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주춤, 요양은 확대…시니어 시장 ‘돌파구’
보장성 비중은 높지만…신계약 ‘저축성’ 급증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정문철 KB라이프 대표가 신년 경영 기조로 ‘실질적 전환과 내실 있는 확장’을 제시했다. 보험업계 전반의 수익성 둔화와 비용 부담이 동시에 커진 상황에서 체력과 사업 구조를 점검하는 동시에 시니어 사업을 중장기 보완 축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25일 KB라이프에 따르면 정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생명보험업계는 시장 상황에 따라 채널과 상품의 쏠림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줘 균형 잡힌 사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 △고객과 현장 중심 전환 △고객의 변화하는 니즈 충족 △균형 잡힌 사업 모델 기반 비즈니스 확장 △사회적 가치 창출 등 4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시니어 시장을 미래 성장 축으로 꼽았다. 그는 “보험업은 사후 보상을 해주는 비즈니스에서 사전 예방 및 관리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보험 본연의 역할에 맞는 상품을 만들고, 생애주기 관점에서 연결점을 가지는 시니어 라이프 플랫폼의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실적 방어는 성공했지만…보험 본업 부담은 확대
최근 실적 흐름은 KB라이프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투자손익으로 외형은 방어했지만 보험 본업의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지난해 3분기 별도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26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은 21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4억원 줄었다. 보험서비스비용 증가와 손익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며 보험 본업의 체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신계약 구조에서는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9월 기준 KB라이프의 보장성 보험 신계약은 8만8585건으로 전년 동월(6만898건) 대비 증가했다. 특히 사망담보 외 보장성 초회보험료는 22억원으로 전년 동기(5억원)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단순 사망 보장에서 벗어나 건강·생활 밀착형 보장으로 포트폴리오가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다.

다만 최근 흐름만 놓고 보면 저축성 보험의 비중이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저축성보험의 초회보험료는 7088억원으로, 전년(2233억원)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며 보장성 보험을 크게 앞질렀다. 신계약 건수와 금액 역시 저축성 보험이 보장성을 웃돌며 외형 성장을 주도했다.
문제는 수익성과 자본 효율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체계에서는 저축성 상품의 보험계약마진(CSM) 축적 효과가 제한적인 데다, 만기 시 원리금 지급 의무로 회계상 부채 부담이 크다. 저축성 보험 비중 확대가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체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사업비 부담도 빠르게 늘었다. 3분기 말 기준 KB라이프의 총 사업비는 7263억원으로 전년 동기(5842억원) 대비 24.3% 증가했다. 초회보험료 확대와 보장성 보험 판매 증가가 비용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보유계약 기준으로는 보장성 보험 비중이 약 77%로 여전히 장기 수익 구조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신계약과 보유계약 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포트폴리오 균형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된다. 자본 건전성은 업계 상위권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지급여력(K-ICS) 비율은 253.5%,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165.2%로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돈다.
민원 지표는 부담 요인이다. KB라이프의 민원 발생 건수는 2025년 3분기 116건으로 전분기 대비 23.4% 증가했다. 특히 자체 민원은 같은 기간 72.2% 급증했다. 유형별로는 판매 민원과 보험금 지급 민원이 늘었고, 상품별로는 보장성 보험 관련 민원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보장성 확대 전략이 관리 리스크를 동반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KB라이프는 최고소비자책임자(CCO)를 신규 선임하고 CEO 직속 소비자보호혁신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를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관리 영역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 보험 한계 보완…시니어 시장에 무게
보험 본업의 성장 둔화 속에서 KB라이프는 시니어 시장을 중장기 보완 축으로 설정했다. 보험금 지급 중심의 ‘현금 보장’을 넘어, 노후 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요양사업 전문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는 2016년 금융권 최초로 설립된 요양 전문회사로, 2023년 10월 KB손해보험에서 KB라이프로 편입됐다. 이후 KB골든라이프케어는 은평·광교·강동 등 3개 요양시설을 잇달아 개소하며 현재 요양원 5곳과 실버타운 1곳, 데이케어센터 5곳 등 총 11개 시설을 운영 중이다.
최근 보험사들은 시니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구조 변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고령층 고객을 장기간 관리하며 보험·자산·돌봄을 연결해 기존 모델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초기 투자 부담이 크고 단기간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요양원은 임대 운영이 불가능해 토지와 건물을 직접 보유해야 하고, 부지 확보와 건축, 전문 인력 투입에 따른 초기 비용이 크다.

실제 KB골든라이프케어의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수익은 107억원에서 올해 140억원 수준으로 늘었지만, 분기순손실은 같은 기간 -82억원으로 전년(-65억원)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2023년과 2024년 연간 순손실이 각각 53억원, 74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익 회수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시니어·투자 키워도…역시 해법은 보험 본업
정문철 대표 체제의 KB라이프는 안정성 유지를 위해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강조하는 한편, 보험 본업 둔화에 대응해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 전략을 넓히고 있다. 그런 면에서 올해 KB라이프의 최대 과제는 분명하다. 보험손익 둔화와 비용 부담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투자손익이나 시니어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투자손익은 시장 환경에 따른 변동성이 커 보험 본업의 체력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정문철 KB라이프 대표는 “건강보험의 내실있는 확대를 계속 추진하고, 기존 강점인 연금보험과 종신보험은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도전적인 접근으로 기초체력을 증대해야 한다”며 “채널은 탄탄한 저변 확보에 집중해야 하며, 우리가 원하는 목표 시장에서 시장 지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미 기자 sumipotat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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