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비급여 중증·비중증 분리…자기부담률 50% 상향 검토
약관변경 불가 1600만건…구세대 실손 정리 최대 난제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금융당국이 실손보험 구조 개선을 위해 ‘5세대 실손보험’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1600만건에 달하는 구세대(1·2세대) 계약 전환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보건복지부와 협의 채널을 구축해 5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위한 제도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 새 구조는 비급여를 중증·비중증으로 구분해 보장 수준을 차등화하고, 비중증 비급여 보장한도를 현행 연 5000만원에서 1000만원 안팎으로 낮추는 방안을 포함한다. 자기부담률도 최대 50%까지 높이는 방향이 논의 중이다. 비급여 과다 청구에 따른 손해율 악화를 상품 구조 자체에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분별하게 비급여를 양산한 기존 실손보험 구조는 상품 설계상 하자가 있다”며 “과잉 비급여 진료가 건강보험 제도 전체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세대 실손보험의 축소와 5세대 전환을 병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5세대 실손 도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내년 초부터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온열치료 등 주요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리급여는 비급여 중 과잉 이용 가능성이 큰 항목을 별도로 분류해 진료기준·가격 기준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비급여 가격 통제 기능을 도입하는 조치다.
금감원에 따르면 실손보험의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은 2017년 4조8000억원에서 2023년 8조2000억원으로 70%가량 늘었다. 우리나라 총 비급여 진료비(20조2000억원)의 약 40%를 실손보험이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손보험이 비급여 시장의 가격·이용 구조를 사실상 떠받치며 과잉진료를 유발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5세대 도입만으로 구세대 실손 정리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1세대 및 초기 2세대 실손보험은 약관변경(재가입) 조항이 없는 무기한 유지 구조로, 가입자가 스스로 전환하지 않는 한 상품 변경이 불가능하다. 보장 범위가 넓고 자기부담금이 낮아 보험료가 다소 비싸더라도 전환 유인이 거의 없다.
3·4세대 실손은 갱신 시기에 자연스럽게 신상품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적용되지만, 1·2세대 실손은 갱신 자체가 없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약관변경이 없는 초기 실손보험 가입자는 1600만건으로, 실손 개편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은 전환 유인을 만들기 위해 보험료 감면, 일정 금액 지원, 재매입 방식 등을 논의했지만 아직 확정된 정책은 없다. 연초에는 법 개정을 통한 ‘강제 전환’을 검토했었으나, 현실성이 낮아 철회된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를 악용하거나 과잉하는 소수 가입자 때문에 전체 보험이 왜곡되고 있다”며 “5세대 실손만 내놓아서는 소비자가 전환할 이유가 거의 없어 비급여를 관리급여로 묶어 이용량을 통제하는 조치가 병행돼야 보험료 안정화나 전환 수요가 생길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수미 기자 sumipotat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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