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WM 중심 ‘안정 성장’ 본격화…30억 이상 초고액자산가 6000명 돌파
퇴직연금 업계 2위로 부상…발행어음 인가 과제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삼성증권이 리테일과 본사 영업의 균형 성장을 앞세워 2년 연속 ‘1조 클럽’을 돌파했다. 삼성증권은 자산관리(WM)를 중심으로 한 안정적 수익 구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소비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운 경영 기조로 질적 성장을 추구한다는 복안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WM과 기업금융(IB)를 양축으로 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2년 연속 ‘1조 클럽’ …수익성 회복
삼성증권은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으로 각각 1조451억원, 7923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5.04%, 5.44% 증가한 규모다.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1974억원으로 44.8% 늘었고, 해외주식 거래 확대에 힘입어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전 분기 대비 약 26.0% 증가했다.
WM 부문 수수료 수익도 고액자산가 유입이 이어지며 전년 동기 대비 57.0% 증가한 414억원을 기록했다. 자산 1억원 이상 리테일 고객은 3분기에만 3만7000명 늘어나며 고객 자산이 전 분기 대비 37조4000억원 증가했다.
IB 부문 수수료 수익은 인수금융 딜 반영으로 83.3% 급증한 942억원을 기록했다. 케이뱅크, 마이리얼트립 등 주요 기업의 기업공개(IPO) 주관사 지위를 확보하며 중장기 수익 확대 기반도 마련했다.
◇ 초고액자산가 6000명 돌파…WM 경쟁력 강화
삼성증권은 WM 부문을 중장기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고, 고액자산가 중심의 질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삼성증권의 30억원 이상 고객 수는 6223명으로 집계됐다. 2024년 말 대비 58.2% 증가한 규모다. 업계 최초로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고객 수 6000명을 돌파했다.
고액자산가의 자산 규모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법인을 제외한 개인 고객 자산이 2024년 말 대비 70% 가량 늘어난 약 135조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1000억원 이상 가문을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 고객 수는 150가문, 관리 자산 43조원을 넘어섰다. 업계 최초로 초고액자산가 전담 브랜드 ‘SNI’를 도입한 이후 15년간 축적한 자산관리 노하우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퇴직연금 잔고도 빠르게 늘며 업계 내 위상도 높아졌다. 삼성증권은 한때 업계 4위에 머물렀던 퇴직연금 부문에서 지난해부터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삼성증권의 연금 잔고는 2024년 말 21조2000억원에서 지난달 12일 기준 30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1년 새 42%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개인형퇴직연금 잔고도 26조원으로 51.9% 급증했다. 특히 확정기여형(DC형),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잔고가 각각 51%, 43% 증가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예탁자산 30억원 이상 고객 5000명 돌파를 달성한지 약 3개월 만에 6000명을 돌파했다”며 “앞으로 고객에게 맞춤형 투자 솔루션을 제공해 업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 발행어음 9년째 문턱…내부통제 리스크는 구조적 과제
다만 삼성증권의 중장기 성장 전략에서 발행어음 인가 지연은 여전히 핵심 리스크로 꼽힌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7년부터 발행어음 인가 요건을 충족하고 초대형 IB 전환을 시도해왔으나, 9년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이 초대형 IB 신규 지정을 재개하면서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5곳이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11월,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같은 해 12월 각각 인가를 획득했다. 반면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의 인가는 해를 넘기며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초대형 IB의 핵심 수익 기반이다. 조달 자금은 기업대출과 인수금융, 대체투자, 모험자본 투자 등에 활용된다. 인가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경쟁사 대비 IB 확장 속도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삼성증권 인가 지연을 두고 내부통제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4월 초고액자산가(VIP) 거점 점포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투자성향 확인서 허위 기재, 필수 안내 및 서류 누락, 내부 승인 절차 미준수, 기록 관리 부실 등 위반 사례가 발견됐다. 현재까지 금융당국 제재 수위는 정해지지 않고 있다.
삼성증권에서는 지난 2018년에도 유령주식 배당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직원의 전산 입력 실수로, 우리사주 조합원들에게 1주당 1000원이 아닌 1000주의 주식이 배당된 것이다. 실제 배당금 28억1295만원이 지급돼야 했지만, 전산에는 28억1295만주가 입력됐다.
사고 발생 약 30분 동안 1208만주의 유령 주식 매도 주문이 나왔고, 이 중 약 530만주가 체결되면서, 삼성증권 주식 거래량은 전날의 40배가 넘는 2080만주에 달했다.
삼성증권의 주주인 국민연금은 이 사건으로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봤다며 2019년 299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2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국민연금은 사고 당일 보유 주식 94만주를 포함해, 같은 해 9월 28일까지 총 357만주를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금융당국은 신사업 인가와 제재는 분리한다는 방침이어서 내부통제에 대한 점검은 원칙대로 하되 발행어음 사업자 선정은 늦어도 올해 상반기 안으로는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에 삼성증권은 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장기 신뢰 기반 성장을 택했다.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소비자 보호를 모든 업무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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