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유진투자증권 보고서 분석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지난해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비만·대사질환 치료제가 항암제를 제치고 매출 정점에 올라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치료제가 기존 블록버스터 지형을 뒤흔들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8일 유진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일라이 릴리의 터제파타이드 성분 제품군과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티드 성분 제품군 매출은 각각 358억달러, 356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됐다. 두 계열 모두 50조원 안팎의 연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터제파타이드는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핵심 성분이며, 세마글루티드는 ‘위고비’에 적용된 주성분이다. 해당 수치는 블룸버그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한 잠정 집계로, 단일 품목 기준 글로벌 매출 1위였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지난해 매출(315억달러)을 10% 이상 웃돈다.
키트루다는 MSD가 보유한 대표 면역항암제로, 2023년 약 25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최고 매출 의약품 자리를 차지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에는 비만 치료제 계열이 급성장하면서 순위가 뒤바뀐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터제파타이드와 세마글루티드를 합산한 연간 매출은 7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화 기준으로는 100조원을 넘어서는 규모로,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이 단일 질환 영역 중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만·대사질환 치료제가 항암제 중심의 블록버스터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향후 시장의 핵심 변수로 경구용 비만 치료제의 본격 상업화를 꼽았다. 노보 노디스크의 먹는 위고비 정제는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뒤 미국 시장에 출시됐다.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은 올해 3월 전후 FDA 허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복용 편의성을 강화한 경구용 후보물질이 최소 3개 이상 개발 단계에 있어, 2028년 이후 순차 출시 가능성이 거론된다.
노보 노디스크의 차세대 후보물질 ‘아미크레틴’은 경구와 피하주사 모두에 적용 가능하도록 설계돼 각각 임상 3상 후기 단계와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스트럭처 테라퓨틱스는 지난해 12월 경구용 저분자 화합물 ‘알레니글리프론’의 임상 2b상 결과를 발표했고, 바이킹 테라퓨틱스도 지난해 8월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 ‘VK2735’의 임상 2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권 연구원은 “2030년에는 경구용 제제가 전체 비만 치료제 시장의 약 30%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구용 치료제 상업화가 다음 신제품 사이클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개발(R&D) 흐름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GLP-1 단독 기전에서 벗어나 아밀린 기반 치료제와 병용요법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2025년 기준 10억달러 이상 규모의 글로벌 딜 가운데 아밀린 관련 거래는 5건, 총 204억달러에 달했다.
권 연구원은 “체중 감량률 경쟁을 넘어 위장관 부작용 감소, 근육량 보존 등 ‘체중 감량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발 전략이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압박 요인도 존재한다. 일부 국가에서의 특허 만료와 미국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이 성장성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세마글루티드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2030년대 초반까지 핵심 특허가 유지되지만, 인도·캐나다·브라질·중국 등에서는 2026~2028년 사이 특허 만료가 예정돼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위고비 가격이 최대 48% 인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캐나다에서는 산도즈가 바이오시밀러 상업화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가격 변수에도 불구하고 비만 치료제 시장의 구조적 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빈 기자 hble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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