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서양 미술사 600년을 대표하는 65점의 명작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마이데일리가 독자들의 관람에 깊이를 더할 작품 도슨트를 엄선해 선보입니다.
▲ 시몽 부에 <트로이아에서 탈출하는 아이네이아스와 그의 아버지>
"아버지시여, 제가 감히 당신을 버리고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셨습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 구절로 시작되는 서사시 『아이네이스』는 고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쓴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아이네이아스가 그리스군에게 함락된 트로이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불타는 도시를 탈출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림 중앙에는 젊은 영웅 아이네이아스와 그의 아버지인 안키세스가 있습니다. 아버지는 두 손을 아들의 어깨 위에 얹고, 아들은 온 힘을 다해 아버지를 부축하며 앞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왼편에는 아내 크레우사가 트로이의 가정 수호신, 라레스와 페나테스의 신상을 들고 서 있습니다. 조상의 신앙과 전통을 새로운 땅으로 이어가겠다는 상징이지요.
그러나 그녀는 끝내 불타는 도시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합니다. 그림의 가장 뒤편에는 어린 아들 아스카니우스가 조심스레 뒤따르고 있습니다.
이 세 인물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한 가족의 형태로 서 있습니다. 그림 속 인물들을 비추는 빛은 신의 인도와 희망을 상징하며, 서로를 붙든 이 가족의 모습은 절망 속에서도 놓치지 않는 인간의 의지와 믿음을 보여줍니다.
화려한 전쟁 장면 대신 인간적인 온기를 그려낸 시몽 부에는 17세기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화가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는 베네치아 회화의 부드럽고 생동감 있는 색채, 니콜라 푸생의 고전적 균형감을 융합해 자신만의 우아한 화풍을 완성했지요. 이 작품에서도 그는 차분한 색채와 함께, 고통 속에서도 인간적인 아름다움과 희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도슨트 소개
심성아 도슨트는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등 예술의전당, 국립중앙박물관, 세종미술관 등 국내 주요 미술관에서 전업 도슨트로 활동하며, 전시 해설과 미술 강연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는 전시해설가입니다.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은 오는 2월 22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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