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은 커졌지만…CSM 효율·사업비 부담 확대
보험업 경력 無 신임 대표…질적 성장 카드 될까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신한라이프가 2026년을 통합 출범 5주년이자 성장 전략 전환의 해로 규정하고 ‘질적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외형 확대를 통해 실적을 키워온 기존 기조에서 벗어나,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효율과 자본 건전성, 소비자 보호를 중심으로 한 균형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는 올해 △고객이 최우선 가치인 회사 △기반이 튼튼한 회사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혁신하는 회사 △함께 성장하며 책임을 다하는 회사 등 4대 전략을 제시했다.
천상영 신한라이프 대표는 “통합 이후 이뤄낸 성과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체력과 역량이 강화된 ‘밸런스가 좋은 회사’가 돼야 한다”며 단기 실적보다 구조적 안정성에 무게를 뒀다.
◇실적은 최대치…그러나 성장 방식은 조정 국면
신한라이프는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왔다. 2022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494억원, 2023년 4724억원, 2024년 5284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5145억원으로 이미 전년 연간 실적에 근접해 연간 최대 실적 달성 가능성이 거론된다.
별도 기준 누적 순이익은 5193억원으로 한화생명(3158억원)을 웃돌며 생보업계 3위권에 진입했다. 이영종 전 대표가 공언한 ‘톱2 생보사’ 목표에도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수입 보험료 가운데 보장성보험의 비중이 80.3%를 차지해 새 국제회계 기준(IFRS17) 체제에서 유리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실적과 달리 성장 과정에서 부담 요인도 함께 누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라이프의 지난해 3분기 별도 기준 보험손익은 57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보험계약마진(CSM) 상각으로 수익을 인식했지만, 예상 대비 실제 보험금 및 사업비 차이가 줄어들며 보험손익이 둔화된 영향이다.
같은 기간 사업비는 1조4873억원에서 1조8102억원으로 3229억원 늘었다. 보험료 수입 대비 사업비 비중을 나타내는 사업비율은 31.8%로, 업계 평균(21%)을 크게 웃돌며 최상위권에 속했다. 사업비율이 높을수록 설계사 수수료, 마케팅비, 운영비 등 비용 부담이 커져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업계에서는 이영종 전 대표 체제에서 단기납 종신보험과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 중심의 외형 확대 전략이 매출 성장을 이끌었지만, 환급률이 높고 사업비 지출이 큰 상품 비중이 늘면서 CSM 효율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설계사 인센티브 확대 등 건강보험 경쟁 심화 역시 비용 증가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같은 구조는 향후 손해율·예실차 확대와 함께 소비자 보험료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하락도 같은 맥락이다. 신한라이프의 K-ICS 비율은 2023년 말 250.8%에서 2024년 말 205.7%, 지난해 3분기 189.7%까지 낮아졌다. 규제 기준은 상회하고 있으나, 성장 국면에서 자본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 CSM 중심 포트폴리오…‘양’보다 ‘효율’ 관리
이에 따라 신한라이프는 새해 경영 핵심 과제로 안정적인 자본 여력 확보와 CSM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제시했다. 상품 구조와 채널 전략을 동시에 점검하며 영업 효율 관리와 완전판매를 질적 성장의 축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자본 관리와 관련해서는 듀레이션 갭 관리를 중심으로 대응 전략을 마련했다. 공동재보험 출재를 지속하는 동시에 국공채 비중 확대 등을 통해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고 신계약 듀레이션 관리로 자본 변동성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천 대표 취임 이후 단행된 조직개편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신한라이프는 기존 11그룹 16본부 79부서 체제에서 11그룹 12본부 83부서로 조직을 재편하며, 본부 수를 줄이고 실행·관리 기능을 세분화했다.
특히 소비자지원파트를 소비자지원팀으로 승격해 CEO 직속으로 두고, 디지털보안팀을 신설하는 등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조직의 위상을 강화했다. 회사 측은 윤리준법경영 방침을 조직 전반에 내재화하고, 보험금 지급·불완전판매·민원 등 고객 접점 전반에서 의사결정 속도와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톤틴연금·요양사업…새 먹거리, 그러나 리스크도
상품 전략에서는 연금과 시니어 사업이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신한라이프는 올해 첫 신상품으로 업계 최초 한국형 톤틴연금인 ‘신한톤틴연금보험’을 출시했다. 톤틴 연금은 중도 사망자나 해지한 가입자의 적립금을 생존자에게 재분배해 생존자에게 돌아가는 연금액이 늘어나는 구조다. 신한라이프는 국내 제도에 맞게 연금 개시 전 사망 시에도 납입 보험료나 적립액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도록 설계했다.
다만 연금보험 자체의 낮은 수익성과 톤틴 구조의 복잡성으로 불완전판매 및 사후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로 지목된다. 판매 이후에도 연금액 변동으로 지속적인 설명이 필요해 관리 비용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회사는 완전판매 교육과 상품 이해도 모니터링, 자체 판매 자격제도 등을 병행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요양사업 역시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제시됐다. 신한라이프는 시니어사업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를 통해 프리미엄 요양시설 ‘쏠라체 홈 미사’를 개소하며 시니어·헬스케어 사업 확장에 나섰다. 다만 초기 투자 부담과 수익성 확보 여부는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보험업 경력 없는 CEO…천상영에게 쏠린 시선
신한라이프의 전략 전환은 CEO 교체와 맞물리며 더욱 주목된다. 회사는 역대 최대 실적을 앞두고 외형 성장을 이끈 이영종 전 대표를 교체하고, 보험업 경력이 전무한 천상영 대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실적 부진이 아닌 ‘성과 이후 교체’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평가가 나온다.
천 대표는 신한금융지주 CFO 출신으로 그룹 차원의 자본 관리와 재무 전략에는 정통하지만, 보험 상품·리스크·영업 현장을 직접 경험한 이력은 없다. 보험업 특유의 장기 부채 관리와 손해율, 예실차, 민원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다뤄야하는 생명보험사 CEO로서는 분명한 부담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한금융이 천 대표를 선택한 것은 외형 확장 국면을 마무리 하고 자본·CSM·내부통제 중심의 ‘관리 국면’으로 전환하겠다는 판단이 반영된 인사로 해석된다.
천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는 분명하다. 외형과 순이익 증가 흐름을 유지하는 동시에 CSM 효율과 자본 안정성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 보험업 경험이 없는 CEO 체제가 신한금융 비은행 실적 1위와 생보업계 빅3 구도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는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고객의 생애 전반의 건강 관리와 보장을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상품 구조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시장 환경과 고객 니즈를 반영한 상품 경쟁력 강화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수미 기자 sumipotat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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