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보다 효율을 택한 모델 설계해
독자성 기준을 정확히 겨냥한 대응
국가대표 AI가 허용한 하나의 해법
[편집자 주] 정부의 ‘국가대표 AI(인공지능)’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평가 결과,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가 탈락하고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가 2차 단계에 진출했다. 당초 5개 정예팀 가운데 1곳만 탈락시키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최종 평가 과정에서 두 팀이 제외되며 정부가 어떤 AI를 국가 전략으로 키울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보다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지는 ‘국가대표 AI 해부’ 시리즈를 통해 단순한 성능 비교를 넘어, 각 기업이 어떤 AI를 만들고 있으며 왜 그런 전략을 선택했는지를 짚는다. 기술 나열이 아닌 전략과 철학의 관점에서, 통과와 탈락을 가른 선택의 차이를 독자 눈높이에서 분석한다.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업스테이지는 국가대표 AI 본선에 오른 팀 중 단연 눈에 띄는 기업이다. 대기업과 통신사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스타트업으로는 유일하게 본선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모델의 크기나 자본력이 아닌 효율과 독자성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 정부의 평가 기준과 맞아떨어진 결과다.
◇ 작지만 강한 모델
업스테이지가 내세운 모델은 ‘솔라 오픈 100B’다. 초거대 AI 경쟁의 기준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다. 그러나 업스테이지는 파라미터 숫자보다 학습 효율과 성능 균형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어·영어·일본어 등 주요 언어 지표에서 글로벌 경쟁 모델과 대등하거나 일부 항목에서는 앞선 성능을 기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은 데이터와 학습 방식이다. 업스테이지는 약 20조 토큰 규모의 고품질 사전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델을 훈련했다.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쌓기보다 언어와 도메인별 품질 관리에 집중했다. 특히 한국어 맥락 이해와 추론 능력에서 경쟁력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델 구조 역시 효율성을 전제로 설계됐다. MoE(작업에 따라 일부 모델만 작동시키는 방식) 구조를 적용해 필요할 때만 일부 파라미터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연산 비용을 낮췄다. GPU 자원 활용과 학습 속도 측면에서도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업계에서는 같은 자원으로 더 많은 성능을 끌어낸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스테이지 관계자는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을 바탕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됐다”며 “2차 단계부터는 스탠퍼드 대학교와 뉴욕대학교 연구진이 합류해 기술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빅테크 기업들을 압도하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모델을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효율을 전략으로 만든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본선 진출을 가른 또 하나의 요인은 독자성에 대한 대응 방식이다. 이번 국가대표 AI 프로젝트는 모델 설계부터 사전학습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했는지를 핵심 기준으로 삼았다. 해외 모델을 기반으로 한 파생형 접근은 구조적으로 불리했다.
업스테이지는 초기 단계에서 제기된 유사성 논란에 대해 학습 로그와 체크포인트, 실험 기록을 공개하며 정면 대응했다. 개발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 검증을 거쳐 프롬 스크래치 개발임을 입증했다. 기술 그 자체보다도, 정부 평가 프레임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맞춰 증명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스테이지의 선택은 단기 성능 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모델을 크게 키우기보다 실제로 운영 가능한 AI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체 강화학습 프레임워크와 GPU 최적화를 통해 학습 비용을 낮췄고, 서비스 적용을 염두에 둔 구조를 설계했다.
이 전략은 산업 확장성과도 연결된다. 업스테이지는 금융·법률·의료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AI 전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단순한 데모가 아니라 실제 업무에 적용 가능한 AI를 목표로 한다. 개발자와 기업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API와 도구를 확장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업스테이지의 본선 진출은 국가대표 AI 경쟁이 가장 큰 모델을 뽑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독자적으로 만들었는지, 효율적으로 운영 가능한지, 실제로 확장할 수 있는지가 함께 평가됐다. 스타트업이라는 한계는 약점이 아니라 전략이 됐다.
박혜진 서강대학교 AI·SW 융합대학원 교수는 “업스테이지의 본선 진출을 스타트업에 대한 배려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솔라 모델이 가진 경량성과 효율성이 평가 기준과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무조건 큰 모델보다 목적에 맞게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AI를 지향하는 글로벌 흐름과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역시 향후 구축 비용과 운영 비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런 가벼움은 국가대표 AI 후보로서 강력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규 기자 ps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