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서양 미술사 600년을 대표하는 65점의 명작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마이데일리가 독자들의 관람에 깊이를 더할 작품 도슨트를 엄선해 선보입니다.
▲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파란 눈의 소년>
푸른 눈의 소년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목이 비정상적으로 길고, 얼굴은 가면처럼 단순화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런 화풍이 모딜리아니의 시그니처입니다. 그는 인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영혼의 본질을 포착하려고 했습니다.
1884년 이탈리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모딜리아니는 1906년 파리로 왔습니다. 몽마르트와 몽파르나스를 떠돌며 작품 활동을 한 그를 사람들은 '보헤미안의 왕자'라 불렀습니다. 잘생긴 외모, 시를 읊는 낭만, 그리고 끊임없는 가난. 이 모든 것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였습니다.
1916년, 이 작품이 그려진 해는 제1차 세계대전의 한복판이었습니다. 파리는 전쟁의 그림자에 덮여 있었고, 모딜리아니는 병역을 면제받은 대신 더욱 격렬하게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시기 그는 놀라운 속도로 초상화를 완성했는데, 대부분 단 한 번의 세션으로 끝냈다고 합니다.
이 소년의 얼굴을 자세히 보세요. 황금빛 머리, 푸른 눈, 주황빛 피부. 모딜리아니는 아프리카 조각과 동료 브랑쿠시의 조각에서 영향을 받아, 얼굴을 기하학적으로 단순화했습니다. 타원형의 얼굴, 아몬드 모양의 눈, 삼각형의 코…. 대상의 단순화에서 나아가 인물의 본질을 추출했습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이 '길게 늘어난 목'인데요. 마치 삶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목을 길게 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모딜리아니는 늘 최소한의 요소로 최대한의 효과를 만들어냈습니다. 배경의 어두운 색과 인물의 따뜻한 색조가 만나면서, 소년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존재가 됩니다.
모딜리아니는 평생 가난했습니다. 술과 약물에 의존했고, 결핵으로 35세에 생을 마감합니다. 하지만 그의 초상화들은 비극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과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이 푸른 눈의 소년도 마찬가지입니다. 슬픔과 순수함이 공존하는 이 얼굴은, 전쟁의 폭력 속에서도 인간의 순수함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나는 당신의 영혼을 그립니다" 모딜리아니가 남긴 말입니다. 실제로 그의 초상화 속 인물들은 모두 비슷해 보이면서도 각자의 고유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외형의 재현이 아니라 내면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20세기 모더니즘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보셨습니다. 소로야의 강렬한 햇빛부터 모딜리아니의 영혼의 초상까지…. 이들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하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보이는 것 너머의 진실을 그리는 것. 그것이 바로 20세기 초 예술가들이 일으킨 위대한 혁명이었습니다.
▲ 도슨트 소개
이소영 작가는 미술 교육인이자 미술 에세이스트입니다. 조이뮤지엄·빅피쉬 아트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하루 한장 인생그림', '처음 만나는 아트컬렉팅' 등 책을 썼습니다.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은 오는 2월 22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