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일반
지속 가능성·통제권이 성능을 앞섰다
통과와 탈락, 질문의 차이가 갈랐다
소버린 AI는 ‘대안’을 만드는 전략이다
[편집자 주] 정부의 ‘국가대표 AI(인공지능)’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평가는 단순한 성능 경쟁이 아니었다.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가 탈락하고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가 본선에 오른 이번 결과는 정부가 어떤 AI를 국가 전략으로 키울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지는 ‘국가대표 AI 해부’ 시리즈를 통해 기술 점수표가 아닌 전략과 선택의 관점에서 이번 경쟁을 분석한다. 각 기업이 어떤 AI를 만들었고, 그 선택이 왜 통과하거나 탈락했는지를 독자 눈높이에서 짚어본다.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정부가 추진한 ‘국가대표 AI(인공지능)’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평가는 겉으로 보기엔 기술 경쟁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과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번 경쟁은 누가 더 뛰어난 성능을 구현했느냐를 가리는 시험이 아니었다. 핵심은 국가가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는 AI에 있었다.
1차 평가에서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3개 팀이 본선에 올랐고,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는 탈락했다. 당초 5개 팀 가운데 1곳만 걸러낼 것이란 전망과 달리 두 팀이 동시에 탈락하면서 평가 기준이 예상보다 훨씬 구조적이고 엄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를 두고 성능 격차보다는 운영 구조와 전략의 차이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성능보다 먼저 본 것은 ‘운영 체력’
이번 평가의 핵심은 지속 가능성이었다. 생성형 AI는 개발보다 운영이 더 어렵다. 모델을 유지하고 고도화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과 인프라, 조직 역량이 필요하다. 정부가 본 것은 단기 성능이 아니라 AI를 수년간 공공과 산업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였다.
LG AI연구원은 프롬 스크래치 방식으로 개발한 ‘K-엑사원’을 앞세워 독자성과 기술 완성도를 동시에 입증했다. 업스테이지는 대기업보다 가벼운 모델이지만 효율성과 구조적 투명성을 강점으로 평가 기준을 충족했다. SK텔레콤은 국내 최대 규모의 초거대 모델과 데이터센터, GPU, 통신망을 결합한 인프라 역량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반면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는 각자의 기술력과 전략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설정한 평가 프레임과 끝내 합을 맞추지 못했다.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정부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의 방향이 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충형 남서울대학교 AI메타융합학과 교수는 “이번 결과는 AI 기술력이 부족해서 탈락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기술 지향 방향과 전략적 결이 달랐던 사례로 봐야 한다”며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 모두 재도전보다는 민간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특히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버티컬 AI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박혜진 서강대학교 AI·SW 융합대학원 교수는 이번 평가를 ‘문제 풀이’보다 ‘기초체력 검증’에 가까운 시험으로 봤다.
그는 “이번 평가는 누가 더 똑똑한 AI를 만들었는지를 보기보다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운영할 수 있는 자본과 인프라, 구조를 갖췄는지를 점검하는 과정이었다”며 “생성형 AI는 개발 이후에 드는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에 운영 가능성은 핵심 기준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과 산업 핵심 영역에 쓰일 AI는 안정성과 통제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 수정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원천 수정이 가능한 구조인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독자 AI’가 남긴 국가 전략의 기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글로벌 AI 개발이 오픈소스와 협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독자성을 강하게 요구한 배경에는 국가 차원의 통제와 선택권 확보라는 현실적인 목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기준일 수 있다”며 “우리말과 문화를 이해하고, 국내 데이터로 학습된 원천 기술을 보유하는 것은 소버린 AI의 핵심 요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의 것’을 단순한 국적 개념으로 정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날 자본의 국적과 서비스의 영향력은 분리돼 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데이터 관할권과 통제권 즉 누구의 법을 따르고 비상시 누가 개입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데이터와 인프라가 국내 규제 체계 아래 있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는지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성능 목표 역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빅테크를 압도하는 1등이 아니라 대체 가능한 선택지를 확보하는 것이 국가 전략으로서의 소버린 AI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소버린 AI의 목적은 글로벌 시장 제패가 아니라, 특정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기 위한 협상 카드를 만드는 데 있다”며 “글로벌 기준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안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전략적 의미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1차 평가를 두고 ‘누가 가장 잘 만들었는가’를 가리는 대회라기보다는 국가가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으며 필요할 때 선택할 수 있는 AI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시험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능이 기본 조건이었지만 실제 판단의 핵심 기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충형 남서울대학교 AI메타융합학과 교수는 “이번 결과가 보여준 것은 기술 순위가 아니라 정부가 설정한 기준의 방향”이라며 “독자성, 운영 지속성, 통제권이라는 세 가지 요소는 앞으로 한국 AI 정책과 기업 전략 전반에 반복적으로 작동할 잣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대표 AI 경쟁은 이제 본선으로 넘어가지만, 1차 평가가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정부가 선택한 것은 가장 화려한 AI가 아니라, 오래 운영할 수 있고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AI였다”고 덧붙였다.
박성규 기자 p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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