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장성 중심 전환 가속에…순익·보험손익 동반 감소
‘판촉물 납품’ 논란…내부통제 취약성 드러나
강호동 회장 체제 인사, 지배구조 리스크 영향권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NH농협생명의 신년 경영 코드는 ‘보장성 중심 내실 성장’과 ‘신뢰 회복’이다. 박병희 농협생명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건강보장 보험을 축으로 한 본업 경쟁력 강화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핵심 경영 목표로 제시했다. 외형 확대보다 안정적인 보험손익 구조와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보험사’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메시지다.
21일 농협생명에 따르면 박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지속 가능한 수익성 확보를 위해 건강보장 보험 중심의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보험업 본연의 경쟁력을 높여 안정적인 보험손익 체계를 구축해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뢰받는 금융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고 규정과 기본에 충실한 업무 처리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 DNA’를 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농·축협 채널을 기반으로 한 보장성 영업 확대와 함께, 범농협 차원의 상생과 내부통제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 저축성→보장성 방향 틀었지만…‘빅2’ 올랐으나 실적부담 불가피
실제 NH농협생명은 지난해부터 저축성보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영업 방향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2025년 9월 누적 기준 보장성보험 신계약 판매액은 17조원을 웃돌며 업계 최상위권을 기록했고, 신계약 건수는 127만여 건으로 삼성생명에 이어 2위 수준이다.
다만 전환 과정에서 실적 부담은 불가피하게 드러났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109억원으로 전년 동기(2478억원) 대비 14.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은 전년 대비 26.5% 줄어든 3062억원으로, 전환의 비용이 실적에 반영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저축성보험 축소의 영향은 더욱 뚜렷하다. 9월 말 누적 기준 저축성보험 신계약 규모는 1조220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972억원) 대비 약 39% 급감했고, 같은 기간 저축성보험의 초회보험료 역시 40% 줄었다.
사업비 부담도 확대됐다. 9월 말 기준 사업비는 8801억원으로 전년 동기(7502억원) 대비 약 17% 증가했다. 보장성보험 확대 과정에서 판매 경쟁이 심화되며 모집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장기 수익성을 가늠하는 보험계약마진(CSM)은 4조6000억원대 수준을 유지하며 방어에 성공했지만, 신계약 CSM은 3분기 4334억원으로 전년(7226억원) 대비 약 40% 감소해 향후 성장 속도에 대한 부담도 함께 제기된다. 보장성 전환이 불가피했지만, 사업 전환의 속도와 비용 관리가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와 보험금 지급 증가 등으로 인해 신계약 CSM과 보험손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며 “2026년에는 건강보장 중심의 영업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해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 여력은 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3분기 말 지급여력(K-ICS) 비율은 400%를 웃돌며 규제 기준을 크게 상회한다. 보장성 확대가 자본 부담으로 직결되는 구조 속에서도, 당장의 건전성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 ‘판촉물 납품’ 논란…내부통제 민낯 ‘범정부 특별단속’ 대상
다만 농협생명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는 실적이 아니라 신뢰 부분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판촉물 핸드크림 납품 논란’은 농협생명의 내부통제 수준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농협생명은 2024년 말 고객 사은품 명목으로 핸드크림 10만개를 약 20억원에 수의계약했으나, 납품 과정에서 농협생명 고위 직원의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가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문제에 대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국정감사에서 “비위 혐의가 짙다”면서 “검사 결과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엄중 조치하겠다”며 강도 높은 조치를 예고했다. 현재 금융당국의 농협금융지주 특별감사에서 사안이 다뤄지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이달 말부터 국무조정실·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농식품부가 참여하는 범정부 합동 특별감사에 착수, 감사 대상에는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는 물론 주요 자회사들이 포함돼 있다. 농협생명 역시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박 대표가 강 회장 체제에서 선임된 인사라는 점에서 경영 성과와 별개로 지배구조 리스크의 영향권에 놓였다는 시선도 나온다. 박 대표가 신년사에서 유독 ‘규정 준수’와 ‘금융소비자 보호 DNA’를 반복해 강조한 배경으로도 읽힌다.
◇ 엎친데 덮친 격, 경쟁사 ‘우리금융’ 동양·ABL 인수 변수까지
업계 환경도 녹록지 않다.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회사 편입을 완료하며 통합을 통한 외형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합이 마무리될 경우 자산 규모 기준으로는 농협생명을 넘어선다. 업계에서는 보험 본업과 순이익 측면에서도 농협생명이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박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는 명확하다. 보장성보험 중심 전환이라는 전략적 선택이 옳았음을 실적으로 증명하는 동시에,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체계가 실제로 작동한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올해는 보장성 주력상품을 리뉴얼하고, 건강보장 상품 라인업을 확대해 영업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채널별 영업역량 강화를 통해 수익성 중심으로 내실성장을 지원하고, 고객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 AI·데이터·플랫폼 기반의 고객 편의성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정수미 기자 sumipotat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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