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성장성 기대에 현대차·‘조방원’ 중심 랠리 확산
상승보다 하락 종목 더 많아…중소형주 ‘소외’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첫 5000포인트 시대를 열었다. AI·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상승 랠리가 이어진 덕분이다. 코스피 상승의 온기는 자동차·조선주 등으로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다만 대형주에만 집중되면서 중·소형주는 랠리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장중 5000포인트를 돌파한 뒤 이날도 장중 사상 최고치인 5021.13까지 올랐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7.54포인트(0.76%) 오른 4990.07에 거래를 종료했다. 전날 기록한 종가 기준 최고치를 새로 썼다.
◇ 반도체·AI가 만든 지수 레벨업
시장에서는 이번 지수 상승이 단기 수급에 따른 급등이 아니라 실적과 정책 환경 변화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994년 1000포인트 돌파 이후 4000선 안착까지 약 31년이 걸렸으나, 5000포인트 도달까지는 불과 수개월에 그쳤다는 점에서 상승 속도 역시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번 랠리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른 반도체주 강세가 주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약 3배, 4배 수준으로 뛰며 지수 상승의 핵심 축으로 작용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와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가 맞물리며 이익 전망이 빠르게 상향 조정된 영향이다.
설태현 D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AI 인프라 수요가 결합되며 이익 성장의 기울기 자체가 과거와 달라졌다”며 “상법 개정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주주환원 정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촉매로 작용하며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현대차·‘조방원’으로 확산된 대형주 랠리
반도체에서 시작된 대형주 랠리는 현대차와 ‘조방원’(조선·방산·원전) 기업들로 번지고 있다. 대형주 가운데서는 현대차가 두드러졌다. 현대차 주가는 올해 초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공개 이후 약 80% 뛰었다. 시가총액 3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자동차를 넘어 로봇과 미래 모빌리티로 사업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대형주 중심의 투자 쏠림을 더욱 강화했다.
조방원 기업들은 수주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긴장,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조선·방산·원전 산업 전반에 대한 중장기 성장 기대가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외국인 투자자자들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한화오션을 9390억원 사들였다. 순매수 규모로 1위다. 한화오션 주가는 올 들어서만 21% 상승했다. 한화오션은 올해 현재까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3척, LNG 운반선 2척 등 총 5척, 약 8억9000만 달러 상당의 선박 수주를 따냈다.
◇ 중소형주 랠리 소외…관건은 실적과 정책
다만 지수 상승의 온기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약 20% 상승한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 지수는 각각 약 8%, 1.2% 오르는 데 그쳤다. 반도체 대형주에서 자동차, 원전, 방산 등으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순환매 장세 속에서도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쏠림 현상’이 심화한 모습이다.
한지영·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6거래일간 코스피가 8% 넘게 급등했지만, 이 기간 상승 종목 수와 하락 종목 수의 평균은 각각 316개, 470개를 기록했다”며 “하락 종목 수가 상승 종목 수보다 많은 구간에서 지수가 급등했다는 것은 반도체, 조선, 방산, 자동차 등 소수 업종에만 랠리의 온기가 집중됐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 상장 종목 2559개 가운데 연초 이후 상승한 종목은 1524개(59.6%)였지만, 하락 종목도 1035개(40.4%)에 달했다. 코스피 5000 돌파 이후 대형주 쏠림이 완화될지, 아니면 구조적 집중이 더욱 강화될지는 향후 실적 개선의 확산 여부와 정책 효과의 지속성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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