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현대차·LG ‘각양각색’ 글로벌 전략…색은 달라도 방향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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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공급망·생산 거점 재편 집중, 입체 전략으로 경쟁력 선점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각 사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미국·중국·중동·인도·동남아를 가로지르는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의 발걸음은 제각각 달라 보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공통된 문제의식과 방향성이 또렷하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산업 재편과 미·중 갈등 속 공급망 다극화, 총수 직접 개입을 통한 전략 실행력 강화다. 각자의 산업 구조와 강점에 맞춰 서로 다른 글로벌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같은 지점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대면 경영’ 복원한 삼성…외교·통상·AI를 잇는 균형 전략

이재용 회장. /마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글로벌 행보는 ‘복원’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사법 리스크 해소 이후 이 회장은 중국·미국·일본·중동을 오가며 사실상 총수 직할 글로벌 경영 체제를 다시 가동했다. 지난해에만 이동 거리가 지구 두 바퀴에 달할 정도로 현장 경영에 집중했고 올해 들어서는 정부 외교 일정과 결합한 출장으로 전략 실행 단계를 한층 끌어올렸다.

삼성의 특징은 특정 국가에 베팅하지 않는 균형 전략이다. 중국에서는 최대 매출 시장의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미국에서는 AI 반도체와 파운드리를 앞세워 통상 리스크를 완화한다. 일본과는 소재·부품 협력을, 중동에서는 AI·에너지 중심의 미래 협력을 동시에 모색한다.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과 사장단 인사 역시 이러한 글로벌 행보와 맞물린다. 대규모 변화를 피하고 DS·DX 투톱 체제를 유지하면서 사업지원실을 중심으로 총수 직할 조정 기능을 강화했다.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전략 판단과 실행 간 간극을 줄이겠다는 선택이다. 삼성은 ‘출장–조직–투자’가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를 통해 2026년을 준비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 확장보다 내실…공급망 관리형 글로벌 전략

최태원 회장. /마이데일리DB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글로벌 전략의 핵심은 ‘속도 조절’과 ‘내실’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지구 세 바퀴를 넘는 거리를 이동하며 미국·중국·일본·대만을 오간 최 회장은 올해도 중국 방문으로 글로벌 행보의 포문을 열었다. 선택과 집중, 운영개선(O/I)을 기조로 한 실리형 글로벌 경영이다.

SK의 전략은 지역별 역할 분담이 뚜렷하다. 미국에서는 AI·반도체 협력의 판을 키우고, 대만·일본에서는 기술 연대를 강화한다. 중국에서는 사업 가치를 유지하며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한다. 공격적 확장보다는 이미 구축한 자산과 네트워크를 어떻게 유지·활용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같은 기조는 계열사 조직 재편으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HBM을 중심으로 한 풀 스택 AI 메모리 체제를 강화했고, SK이노베이션은 O/I 기반의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 SK텔레콤 역시 AI 확장보다 본업 안정과 신뢰 회복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글로벌 현장에서 확인한 리스크를 조직 내부로 흡수하는 방식이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 기술과 제조를 잇는 ‘현장 중심’ 전략

정의선 회장. /마이데일리DB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4대 그룹 중 가장 ‘현장형’ 글로벌 전략을 구사하는 회장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새해 벽두부터 중국·미국·인도를 연이어 방문하며 배터리·수소·AI·로보틱스·생산 거점을 직접 점검했다.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니라 기술과 제조 역량을 직접 연결한 행보였다.

중국에서는 전동화·수소 공급망을, 미국에서는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기술 내재화를, 인도에서는 글로벌 생산·수출 허브 전략을 점검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이후 산업 지형 변화 속에서 ‘제조 기반을 갖춘 기술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지난해에도 정 회장은 미국·중국·중동을 오가며 전동화·수소·스마트시티 협력을 확대했고, 사우디 생산법인 설립으로 중동을 생산 거점으로 격상시켰다. 여기에 테슬라·자율주행·로보틱스 출신 인재 영입까지 더해지며, 글로벌 출장과 인사 전략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고 있다.

◇구광모 LG 회장, 조용하지만 구조적인 AI 내재화 전략

구광모 회장. /마이데일리DB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글로벌 전략은 가장 조용하지만 구조적이다. 최근 독자 AI 모델 ‘K-엑사원’이 국가 주도 평가에서 최고점을 기록하며 LG의 AI 전략이 성과로 입증됐지만, 그 배경에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이어진 글로벌 현장 점검이 있다.

구 회장은 인도·인도네시아·중동·미국을 잇는 동선으로 생산, 자원, 정책, 기술을 동시에 점검했다. 인도에서는 핵심 수익 기반을, 인도네시아에서는 배터리·자원 전략을, 두바이에서는 에너지·클린테크 협력을, 미국에서는 AI 반도체·로봇 등 차세대 기술 흐름을 직접 확인했다.

이 같은 행보는 LG전자 조직개편으로 구체화됐다. HS로보틱스연구소 신설을 통해 AI·로봇 역량을 가전에 결합하고, 전장·HVAC·B2B·플랫폼 등 질적 성장 사업에 투자를 집중한다. LG의 AI 전략은 기술 자체보다 ‘사업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다.

◇색은 달라도, 향하는 방향은 하나

4대 그룹의 글로벌 전략은 접근 방식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삼성은 외교와 통상을 잇는 균형 전략을, SK는 공급망 관리와 내실 경영을, 현대차는 기술과 제조를 잇는 현장 전략을, LG는 AI 중심의 구조 재편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공통된 방향은 분명하다. AI를 중심에 두고, 글로벌 공급망을 다극화하며, 총수가 직접 전략 실행에 개입한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현장에 답이 있다’는 판단 아래, 4대 그룹 총수들은 다시 세계로 나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2026년은 4대 그룹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준비해 온 전략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가르는 해가 될 것”이라며 “색은 달라도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이번 글로벌 행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윤진웅 기자 wo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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