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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르노 그랑 콜레오스 에스카파드, 여유로 무장한 ‘팔방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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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보다 안정감, 속도보다 여유… 주행과 정숙성의 새 기준 세워
파노라마 스크린·루프박스로 도심과 아웃도어를 모두 품은 SUV

그랑 콜레오스 에스카파드 4WD 루프박스. /박성규 기자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조용한 차는 많지만, 여유로운 차는 드물다”. 이는 여유로움으로 무장한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 에스카파드’를 두고 하는 말이다. SUV가 지향해야 할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이 모델은 숫자보다 감각, 출력보다 안정감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르노코리아가 그랑 콜레오스 출시 1주년을 기념해 아웃도어 수요를 겨냥해 출시한 스페셜 에디션 모델인 그랑 콜레오스 에스카파드 시승했다. 파노라마 선루프를 기본 탑재한 ‘선루프 버전’과 에스카파드 전용 루프박스를 탑재한 ‘루프박스 버전’ 두 가지 타입 중 루프박스 버전을 선택했다.

시동을 거는 순간, 무게 중심이 낮게 깔린 안정감이 전해진다.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3.2kg·m)에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파워트레인은 출발부터 부드럽게 반응한다. 초반 가속은 과하지 않게 직관적이며, 고속 구간에서는 변속 충격 없이 일정한 속도로 차체를 밀어준다. 보그워너 6세대 사륜구동 시스템은 노면 상태를 읽고 즉각적으로 토크를 배분해 준다. 스티어링은 묵직하면서도 정교하고, 코너 탈출 시 바닥을 단단히 움켜쥐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가속보다 인상적인 건 ‘제동력’이다. 급제동 상황에서도 자세 제어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차체 흔들림이 거의 없다. 차분하게 멈춰서는 그 순간, SUV가 줄 수 있는 신뢰감이 전해진다. 도심에서는 정숙함이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과 저소음 폼 타이어가 실내로 유입되는 진동과 부밍음을 잡아낸 데 따른 결과다. 100km/h 이상 고속주행에서도 대화가 편안할 정도로 정숙성이 높다.

그랑 콜레오스 에스카파드 4WD 루프박스. /박성규 기자

에스카파드의 ‘심장’은 실내 한가운데 자리한 ‘openR 파노라마 스크린’이다. 운전석 클러스터, 센터 디스플레이, 동승석 전용 스크린이 하나의 라인으로 이어진다. 세 화면이 보여주는 정보와 콘텐츠는 압도적이다. 네비게이션, OTT, 음악 스트리밍, 웹 브라우징 등 다양한 기능을 5G 통신으로 끊김 없이 제공한다.

동승석 화면은 별도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분리돼 있다. 반응 속도는 태블릿 수준으로 빠르고, 해상도도 뛰어나 주간 직사광선 아래서도 선명하다. 시승 중 기자는 센터 스크린을 통해 도로 정보를, 조수석은 영화 스트리밍을 즐겼다. 주행 중 각자의 ‘시간’을 나누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셈이다.

실내 소재의 완성도 역시 돋보이는 요소다. 퀼팅 라이트 브라운 나파 인조가죽 시트는 부드럽고, 브러시드 알루미늄 데코가 차분한 질감을 더한다. 2열은 리클라이닝이 가능하며, 장거리 주행 시에도 피로가 덜했다. 무게감 있는 스티어링과 달리 실내는 부드럽고 따뜻하다. 10개의 BOSE 서라운드 스피커가 공간을 균형 있게 채우며, 주행 중에도 볼륨을 높일 필요가 없다. 음악이 아니라 ‘공간의 소리’를 들려주는 사운드다.

그랑 콜레오스 에스카파드 4WD 루프박스 내부. /박성규 기자

외관은 프렌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아웃도어 감각을 살렸다. 루프박스 버전은 차체 컬러에 따라 화이트 또는 블랙 루프박스를 적용한다. 일체형 구조로 설계돼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고, 디자인적으로도 루프라인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블랙 바디키트, 20인치 다크 틴티드 휠, 사이드 가니시가 SUV다운 당당함을 완성한다. 루프박스 용량은 650리터로, 캠핑 장비나 골프백 두 개를 거뜬히 실을 수 있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실제로 ‘움직이는 수납공간’이다.

안전·편의 사양도 풍부하다.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유지 및 차로 변경 보조, 회피 조향 보조, 후방 충돌 방지 보조 등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이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됐다. 클리어뷰 트랜스페어런트 섀시는 차량 하부를 실시간으로 비춰주는 기능으로, 비포장 도로나 좁은 골목길에서 유용하다. 주차 보조 기능은 자동 제어의 개입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워 초보 운전자도 부담이 없다.

실제 연비는 복합 기준 9.8km/ℓ(4WD 기준)인 공식 수치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정숙성과 안정감 측면에서는 가솔린 모델만의 존재감을 남긴다. 시승 중 고속 구간에서도 RPM 상승폭이 억제돼 효율적이었다. 주행 질감만 놓고 보면 동급 SUV 중 가장 ‘여유로운 리듬’을 갖췄다는 평가다.

그랑 콜레오스 에스카파드 4WD 루프박스. /박성규 기자

‘성능보다 감각으로 설득하는 차’. 주행을 마친 뒤 든 생각이다. 파워풀하지 않지만 힘이 남아 있고,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하게 정제됐다. SUV가 추구해야 할 본질, 즉 ‘안정감과 공간의 여유’를 제대로 구현했다. 분명 빨리 가는 법보다, 멈춰 있는 순간을 더 잘 아는 SUV였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그랑 콜레오스는 가족이 머무는 공간이자, 일상의 리듬을 바꿔주는 SUV”라며 “기술과 감성을 동시에 담은 프렌치 SUV의 기준을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규 기자 p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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