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일반

[국가대표 AI 해부②] 산업형 AI의 도전… NC AI는 왜 본선에 서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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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 모델 대신 산업 현장을 겨냥한 설계
독자성 평가 기준과 어긋난 전략의 한계
선발전이 남긴 ‘국가대표 AI’의 방향성

[편집자 주]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가 정부의 ‘국가대표 AI(인공지능)’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평가에서 탈락했다. 당초 정부는 5개 정예팀 가운데 1곳만 탈락시키고 4곳을 남긴다는 계획이었지만 최종 판단 과정에서 두 팀을 떨어뜨렸다. 1차 평가 결과를 보면 정부가 어떤 AI를 국가 전략으로 키울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평이다. 이에 본지는 ‘국가대표 AI 해부’ 시리즈를 통해 참여 기업들의 AI를 기술 나열이 아닌 전략과 철학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각 기업이 어떤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이 왜 통과하거나 탈락했는지를 독자 눈높이에서 짚어 본다.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서 NC AI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국가대표 AI(인공지능)는 얼마나 똑똑해야 하는가, 아니면 어디에 쓰여야 하는가.”

NC AI는 이번 국가대표 AI 경쟁에서 처음부터 다른 질문을 던진 팀이었다. 범용 챗봇이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AI를 만들겠다는 선택이었다. 정부가 추진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평가에서 NC AI는 산업형 AI라는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평가의 기준은 그 질문과 끝내 맞지 않았다.

◇ 챗봇 대신 산업을 택한 이유

NC AI의 전략은 명확했다. 모든 질문에 답하는 범용 AI보다 산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AI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제조 공정, 국방 시뮬레이션, 콘텐츠 생성 등 실제 적용을 전제로 한 영역에서 AI의 역할을 정의했다.

NC AI가 제시한 파운데이션 모델은 하나의 거대한 범용 모델이 아니다. 여러 산업 특화 AI를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도록 설계된 기반 모델에 가깝다. 산업별 데이터가 축적되면 이를 반영해 모델을 조정하고, 목적에 맞게 확장하는 구조다. 모델 규모를 키우는 대신 운영 효율과 적용성을 우선에 둔 설계였다.

이 같은 접근은 NC AI의 출발점과 맞닿아 있다. 대규모 동시 접속 환경에서 실시간 판단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온 게임 개발 경험이다. NC AI는 AI를 대화형 서비스가 아니라, 판단하고 반응하는 시스템으로 인식해왔다. 산업형 AI 전략은 기술 선택이 아니라 문제 정의의 결과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번 국가대표 AI 프로젝트의 기준은 산업 활용보다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의 형식 요건에 더 무게가 실려 있었다. 정부는 모델 설계부터 사전학습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했는지를 핵심 기준으로 삼았다. 가중치를 초기화한 뒤 처음부터 학습하는 방식이 최소 조건으로 제시됐다.

이 과정에서 NC AI의 전략은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산업 적용을 염두에 둔 모델 구조와 운용 방식은 강점이었지만 평가 과정에서는 어디서부터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하게 작동했다. 범용 벤치마크 중심의 비교에서도 NC AI의 선택은 평가 프레임의 중심에서 비켜섰다.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서 NC AI 부스를 찾은 시민이 AI 체험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성능이 아닌 프레임의 충돌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를 두고 잘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어디서부터 만들었는지를 본 평가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가대표 AI 선발전이 던진 질문은 출발점이었고 NC AI가 던진 질문은 도착지였다는 평가다.

NC AI의 탈락을 기술력 부족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산업 시나리오 기반 평가에서 일정 수준의 완성도를 보였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다만 이번 1차 평가는 성능을 촘촘히 비교하는 무대라기보다, 후보군을 압축하기 위한 기준 검증에 가까웠다.

정부가 이번 사업을 통해 확보하려는 것은 단일 서비스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외산 모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구조가 핵심이다. 이 관점에서 NC AI의 산업형 접근은 의미가 있었지만, 평가 프레임의 중심에는 서지 못했다.

NC AI는 1차 탈락 이후 재도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의 판단을 존중하되, 이번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 특화 AI와 피지컬 AI 등 자사가 강점을 가진 영역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 과제에 투입되는 대규모 리소스보다, 민간 산업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AI 비즈니스 확장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판단으로 읽힌다.

이충형 남서울대학교 AI메타융합학과 교수는 “NC AI는 평가 항목 가운데 ‘범용성’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게임 분야의 방대한 데이터와 서버 아키텍처 설계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VARCO’ 등 게임 특화 AI 경쟁력은 분명하지만, 모든 산업을 포괄하는 국가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이라는 목표와는 결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력이 부족하다기보다 정부의 AI 기술 지향 방향과 맞지 않았던 사례로, 재도전을 포기한 뒤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게임·콘텐츠 제작 중심의 버티컬 AI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성규 기자 p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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