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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완화에도 멈춘 넥센타이어…현지 공장 신설 여전히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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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공장 계획 1년째 진척 없어…“다각도 검토 중”
한국·금호타이어, 생산능력 확대·공장 설립 추진
해외 생산망 대신 법인 확대 집중…관세 리스크 여전
재무 건전성 지표 ‘후퇴’…차입금 부담 가중·채권 급증

넥센타이어 중앙연구소 더넥센유니버시티. /넥센타이어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국내 타이어 업계가 글로벌 생산기지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넥센타이어는 북미 공장 설립 결정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생산기지 설립안만 1년 이상 검토하며 투자 결정을 확정하지 못해 시장 대응력 저하와 함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넥센타이어는 1년 넘게 해외 신규 공장 설립 계획을 검토 중이다. 2023년 발표한 ‘북미 신규 생산 공장 설립’ 계획을 지난해 ‘신규 공장 설립 계획’으로 정정 공시한 이후 추가 진전이 없는 상태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관세 정책과 글로벌 대외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투자 결정을 쉽게 내리기 어렵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할 요소가 많아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신규 공장 설립 계획 발표 당시 북미 지역에 국한해 공장 부지를 검토했으나, 현재는 전 세계 지역을 대상으로 수익성·시장성 등을 다시 따져보는 분위기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앞으로의 지속 성장을 위해 생산능력(캐파) 확대는 필수”라며 “투자 계획이 확정되면 자금 조달 등 후속 절차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나친 ‘신중 모드’가 경쟁사 대비 시장 대응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헝가리와 미국 테네시 공장을 가동 중이다. 헝가리 공장은 2027년까지 연 80만 본 규모의 대형 트럭·버스(TBR) 타이어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테네시 공장은 올해 말까지 증설을 마쳐 생산능력을 550만 본에서 1100만 본으로 두 배 확대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도 최근 폴란드에 법인을 신설하며 유럽 현지 공장 구축에 착수했다. 총 5억8700만달러(약 8600억원)를 투입해 2028년 8월 가동을 목표로 연 600만 본 규모 공장을 짓고 이후 1200만 본까지 증설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금호타이어는 한국·중국·미국·베트남에 이어 유럽까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넥센타이어는 현재 한국과 체코, 중국 공장을 가동 중이다. 지난해 체코 공장 2단계 증설을 마쳐 연 1100만 본을 생산 중이며 중국 칭다오 공장도 동일한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또 공장 설립 대신 현지 법인·지점 신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유럽 루마니아에는 신규 지점을 열었고, 중남미 멕시코와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넥센타이어 체코 공장 전경. /넥센타이어

문제는 북미 공장 설립이 늦어질 경우 관세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넥센타이어는 미국 시장에 타이어를 전량 수출 물량으로 공급하고 있어, 경쟁사 대비 관세 부담 노출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글로벌 생산 확대 과정에서 재무 건전성 리스크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넥센타이어의 3분기 연결 재무제표에 따르면 부채 증가 속도가 자산 증가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자산총계는 4조5744억원에서 4조9417억원으로 8.03% 늘었지만, 부채총계는 2조7028억원에서 2조9483억원으로 9.08%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58.1%에서 59.7%로 상승했다.

특히 단기 유동성 지표가 빠르게 나빠지며 ‘빨간불’이 켜졌다. 단기 상환 의무를 뜻하는 유동 기타지급채무는 지난해 말 3415억원에서 올해 3분기 5348억원으로 56.6%나 급증하며 미지급금 등 단기 부채 부담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유동 매출채권 역시 5137억원에서 7591억원으로 47.77% 늘어 현금 회수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차입금도 증가세다. 차입금(사채 포함)은 지난해 말 1조6587억원에서 올 3분기 1조7325억원으로 738억원(4.45%) 늘었다. 이는 체코 공장 등 해외 설비 투자 과정에서 외부 차입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금융기관 차입금 금리가 최대 5.32%에 달하는 만큼 1.7조원대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 부담은 향후 경영 실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채 발행과 관련된 재무비율(부채비율 400%·500% 이하 유지) 약정은 당장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부채 증가 속도가 자산 증가 속도를 꾸준히 웃돌고 있는 점은 경고 신호로 읽힌다. 수익성이 나아지지 않는데 차입금만 늘어나면 약정 비율을 넘길 위험이 커지고, 이는 신용도 하락과 추가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넥센타이어가 미국 15% 관세 부담을 그대로 안고 있는 데다 경쟁사보다 낮은 수익성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빚만 늘리는’ 구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생산 확대에 따라 유형자산과 차입금이 동반 증가하고 있어 유동성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투자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원 기자 s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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