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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넘어 ‘무탄소 시대’로…조선 3사, 차세대 선박 기술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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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R&D 투자액 1780억원
IMO 규제 강화…‘운항 벌금’ 현실화
기술 완성도·시장 신뢰 확보가 관건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 2024년 건조해 인도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HD한국조선해양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가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을 넘어 암모니아·수소·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무탄소 선박’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3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총 1780억7400만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입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62% 증가한 규모다.

공격적 투자의 배경에는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의 강화된 탄소 규제가 있다. IMO는 지난해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 목표를 확정하고 선박의 탄소집약도지수(CII) 기준을 한층 강화했다. 이를 위반하면 운항 제한을 받을 수 있고, EU 항만에 입항하는 선박은 탄소배출권거래제(ETS) 적용으로 ‘운항 벌금’을 내야 한다.

이에 따라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추진선’이 규제 리스크를 피할 해법으로 부상했다. 국내 조선 3사는 각자의 기술 강점을 결합해 기술 초격차 확보에 나서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인공지능(AI) 기반 운항 최적화와 자율운항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자회사 아비커스는 세계 최초로 대형 상선의 자율운항 대양 횡단에 성공, IMO 자율운항 2단계 기술을 상용화했다. 고려해운·현대글로비스 등 국내외 해운사와 잇따라 계약을 체결하며 적용 범위를 컨테이너선, 벌크선, 자동차 운반선(PCTC)으로 확대 중이다.

한화오션은 그룹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과 협력해 수소 연료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친환경 기자재를 공동 개발 중이다. ‘선박·기자재’ 통합 구조를 구축해 완전 무탄소 선박 생태계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를 추진한다.

삼성중공업은 SMR 등 차세대 에너지를 선박 추진체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최근 미국 선급(ABS)으로부터 SMR 추진 LNG 운반선 기본 인증(AiP)을 세계 최초로 획득했으며, 액화수소 운반선·풍력 보조 추진 LNG선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200번째 LNG운반선인 SK해운의 ‘레브레사’호 운항 모습. /한화오션

업계는 조선 3사의 대규모 투자가 단순한 환경 규제 대응을 넘어, 글로벌 조선 산업의 판도를 새롭게 재편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단기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지난달 미국의 반대로 국제해사기구(IMO)의 핵심 탄소 규제 채택이 1년가량 연기되면서, 규제 시계가 잠시 멈췄다. 해운사들 역시 무탄소 연료의 안전성, 글로벌 공급망(인프라) 구축 지연, 선박 가격 상승 등 요인을 이유로 대규모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조선사들이 암모니아·수소·SMR 등 신기술의 ‘기술 완성도’뿐 아니라 장기 운항 안정성과 경제성을 입증해 시장 신뢰를 쌓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운항 효율을 극대화하는 디지털 기술과 친환경 기자재를 결합해, 선주들이 ‘운항 벌금’과 연료 가격 변동성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통합형 무탄소 전환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 향후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무탄소 선박으로 가기 위한 기술은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라, 연료의 안전성·공급망 구축·선박 가격 상승 등 여러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LNG 추진선도 시장이 안정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듯, 암모니아나 수소 역시 기술 완성도와 시장 신뢰를 확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기술력 면에서 한국 조선소가 이미 세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기술이 상용화될 때 한국이 선도적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국내 조선사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원 기자 s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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