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페퍼저축은행 돌풍을 이끌고 있는 日 시마무라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만년 꼴찌팀 페퍼저축은행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4시즌 연속 최하위였던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올 시즌 페퍼저축은행은 1라운드에서 3연승을 포함해 5승 2패라는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며 이제는 상위권을 위협하는 존재로 변했다. 외국인 듀오 조이와 시마무라를 앞세워 창단 이래 가장 안정적이고 강한 팀으로 변모했다는 평가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도 "페퍼저축은행이 확실히 강해졌고, 지난 시즌과 분위기가 다르다"라며 강팀으로 인정했다.
특히 시마무라 하루요(33)의 돌풍이 무섭다. 시마무라는 올 시즌 7경기에 전부 출장해 111득점(10위) 공격 성공률 51.48% 세트당 블로킹 0.81개(2위)를 기록했다. 빠른 타이밍의 이동 공격(50.88% 2위)과 시간차 공격(72.73% 1위)은 알고도 못 막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82cm의 미들블로커로는 비교적 작은 신장임에도 정교한 블로킹과 속공(56.86% 1위)으로 중앙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선수가 아시아쿼터 대체 선수로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애초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난 시즌 GS칼텍스에서 활약했던 호주 출신의 195cm의 장신 스테파니 와일러를 지명했다. 하지만 와일러가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아킬레스건 부상이 재발하면서 팀 합류가 무산됐고, 일본 국가대표 출신 미들블로커 시마무라를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왜 V리그 팀들은 일본 국가대표 대표 미들블로커 시마무라를 처음부터 영입하지 않았을까. 시마무라는 2016 리우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두루 출전했을 만큼 일본 배구대표팀의 주전 미들블로커였다. 일본 여자배구리그(SV리그) NEC 레드로켓츠에서 16년간 뛴 베테랑 프랜차이즈 스타다.
일부 전문가들은 33세의 나이와 미들블로커로는 크지 않은 신장(182cm) 때문에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선발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렇다. 전성기 시절 시마무라는 빠른 발을 이용해 순간적인 몸놀림으로 빠져나가 파워 넘치는 이동공격을 꽂아 넣는 선수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발이 느렸졌다. 서른을 넘긴 나이에 몸놀림이 전성기만 못하다는 평가였다. 그런데 막상 V리그에서 뚜겅을 열어보니 아니였다. 바로 이 점이 씁쓸한 이유다.
이번 아시아쿼터 선발은 영상을 통해 기량을 확인한 뒤 화상으로 선발했다. 직접 보지 않으니 상대적인 비교가 어려웠던 점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전성기 시절에 비해 시마무라는 발이 느려지고 점프력도 낮아진 게 사실이란 것이다. 그런데 V리그는 일본 SV리그나 세계 배구에 비해 느린 리그다. 스피드 배구가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배구 스타일이지만 우리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아시아 국가인 일본, 태국 등 신장이 작은 나라들은 이를 활용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V리그는 여전히 외국인 선수의 높은 신장을 활용한 배구가 선호된다.
V리그에서 알고도 못 막는 선수가 된 시마무라는 "내 점수를 경기 후에 확인한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해본 적이 없다. 처음이다"라며 웃었다. 그만큼 한국 배구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대 블로커들은 시마무라의 이동공격을 따라가지 못한다. 시마무라를 상대하는 팀들은 블로커가 공격을 막아내는 게 아닌 리베로가 공격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받아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페퍼저축은행 장소연 감독도 "스텝, 스윙이 워낙 좋다. 상대가 대비하는 것도 우리도 확인하고 있다. 스스로 잘하고 있다. 리시브만 되면 장점을 살려 갈 수 있다"라며 시마무라의 성공을 자신했다.
보법 자체가 다른 시마무라는 V리그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고, 한국 배구는 스피드의 중요성을 몸소 느끼고 있다.
[페퍼저축은행 시마무마 / 한국배구연맹(KOVO)]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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