기에 소비자보호 정신을 내재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내부통제 강화 방향을 밝혔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부사장단이 대거 교체됐지만) 이찬우 회장을 비롯해 윤기태 준법감시인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소비자 보호 등 중요 정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면서 “생산적 금융, AX, 소비자 보호 등 주요 전략은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주연 기자 prot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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