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하늬, 기뻐할 수 없었던 임신…"가족과의 시간 절실해" [MD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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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 / 바이포엠스튜디오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배우 이하늬가 어려움 속에서 '윗집 사람들'을 완성한 얘기를 전했다.

마이데일리는 지난 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윗집 사람들'에 출연한 이하늬를 만나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반복되는 매일 밤 섹다른 층간소음으로 인해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와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다. 하정우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부문과 런던아시아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일찍이 주목받았다.

이날 이하늬는 "사실 저도 굉장히 보수적인 유교걸이다. 처음 대본 받고 이 대사를 어떻게... 차마 이해하지 못한, 처음 본 낯선 단어도 있었다. 19금을 넘어 39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온전히 소화할지가 첫 번째 고민이었다"며 "수경은 현실의 인물이지만, 판타지적인 캐릭터라고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경(이하늬)과 김선생(하정우)은 밑도 끝도 없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감독님한테 '수경이랑 김선생은 천사 아닐까? 약간 변태적인 천사' 그런 얘기를 했다. 아랫집 부부를 내려다보며 '쟤넨 자극이 필요해, 세게 가보자' 해서 온 천사가 아닐까 생각했다. 현수(김동욱), 정아(공효진)는 현실에 있을 법한 부부다. 관객분들은 많이 대입하실 텐데, 수경은 그들에게 툭툭 충격을 주고 자극한다. 신선하면서도 판타지적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하늬 / 바이포엠스튜디오

처음 호흡을 맞춘 배우 겸 감독 하정우에 대해서는 "정말 아이디어가 많고 번뜩이는 사람이다.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이 사람은 도대체 뭐지? 어떤 유형의 사람이지 싶었다. 되게 특이하고 또 신기하다. 저는 사실 잘 몰랐다. 연기 잘하는 건 알았는데 왜들 이렇게 좋아하는지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만나 보니 정말 대체불가한 매력이 느껴졌고, 대중이 어떻게 이걸 알아채고 좋아하실까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제 10배 정도로 자신을 가만히 못 두는 것 같다. 배우들은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 정말 보통 아니다 싶었다. 한편으로는 저의 남자 버전을 보는 느낌도 들었다"며 "비(정지훈) 씨를 볼 때도 그런 느낌을 받은 적 있다. 비 씨는 나랑 정말 짝짝 맞는 기분이라, 전생이라는 게 있다면 6.25 때 잃어버린 오빠 아닐까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정우 감독은 촬영 전 리딩을 유독 많이 했다고. 이하늬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현장에 가면 찍을 시간도 부족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고민을 하게 된다. 전 배우지만, 연차가 오래될수록 제작자의 마인드가 생기는 것 같다"며 "9시 촬영인데 배우가 그때 등장해서 리딩하고 몸 풀면 한 시간씩 까먹는다. 하정우 감독도 배우니까 그런 걸 충분히 알아서 워밍업하는 시간을 많이 가진 것 같다. 또 리딩하다 보면 대사가 어색한 부분이 생긴다. 보통 현장에서 그런 부분을 수정하기도 하는데, 하정우 감독의 경우 수차례 리딩을 거치며 아주 디테일한 동선까지 다 준비한 채로 촬영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를 보니 다들 너무 연기를 잘했더라. 특히 현수(김동욱). 여성 관객들이 너무 비호감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현수가 정아를 너무 사랑한다는 게 다 느껴졌다. 계속 화를 내는 캐릭터인데 거기 사랑이 묻어나게 연기해 버리니까 짠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더라. 사랑하고 소통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인물이라는 게 온전히 느껴졌다. 작품에 정말 연기 잘하는 분들이 모였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은 상대가 예상치 못한 행동, 리액션을 보여준다. 그러면 저도 순간 놀란다. 매 테이크 뻔하지 않은 연기를 주고받는 게 정말 재밌었다. 촬영장에 가면 '선수 입장' 하는 느낌이 오랜만에 들었다"고 밝혔다.

이하늬 / 바이포엠스튜디오

과거 드라마 '파스타'에서 호흡을 맞춘 공효진은 이하늬에게 이번 대본을 건넨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하늬는 "공효진 선배가 시나리오를 줬다. 사실 그때 너무 많이 달려서 쉴 틈이 없었다. '밤피꽃' '애마' '열혈사제2'까지 바로 들어가면서 또 임신과 출산도 있었다. 언니한테 '미안한데 가족들과 너무 있고 싶다. 2주만 쉴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하정우 감독님이 받아주지 않으셨다. 너무 아쉬웠지만, 지금은 가족과 시간이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접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효진 언니와 이 작품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며 "그러다 보니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남편한테 '진짜 미안한데 한 번만...' 양해를 구하고 작품에 참여했다. 배우라는 직업이 가족들의 서포트를 많이 받아야 하는 것 같다. 엄마라서 더 그런 것 같다. 아이 낳고 저의 부재가 가족들에게는 항상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이하늬는 현장에서 재회한 공효진에 대해 "효진 언니가 너무 편안해졌다. 연기 잘하는 사람이 완전 편안한 사람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 그 날카로움을 남에게 부리지 않을 뿐이지, 본인이 갖고 있는 예민함이 있었다. 예민하지 않은 사람은 연기를 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근데 지금은 너무 편안해졌고, 품는 에너지가 정말 세졌다. 현장을 엄마처럼 품어줬다. 여러 에너지 중 엄마처럼 품는 에너지가 가장 큰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말은 안 했지만, 그게 너무 느껴져서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니가 좋은 방향으로 많이 변한 것 같다. 하정우 감독이라 통용되는 것들도 있었다. 둘이 남매처럼, 서로가 서로를 엄청나게 신뢰하고 무한 서포트하는 느낌이 있었다. 효진 언니가 다른 현장이었으면 '가만 안 둬?' 했을 법도 한데, 오히려 제가 그런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되게 놀랍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임신한 채로 촬영하느라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정말 기쁘게 해낼 수 있었던 구심점에는 효진 언니가 있다. 10할의 역할을 해줬다. 사소한 것 때문에 사람이 살고 죽고 하는데, 너무나 따뜻한 배려를 해줬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하늬 / 바이포엠스튜디오

출연을 결정짓고 의도치 않게 둘째 임신 사실도 알게 됐다고 했다. 이하늬는 "촬영 전 아크로 요가 트레이닝을 했는데, 몸이 무겁다고 생각했지만 훈련을 다 마쳤다. 촬영 일주일 전에 임신 사실을 알고는 너무 놀랐다. 믿을 수 없어서 그날 새벽에 바로 병원에 갔다. 믿을 수도 없고, 이러면 안 되고... 너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마냥 기뻐하기가 힘들었다. 당장 약속한 것들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근데 또 경력직이니까 하면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초반엔 입덧도 심하고 엄청 졸렸다. 세포 분열이 될 때 그렇다고 하더라. 내 온몸의 에너지가 블루베리만 한 걸 위해 다 간다는 게 느껴진다. 대사는 또 너무 많고, 힘을 주기도 쉽지 않았다. 정말 재밌지만 많이 고됐다. 현장에는 임신한 걸 숨겼다. 제가 말하는 순간 같이 하는 분들도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아크로 요가 신을 찍다가 저를 한번 떨어트려서 골반에 멍이 들었다. '아기야 괜찮니?' 하면서 혼자 정말 조마조마했다"고 고백했다.

결국 촬영 중반쯤 공효진에게만 임신 사실을 털어놨다고. 이하늬는 "언니가 '너 왜 이렇게 졸아?' 물어보니까 얘기를 했다. 언니가 현장에 말하자고 했지만, 말해봤자 달라질 게 없고, 나 때문에 지장을 주기 싫어서 계속 비밀로 지켰다. 그러다 결국 다들 알게 됐는데, 동욱 씨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 아이가 잘 태어났으니 다행이지만, 만약 잘못됐으면 그 죄책감을 어떻게 하라고 말을 안 했냐고 하더라. 전 배려를 하려고 했는데, 한편으로는 제 생각만 한 걸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출산 3개월 차라는 이하늬는 지금도 복대를 차고 활동 중이라고 했다. 그는 "전에 다른 촬영하다가 떨어져서 허리가 부러졌는데 그 상태로 임신 출산을 하게 됐다. 힘들더라. 허리는 정말 다치면 안 되는 것 같다. 마음먹고 재활해야지 싶었는데 '천천히 강렬하게' 촬영도 길게 했다. 그리고 지금 '윗집 사람들' 홍보에 바로 들어갔다. 잘 여물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하면서도, 이 작품을 마치면 아이를 좀 많이 보고 싶다. 몸도 회복하고, 컴퓨터 재부팅할 때 잠시 껐다 켜는 것처럼 그런 시간을 갖고 싶다. 한두 달일지라도 정말 오롯이 가족과 좀 있고 싶다. 그럴 때가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편, '윗집 사람들'은 3일 극장 개봉한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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