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

쿠팡의 민낯, 김범석의 부재… 위기 때마다 사라지는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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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인지 늦고 대응은 미흡… 이용자 불안 방치한 경영진
CFO까지 주식 매도… 신뢰 잃은 쿠팡, 리더십 공백 드러나

김범석 의장. /쿠팡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고객 계정 약 3370만개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를 두고 김범석 쿠팡 의장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고 인지 지연과 이용자 보호 조치 미흡, 불완전한 정보 공개 논란이 겹치며 경영 책임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3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6일 계정 정보에 대한 무단 접근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열흘 이상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침해 정황이 보고된 시점부터 회사가 사고를 인식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발생한 셈이다.

이후 유출 사실이 공식적으로 공개되기까지도 시간이 더 걸리면서, 그 사이 이용자들이 별다른 경고 없이 개인정보 노출 위험에 놓였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규모 개인정보 사고에서 최고 경영진의 초기 판단과 대응 속도는 피해 확산을 막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사고 인지부터 공지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김 의장을 정점으로 한 경영진 차원의 신속한 통제나 비상 대응이 충분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위기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이후 이용자 보호 조치 역시 비판 대상이다. 과거 통신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 당시 전면 유심 교체와 비밀번호 초기화 등 강도 높은 대응이 이뤄졌던 것과 달리, 이번 사태에서 쿠팡은 비교적 제한적인 조치에 그쳤다는 평가다. 비밀번호 일괄 변경이나 결제 수단 일시 중단과 같은 조치는 시행되지 않았다.

유출 정보 공개 과정도 혼선을 키웠다. 유출 규모는 초기 수천건 수준에서 고객 계정 3370만개로 대폭 확대됐고, 공동현관 비밀번호 유출 사실 역시 늦게 알려졌다. 개인통관고유부호 유출 여부를 두고도 회사 설명이 엇갈리며 이용자 혼란이 커졌다. 발표 내용이 번복되면서 정보 관리 체계에 대한 신뢰도도 흔들리고 있다.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쿠팡 계정’이 판매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된 점도 사태를 한층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쿠팡은 해당 거래가 이번 침해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중국 전자상거래와 중고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계정 유통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이용자 불안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쿠팡

2차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 IP 로그인 기록, 비정상 결제 승인 시도, 스미싱 문자 수신 사례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쿠팡은 로그인 정보와 결제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 민감정보 유출이 확인되면서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집단소송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법무법인 청은 지난 1일 이용자 14명을 대리해 1인당 2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고, 이후 추가 참여자는 800명을 넘었다. 법무법인 지향은 2500명과 위임계약을 체결했으며, 번화 법률사무소에도 3000여명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로피드 법률사무소가 대리하는 집단소송 참여자 역시 2400여명에 달한다.

탈퇴 절차를 두고도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이후 계정 탈퇴를 시도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사고 피해를 입은 이용자들마저 플랫폼에서 쉽게 이탈하기 어렵다는 구조 역시 김 의장 체제에서 개선 과제로 남았다는 평가다.

논란은 경영진의 주식 거래로까지 번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에 따르면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10일 쿠팡 주식 7만5350주를 주당 29.0195달러에 매도해 약 218만6000달러(약 32억원)를 현금화했다. 프라남 콜라리 전 부사장도 지난달 17일 쿠팡 주식 2만7388주를 매도해 약 77만2000달러(약 11억원)를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거래 시점은 쿠팡이 침해 사실을 공식 인지했다고 밝힌 시점 이전이지만,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전후로 전현직 핵심 임원의 대규모 주식 매도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사고 직후 회사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내부 인사의 주식 처분이 겹치며 경영진의 책임과 도덕성을 둘러싼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범석 의장은 현재까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직접적인 대국민 사과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회사 차원의 해명은 이어지고 있으나, 최고경영자가 전면에 나서 책임과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모습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서 가장 이해되지 않는 대목은 김범석 의장의 부재”라며 “상황 설명조차 실무진 뒤에 숨는 모습은 대기업 수장의 책임 있는 태도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호빈 기자 hble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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