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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벤츠 CTO “韓, 혁신 파트너…삼성·SK·LG 협력 강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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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전동화 전략은 ‘유연성’
엔비디아와 손잡고 자율주행 기술 선봬…‘레벨4’도 개발

15일 서울스퀘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요르그 부르저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이사회 멤버 및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개발·구매 총괄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벤츠코리아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요르그 부르저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이사회 멤버 및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개발·구매 총괄이 한국을 단순한 판매 시장이 아닌 ‘전략적 기술 협업 파트너’로 규정하며 협력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또 하드웨어 중심 차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그는 자체 차량 운영체제(MB.OS)와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중심으로 자율주행과 전동화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부르저 CTO는 15일 서울스퀘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은 단순한 판매 시장이 아니라 전략적인 기술 협업 파트너”라며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단순히 차량을 판매하는 시장을 넘어, 기술 협업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라며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삼성, LG, SK와 미팅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혁신 역량이 매우 높은 국가로, 기술력과 시장성을 모두 갖춘 중요한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삼성과의 공급 논의를 포함해 한국 주요 제조사들과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다. 부르저 CTO는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뿐만 아니라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과도 협력을 논의하고 싶다”며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과 혁신 속도에서 글로벌 선두에 있다. 앞으로도 한국의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고체 배터리와 전구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도 여러 파트너와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부터 CTO를 맡게 된 그는 메르세데스-벤츠에서만 약 27년을 근무했다. 입사 초기에는 차체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 생산 부문에서 활동한 뒤 연구개발(R&D) 조직으로 이동했다. 부르저 CTO는 “연구 부문으로 다시 돌아온 것을 개인적으로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140년에 걸친 혁신의 유산을 가진 벤츠에서 생산과 연구는 결코 분리된 영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이 연구개발 과정에서 효율 개선과 혁신 구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부르저 CTO는 “생산과 연구는 긴밀하게 맞물려야 하며 제가 가진 생산 분야의 경험 역시 연구개발 조직과의 협업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서울스퀘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요르그 부르저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이사회 멤버 및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개발·구매 총괄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벤츠코리아

최근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대해서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전환’을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하드웨어 중심의 혁신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 혁신이 차량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라며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자체 차량 운영체제(OS)인 ‘MB.OS’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MB.OS는 인포테인먼트 영역에서의 사용자 경험 혁신뿐 아니라, 인공지능(AI) 기술 확산 환경에서 유연하고 확장성 있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 기반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벤츠의 미래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엔비디아와의 전방위적 파트너십이다. 벤츠는 지난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IT 전시회 ‘CES 2026’에서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Alpamayo)’를 탑재한 신형 CLA를 출시한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부르저 CTO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약 5~6년 전부터 시작됐다”며 “이 협력은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넘어 공장 설계와 구축 단계까지 확장됐다”고 말했다. 실제 벤츠는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기반 기술을 활용해 독일 라슈타트 공장 개조와 헝가리 공장 구축을 진행하며 생산 효율을 끌어올렸다.

아울러 그는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에 대해 “현재 시장을 보면 미래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각 기업들이 저마다의 전략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며 “메르세데스-벤츠는 혁신을 추진할 때 단독 접근보다는 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전자식 주행 안전 프로그램(ESP) 개발 과정에서도 협력을 통해 기술을 고도화했으며, 이번 엔비디아와의 협력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먼저 차량에 적용해 시장에 선보이고, 이후 다른 업체들이 이를 참고해 따라오는 구조를 만들어 왔다”며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을 가장 먼저 탑재한 것도 이러한 선도 전략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알파마요를 선택한 이유로는 강력한 칩 성능과 이중화 구조를 들었다. 그는 “엔드투엔드(End-to-End) 시스템과 기존 클래식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는 안전성 측면에서 매우 독보적”이라며 “레벨2+ 자율주행부터 적용해 향후 다른 차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적용 시점은 각국의 규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부르저 CTO는 “현재 운전자가 차량에서 완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레벨4 자율주행도 현재 개발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5일 서울스퀘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요르그 부르저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이사회 멤버 및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개발·구매 총괄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벤츠코리아

알파마요를 가장 먼저 탑재할 모델로 신형 CLA가 꼽힌 배경에 대해서는 “자동차 산업의 혁신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차량의 통상적인 라이프사이클이 약 7년인 반면, 소프트웨어는 2~3년 단위의 빠른 혁신이 요구된다”며 “CLA는 이러한 소프트웨어 중심 혁신을 적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이사 역시 “신형 CLA는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혁신의 집약체”라며 “한국 시장에도 규제 환경이 정비되는 대로 최신 자율주행 기능을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동화 전략과 관련해서는 ‘유연성’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는 “현재 공장에서는 전기차, 내연기관차, 최첨단 전동화 차량이 동시에 생산되고 있다”며 “어떤 파워트레인을 선택할지는 고객이 결정해야 하고, 국가별로 상이한 규제 환경을 고려했을 때 유연하게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성능 브랜드 AMG의 전동화 로드맵도 구체화됐다. 벤츠는 올해 하반기 고성능 전기차 ‘AMG GT 4도어 쿠페’를 글로벌에 선보일 예정이며, 한국에는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12기통 엔진의 향후 존속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내연기관 관련 세부 계획은 기밀”이라면서도 “내연기관이 가진 성능과 효율을 전동 파워트레인과 결합하는 다양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르저 CTO는 현재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 “기술뿐 아니라 조직과 문화의 변화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 업무의 약 3분의 1은 회사 문화와 조직 구조 개선에 집중돼 있다”며 “연구개발과 생산, 각 부서가 보다 민첩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부르저 CTO는 “메르세데스-벤츠는 앞으로 2년 반 동안 대대적인 신차와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140년 혁신의 출발점에 선 지금, 혁신을 위해 민첩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원 기자 s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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