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의 1년, LG의 10년을 만들다… AI 성과로 증명된 글로벌 현장 경영

  • 0

작년 글로벌 현장 경영이 2026년 LG의 성장 방향으로 구체화
미국·신흥시장·중동을 잇는 행보가 만든 글로벌 경영 청사진

[편집자주] 글로벌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 한국 대기업 총수들의 해외 행보는 곧 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이에 지난 2025년 한 해 동안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의 글로벌 출장과 조직·인사, 연초 경영 메시지를 토대로 2026년 각 그룹의 글로벌 경영 방향을 짚어본다.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일관되게 추진해 온 AI 전략이 최근 가시적인 성과로 입증되고 있다. 국가 차원의 검증 무대에서 LG의 독자 AI 모델 ‘K-엑사원’이 전 영역 최고 점수를 기록하며, 그동안 비교적 조용했던 LG의 AI 역량이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받았다.

이 같은 성과는 단기간에 만들어진 결과라기보다, 구 회장이 지난해 한 해 동안 직접 챙긴 글로벌 현장 행보와 무관치 않다. 2025년 구 회장의 해외 출장은 단순한 외교·의전 일정이 아니라, LG의 미래 성장축을 사전에 점검하고 전략 방향을 구체화하는 전략적 토대 마련 과정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LG AI연구원이 개발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K-엑사원(K-EXAONE)’은 최근 정부 주도 평가에서 전 부문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는 그룹 차원의 중장기 전략이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LG의 AI 역량이 평가 영역 전 부분 최고점을 획득한 것은 IT업계에선 ‘이변’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 같은 AI 성과는 구광모 회장이 2025년 한 해 동안 직접 챙긴 글로벌 출장과 현장 점검, 그리고 이후 이어진 조직·인사 개편의 결과물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신흥시장·자원·정책 중심지를 잇는 입체적 글로벌 행보

구 회장의 2025년 글로벌 행보는 특정 국가나 이벤트에 국한되지 않았다. 인도, 인도네시아, 중동, 미국을 잇는 동선은 기술 주도권, 생산 기반, 자원 확보, 글로벌 정책 환경을 동시에 점검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

연초 인도 출장에서는 LG의 최대 해외 사업 거점인 인도 사업을 직접 챙겼다. 가전과 TV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한 인도는 LG에게 ‘제2의 내수 시장’에 가까운 존재다. 구 회장은 현지 생산과 유통, 프리미엄 전략을 점검하며 중장기 성장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방문한 인도네시아에서는 배터리와 자원 전략이 핵심 의제였다.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한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 상황과 니켈 등 핵심 광물 확보 전략을 직접 점검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공급망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두바이 출장은 LG의 중장기 신사업 구상과 맞닿아 있다. 에너지 전환, 스마트시티, 클린테크 분야에서 중동 국부펀드 및 대형 프로젝트와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며, ABC(AI·바이오·클린테크) 전략의 지리적 확장을 모색했다는 평가다.

미국 출장에서는 LG의 기술 전략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났다. 실리콘밸리에서 AI 반도체 설계업체 텐스토렌트,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겨AI 등을 방문하며 차세대 기술 흐름을 직접 점검했다. 이는 LG의 AI 전략이 소프트웨어에 머물지 않고, 반도체·로봇·전장 등 하드웨어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8월에는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경제사절단에 합류해 통상·기술·투자 환경 변화 속에서 LG의 이해관계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어 10월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에 참석해 미국 내 투자와 조선 협력 등을 주제로 교류하며 네트워크를 다졌다.

미국에서는 기술과 정책을, 신흥시장에서는 생산과 성장 기반을, 중동에서는 자원과 미래 프로젝트를 각각 점검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LG의 글로벌 전략은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고, 역할이 분명한 다극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현장 점검이 만든 조직 재편… LG전자에서 드러난 방향성

/마이데일리DB

이 같은 글로벌 행보는 조직·사업 재편으로 이어졌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의 조직개편은 구 회장의 문제의식과 전략 방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LG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에서 HS사업본부 산하에 HS로보틱스연구소를 신설했다. 전사에 흩어져 있던 홈로봇 관련 역량을 한데 모으기 위한 조치다. 이는 구 회장이 미국 출장에서 점검한 로봇·AI 기술 흐름을 가전 사업과 본격적으로 결합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LG전자는 청소로봇과 같은 ‘가전형 로봇’은 물론, 사용자의 움직임에 반응해 자동으로 작동하는 냉장고 등 ‘로보타이즈드 가전’으로 로봇 기술을 확대할 계획이다. AI와 로봇을 생활가전의 새로운 경쟁 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조직개편의 또 다른 축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환이다. LG전자는 올해 전장과 냉난방공조(HVAC) 등 질적 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과 실적 반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전사 매출에서 이들 질적 성장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육박했으며,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B2B, 웹OS 플랫폼, 유지보수, D2C 등 논-하드웨어 영역을 강화해 수익성 기반의 성장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는 빌트인 가전, 모터·컴프레서 등 부품 솔루션 사업 등 B2B 영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 계획이다.

전장 사업에서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의 프리미엄화 흐름에 힘입어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늘고 있으며, 운영 효율화까지 더해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냉난방공조 사업은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을 미래 성장 기회로 삼아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을 병행한다.

반면 TV·IT·ID 등 디스플레이 기반 사업은 수요 부진과 경쟁 심화로 연간 적자 전환이 예상되지만, 웹OS 플랫폼 사업은 콘텐츠 경쟁력을 앞세워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LG전자는 글로벌 사우스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수요 발굴도 지속할 계획이다.

업계는 LG전자 조직개편과 사업 전략에서 드러난 변화는 현장 경영의 결과가 실제 조직과 사업 구조로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26년 LG그룹의 글로벌 경영 방향은 분명하다. 기술과 정책은 미국에서, 생산과 성장은 인도와 동남아에서, 자원과 대형 프로젝트는 중동에서 확보하는 구조다"라며 "그 중심에는 독자 AI 역량을 기반으로 한 사업 고도화 전략이 자리한다. AI 성과로 가시화된 지금, LG의 다음 행보는 기술을 넘어 산업과 시장을 어떻게 재편할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진웅 기자 woo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