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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넘어 ‘에너지 생산자’로 확대…현대차, ‘2045 넷제로’ 전략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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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정부와 자동차 공급망 탄소 감축 업무협약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2045년 넷제로 투자 속도
전동화 전환에 120조 투입…친환경차 전략 다각화

기아 화성 이보 플랜트 이스트 준공식과 웨스트 기공식에 참석한 김민석 국무총리(왼쪽에서 두 번째)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기아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현대차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투자와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완성차 제조사(OEM)에 부과하는 규제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관리와 비용 절감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협력사와 함께 감축 효과를 확산시키는 ‘공급망 넷제로 모델’을 가동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탈탄소 경쟁에서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현대차·기아는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자동차 공급망 탄소 감축 상생 협약식’을 열고 탄소 저감 설비 투자와 기술 지원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산업부와 현대차·기아가 1차 협력사의 설비 교체를 지원한 뒤 해당 업체가 받은 지원금을 2차 협력사로 다시 환원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정부·대기업·협력사가 연결되는 연쇄적 감축 모델로, 공급망 전반의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정준철 현대차·기아 부사장은 “탄소중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으나,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완성차 단독으로는 실현이 어렵다”면서 “협력사·정부와 함께 공급망 전체의 감축 역량을 끌어올려야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는 이러한 조치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북미 최종 조립뿐 아니라 배터리 핵심 광물과 부품을 미국 또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일정 비율 이상 조달해야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유럽은 탄소국경조정제(CBAM)를 도입해 철강·알루미늄 등 주요 소재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에 비용을 부과한다. 여기에 유렵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등으로 공급망 배출(Scope3) 관리 의무까지 강화되면서 완성차 업체가 협력사 탄소 데이터와 감축 성과까지 책임져야 하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처럼 글로벌 규제가 ‘전 주기 탈탄소’를 요구하자 현대차는 생산·공급망·소재·수소·전동화로 이어지는 전 밸류체인 감축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1년 독일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에서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이후 글로벌 사업장의 재생에너지(RE100)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에너지 효율화 솔루션 도입에 1112억원을 투입하고 울산·아산 공장에 태양광 자가발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연간 610GWh 규모의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해 장기 조달 기반을 확보했다.

해외에서는 체코·인도네시아 사업장이 지난해 이미 RE100을 달성한 상태이며 올해는 미국·멕시코·튀르키예·인도로 확대될 예정이다. 또 2027년까지 브라질·중국·싱가포르·베트남으로 범위를 넓혀 2030년 60%, 2040년 90% 전환을 목표로 한다. 현재 지역별 전환율은 △유럽 97% △남미 36% △인도 77% △아태 49% 수준이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 기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현대차

현대차는 ‘에너지 생산자’로서의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2033년까지 5조7000억원을 투입해 수소 기술과 생산·공급 인프라를 확충한다. 서남권에는 1GW 규모의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플랜트와 수소 출하센터·충전소를 구축해 국내 생산 기반을 넓힌다. 정부·지자체와는 ‘수소 인공지능(AI) 신도시’ 조성을 검토 중이다.

전동화 전환도 공급망 탄소 감축과 연계해 진행된다. 현대차는 2033년까지 연구개발(R&D) 54조4000억원, 설비투자 51조6000억원 등 총 120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차량 운행 단계의 탄소 감축을 위해 2035년까지 유럽 시장 100% 전동화, 2040년까지 주요 시장 100% 전동화를 추진한다. 올해부터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TMED-II)을 적용해 하이브리드(HEV) 라인업을 7개에서 14개로 확대하며 2028년에는 HEV 판매량을 133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는 내년 북미·중국에서 양산을 시작해 2030년까지 11만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한다. 전기차(EV)는 2030년까지 21개 모델을 기반으로 200만대 판매 계획을 유지한다.

탄소 배출이 많은 소재와 공정 개선도 병행된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국내·유럽 일부 차종에 탄소저감 철강을 우선 적용하고, 도장 공정에는 에너지 소모를 줄인 저온 경화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북미 지역에서는 2029년 준공 예정인 현대제철 루이지애나 전기로를 활용해 저탄소 철강 공급망을 구축할 방침이다.

업계는 현대차의 전 밸류체인 전략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소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 리스크 관리, 협력사 탄소 감축 성과를 국제 기준에 맞게 측정·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HEV 라인업 확대 전략이 최종 2045년 넷제로 목표 시점에 부정적인 영향 없이 순조롭게 통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전 밸류체인 탄소 감축 전략은 글로벌 규제 강화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며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탈탄소 경쟁에서 선제적 대응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원 기자 s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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