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정우, 최음제 논란에 대사 수정…"윗집 사람들, 섹스코미디 아닙니다" [MD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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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 바이포엠스튜디오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영화가 자극적으로 소개되면서 부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개봉한 뒤에는 분명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이 영화가 단순한 섹스코미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이데일리는 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윗집 사람들'의 배우 겸 감독 하정우를 만나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반복되는 매일 밤 섹다른 층간소음으로 인해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와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다. 하정우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부문과 런던아시아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일찍이 주목받았다.

이날 하정우는 "번역본 시나리오보다 원작 영화를 먼저 봤다. 재밌게 봤고 굉장히 따뜻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각색을 잘하면 재밌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원작에 나오는 인물들이 다 너무 사랑스럽다. 윗집이 내려와 이야기하는 것조차 개인적으로 거북스럽지 않았다. 원작의 윗집 사람들은 조금 더 순하고 담백한 맛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를 각색하면서 과감한 요소를 가미한 이유로는 "매번 영화 찍으면 '더 갔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냥 가보자. 끝까지 가보자 싶었다"며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연출자로서 가장 올바른 선택을 했다. 영화 비즈니스적으로 타협해야 할 부분이 있겠지만, 연출자 입장에서는 끝까지 가보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단순한 섹스코미디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드라마 자체의 울림이 가장 중요하고, 그 지점까지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감독으로서 숙제이자 과제였다. 캐릭터적인 부분을 활용해 결국엔 현수(김동욱)와 정아(공효진)의 관계 회복이라는 드라마에 이르고자 했다. 그저 말장난 티키타카 섹스코미디가 아닌,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을 만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배급사에서 오래전부터 이 작품을 연말에 개봉하겠다고 못 박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정우 / 바이포엠스튜디오

하정우는 네 배우의 캐스팅에 대해 "여러 캐릭터 배치안이 있었다. 일단 효진이가 정아를 하는 게 맞았다. 관객의 시점이 효진이를 따라가고, 효진의 리액션을 보며 숨을 쉬어야 했다. 제가 그 상대역인 현수를 하면 '러브픽션'에서도 한 번 본 조합이기도 하고, 동욱이의 장점이 현수에 잘 맞을 것 같았다. 두 조합에 관객들이 이입하기 좋을 것 같았다. 두 캐릭터에 완전히 상반되게 윗집 사람들을 만들었다. 현실적인 아랫집에 비해 판타지적이고 경악스러울 만큼 짓궂은 부부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임에도 노출신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게 없어도 충분히 19금이다. 대사 수위 조절은 안 했다. 그럼 재미없었을 거다.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판타지적인 윗집 사람들이 그런 말들을 할 때 현실적인 아랫집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게 재미다. 자극적인 말을 하는 자체의 재미는 아니라고 봤다. 현수는 어처구니없어서 못 들은 척하고, 정아는 애써 맞춰주는 그런 리액션을 보기 위해 필요했던 워딩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7월 SNS 댓글을 통해 불거진 '최음제 논란'에 대해 언급하며 "여름에 댓글을 잘못 달아서 며칠 욕을 먹었다. 그 후로 작품에 특정 대사를 바꾸기도 했다. 원래 다른 단어였는데 안 되겠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하정우 / 바이포엠스튜디오

이하늬는 '윗집 사람들' 촬영 직전에 둘째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촬영에 지장을 주기 싫어 공효진을 제외한 팀에게 비밀을 지켰다고 하는데. 하정우는 "뒤늦게 임신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하늬는 제가 안다는 걸 몰랐지만, 중간에 알게 됐다. 상황이 사람을 정말 끝으로 몰아세우는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무엇보다 보호를 해줘야 했다. 조금이라도 문제 되지 않도록 신경 썼다. 생명보다 우선인 건 없다. 스태프들한테 세트장 밖에서도 담배를 못 피우게 했고, 한 시간에 10분씩 세트장 환기를 시켰다. 또 하늬가 일찍 오면 빨리 보내주고, 늦게 촬영장에 오게 하고, 그 정도 배려를 했다. 너무나 씩씩하고 완벽하게 소화해 줘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순산 소식을 듣고는 천만다행이었다. 근데 영화 끝나고 무거운 몸으로 또 드라마를 찍길래 정말 보통이 아니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연기와 연출을 병행하는 건 하정우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촬영을 마치고 6주 뒤 맹장이 터지기도 했다고. 그는 "너무 힘들었다. 이전 연출작과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다 출연하기 때문에 힘들었다. 그래서 준비를 더 철저하게 했다. 전작과 달리 최대한 다 계획해 놓고 촬영에 임했다. 계속 호흡 맞췄던 스태프들이라 점점 합이 잘 맞게 된 것도 있다. 현장에서 배우가 감독한테 묻기도 하고 상의도 하는데, 그런 부분을 못 해준 게 다른 배우들한테는 미안하다"고 했다.

하정우 / 바이포엠스튜디오

흥행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이전 연출작들에서 아쉬운 흥행 성적을 냈던 그는 "쉽게 될 일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정말 어려운 것 같다. 관객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게 어렵다. 그렇다고 그만둘 순 없진 않나.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다 때가 있고 흥행은 하늘이 결정하는 거다. 최선을 다해 만들고, 홍보하고, 할 수 있는 걸 할 뿐이다. 분명 때는 올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변함없이 최선을 다한 작품이다. 그것에 대한 결과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윗집 사람들'에 대한 자신감은 확고했다. "후반에 편집하고 믹싱하고 영화를 보고 또 본다. 정말 미칠 정도로, 단내가 날 정도로 본다. 근데 이 영화는 계속 봐도 피로도가 없었다. 음악도 너무 좋았고, 시사회, 부산-런던 영화제에서도 혼자 신나서 봤던 것 같다. '롤러코스터' 때는 정말 호기롭게, 무지성,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서 '재밌어! 신나!' 했다면 '허삼관' '로비' 때는 책임감이 컸다. 이번엔 그런 것보다 작품을 보는 저의 순수한 마음이 훨씬 큰 것 같다"고 얘기했다.

끝으로 하정우는 "이 영화는 현수와 정아의 관계 회복이 핵심이다. 밑바닥을 본 두 사람이 갈라지기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합쳐지는 그 드라마가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관객분들이 보고 눈물 흘리기는 바라지 않는다. 코끝 살짝 찡한 정도의 울림이 있었으면 좋겠다. 연말에 잘 어울리는 영화가 될 거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윗집 사람들'은 3일 개봉해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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