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 新경영코드②] 김동원號 글로벌 확장, 한화생명 실적 반등 이끌었지만…본업 부진에 ‘빅3’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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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주도 해외 진출 가속…M&A 성과로 실적 방어
순익 증가에도 보험손익 적자…투자·자회사 의존↑
자본 건전성 악화 지속…지급여력비율 업계 ‘최하위’

(왼쪽부터)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겸 최고글로벌책임자(CGO), 권혁웅 대표이사 부회장, 이경근 대표이사 사장. /그래픽=정수미 기자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한화생명의 새해 경영 코드는 ‘글로벌 시너지 극대화’와 ‘소비자 보호’다. 김동원 사장 겸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주축으로 외형 성장을 이뤄온 기존 전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소비자 신뢰 회복과 중장기 수익 구조 재편에 방점을 찍겠다는 복안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금융 부문과 관련해 “글로벌 시장으로의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해 빠른 속도로 도약해야 한다”며 “세계 금융시장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자산과 AI 접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룹 차원의 이 같은 메시지는 김 사장과 권혁웅 부회장, 이경근 사장이 이끄는 한화생명의 신년 경영 전략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한화생명은 올해 경영 최우선 과제로 소비자 보호 강화를 제시했다. 그동안 설계사 조직 규모를 지속 확대하며 업계 선도적 입지를 구축해 왔다면, 앞으로는 양적 성장에 더해 소비자 보호를 핵심 가치로 삼아 관련 체계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 ‘오너 3세’ 김동원 사장…글로벌 확장의 얼굴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겸 최고글로벌책임자(CGO)가 지난해 12월 8일 ADFW 2025의 글로벌 마켓 서밋 현장에서 개회사를 발표하고 있다. /한화생명

한화생명의 글로벌 코드를 실제로 끌고 가는 인물은 김동원 사장이다. 김 사장은 김승연 회장의 차남으로, 보험업계 대표 오너 3세 가운데 최고경영진 반열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한화생명에서 디지털·해외 보직을 두루 거쳤고, 2023년 CGO 선임과 동시에 사장으로 승진하며 글로벌 확장을 전면에서 지휘해왔다. 업계에서는 해외 사업 성적표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는 분위기다.

실제 숫자상 성과는 분명하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30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4.9% 급증했다. 같은 기간 누적 순이익도 7689억원으로 5.8% 늘었다.

국내 GA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비롯해 손해보험·자산운용·증권 등 종속법인 실적이 개선됐고, 인도네시아 노부은행과 미국 벨로시티증권 등 신규 편입 해외 자회사 실적이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된 효과다.

3분기 기준 GA 자회사·손해보험·해외법인 등이 기여한 순이익은 1710억원으로, 전체 연결 순이익의 절반을 웃돌았다. 김 사장이 주도한 확장 전략이 연결 실적 방어에는 분명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확장은 외형에서도 확인된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 40%, 7월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를 잇따라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보험에서 은행·증권으로 넓혔다. 국내 보험업황 부진을 해외와 비보험 영역으로 보완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 본업은 적자 전환…예실차·사업비 부담 현실화

한화생명 3분기 연결·별도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 추이. /정수미 기자

문제는 연결 실적과 달리 한화생명 본체의 흐름이 흔들렸다는 점이다. 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3분기 별도 기준 순이익은 13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5% 감소했고, 누적 기준 순이익도 3158억원으로 46% 줄었다.

보험 본업의 부담은 더 뚜렷했다. 3분기 별도 기준 누적 보험손익은 1390억원으로 63.4% 감소했으며, 3분기 보험손익은 -36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건강보험 판매 확대 이후 의료 이용률 정상화 과정에서 보험금 예실차가 악화된 데다, GA 중심 영업 확대에 따른 사업비 부담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예실차는 보험사가 예상한 보험금·사업비와 실제 발생한 지출의 차이를 의미한다. 한화생명의 3분기 누적 기준 예실차는 1260억원 손실을 기록했으며, 보험금 예실차는 -2700억원에 달했다.

◇ ‘벌어도 못 나눈다’…배당을 막는 구조의 벽

실적 반등에도 불구하고 주주 체감 온도가 낮은 이유는 배당 재개가 쉽지 않은 구조적 제약 때문이다. 핵심은 해약환급금준비금과 자본 건전성 부담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 계약자가 중도 해지할 경우 지급해야 할 환급금을 대비해 적립하는 법정 준비금으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체계에서는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쌓아야 한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해약환급금준비금은 5조2791억원으로, 이익잉여금(7조1545억원)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신계약 판매 확대와 보장성 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이어지면서 준비금 부담은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다.

여기에 자본 건전성 부담도 겹쳤다.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 발생 시에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킥스 비율은 158.2%로 경과조치 적용 회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순수 자기자본만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57% 수준에 그쳤다. 금융당국은 내년 1분기부터 기본자본 킥스 비율 50%를 기준으로 적기시정조치를 적용하는 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한화생명으로서는 단기 배당보다 자본 적정성 관리가 우선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흔들리는 생보 ‘빅3’…확장 다음은 본업 경쟁력

김동원 사장이 주도한 글로벌 M&A가 연결 실적 방어에는 성과를 냈지만, 보험 본업 회복 없이는 생보업계 내 위상 유지도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생명은 한때 삼성생명에 이어 업계 2위를 지켜왔지만 최근 보험손익 부진이 이어지며 교보생명에 순위를 내준 상태다.

더 큰 변수는 신한라이프의 추격이다. 신한라이프의 총자산 규모는 한화생명의 절반도 못 미치지만, 지난해 3분기 별도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에서 5193억원을 기록하며 한화생명을 앞지르는 데 성공했다. 4분기 역시 신한라이프의 우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전통적인 생보 ‘빅3’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원 사장이 주도해 온 글로벌 확장이 한화생명의 새로운 성장 축임은 분명하지만, 그 성과가 보험 본업 경쟁력 회복과 자본·배당 여력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확장형 전략’만으로는 생보 빅3 지위를 방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전날(14일) 한화그룹이 인적분할 결정하면서 김동원 사장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부각되는 분위기다. 김 사장은 금융 부문을 책임지며 그룹의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맡는 동시에, 방산·에너지를 이끄는 김동관 부회장과 함께 존속법인의 핵심 축으로 활약하게 됐다. 금융 부문의 독립성이 확대되면서 김 사장의 경영 성과에 대한 평가 역시 더욱 직접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 전략의 방향은 베트남 법인과 인도네시아 사업을 중심으로 각 국가별 사업 역량을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보장성 중심의 질적 성장과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AI 기반 고객 분석과 업무 자동화 등 디지털 전환을 바탕으로 보험 본업의 경쟁력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까지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수미 기자 sumipotat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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