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
삿포로 닛카 직영바 '다케쓰루 하이볼'을
겨울 낭만 '슬로보트' 재즈라이브에 취해
이색 문화 '시메 파르페'로 달콤한 마무리
[마이데일리 = 홋카이도·이지혜 기자] 잘 찍은 여행 사진 한 장! 랜드마크를 배경에 넣으면 그곳이 어디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삿포로 여행사진에는 어김없이 한 손에 맥아 보리를, 한 손에 술잔을 들고 있는 빨강 모자 스코틀랜드 아저씨가 등장한다. 바로 스스키노 교차점에 내걸린 대형 닛카 위스키 광고판이다.
닛카는 산토리와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위스키 회사다. 더군다나 현지에서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거나, 한정판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닛카의 고향 홋카이도 방문객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기회다. 흔히 일본공항에서 닛카 프리미엄 위스키를 구입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왕 홋카이도에 갔다면 삿포로를 여행한다면 즐길 수 있는 위스키투어를 소개한다.
◇요이치 증류소 무료 견학…한 달 전 예매 열리자마자 '순삭'
공항면세점에서 만나는 닛카 프리미엄 위스키로는 △요이치 △미야기 △다케쓰루(타케츠루)가 있다. 요이치와 미야기는 증류소 소재지 이름이고, 다케쓰루는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 다케쓰루 마사타카에서 유래했다.
이 가운데 요이치는 다케쓰루가 첫 증류소를 세운 곳으로 일본 위스키의 성지로 꼽힌다.
다케쓰루는 1900년대 초반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제조 기술을 배운 뒤, 스코틀랜드와 유사한 기후와 환경을 가진 요이치를 증류소 부지로 선택했다. 선선하고 습윤한 기후, 바다와 인접한 지리적 특성이 위스키 숙성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증류소 건물은 1900년대 초반 스코틀랜드 건축 양식을 충실히 재현했으며, 이러한 역사적·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일본 문화청으로부터 중요문화재로 지정됐다.
요이치 증류소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 제조 방식을 고수하는 데 있다. 지금도 석탄 직화 증류 방식을 사용하며, 스코틀랜드식 피트 몰트를 활용해 스모키한 풍미를 구현한다. 또한 오크통, 버번통, 셰리통 등 5종의 캐스크를 자유롭게 조합해 블렌딩하는 독특한 숙성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닛카 위스키는 무료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방문 희망일 4주 전 오전 9시 15분에 예약 페이지가 오픈되는데 평일·주말 모두 순식간에 예약이 마감되므로, 여행계획에 맞춰 오픈런을 해야 한다.
가이드와 함께 약 70분 동안 진행되며 발효부터 증류, 숙성까지 위스키 제조의 전 과정을 살펴본다. 일본어로 진행하지만, 개인 스마트폰을 통해 볼 수 있는 한국어 안내 서비스도 제공한다.
더 깊이 있는 경험을 원한다면 유료 프로그램도 있다. 평일 오후 1시에 진행되는 '키몰트 세미나(2000엔)'에서는 요이치 핵심 원액 3종을 시음하며 블렌딩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주말에는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귀빈실을 방문하고 위스키 4종을 시음하는 '플래티넘 VIP 투어(5000엔)'도 운영한다.
가이드 투어를 예약하지 못한 경우라도 요이치 증류소에는 △역사를 소개하는 닛카 뮤지엄 △유료 시음 바 △다케쓰루의 외국인 아내 레시피를 재현한 레스토랑 '리타스 키친' △증류소 한정판 위스키를 판매하는 기념품숍 '노스랜드'를 방문할 수 있다.
최근 면세 주류 한도가 기존 2병에서 2L로 변경됐는데, 노스랜드에서는 500ml 용량 제품이 다수다. 1인 1병 또는 2병 제한돼 있는 여러 한정판 위스키를 욕심껏 4병을 담았는데, 총액이 1만6000엔(14만8000원)으로 이는 닛카 싱글몰트 1병 가격 수준이다. 직접 마시든 선물용이든 "이건 꼭 사야 돼!"를 외치게 만든다.
요이치는 위스키뿐 아니라 와인도 유명하다. 홋카이도 최대 와인용 포도 생산지로, 여러 와이너리가 운영되며 와인 시음과 포도밭 투어를 즐길 수 있다. 메이지 시대부터 과수 농업이 발달해 사과, 배, 체리 등 과일 재배가 활발하며, 과일 따기 체험이 인기다.
또한 요이치는 에도 시대부터 다이쇼 시대까지 청어 어업으로 크게 번성했던 항구도시다. 요이치 증류소 견학후 시음 장소에서는 위스키에 어울리는 안주를 자판기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청어포가 진짜 진짜 맛있다. 적당히 촉촉하고 과하게 짭쪼롬하지 않고 감칠맛이 끝내준다.
자연 경관도 빼놓을 수 없다. 시리파곶을 비롯해 서쪽의 후루비라 방면으로 가면 험준한 절벽과 아름다운 해안선이 이어진다. 요이치강이 흐르는 평야 지대와 산지가 조화를 이룬 풍경은 사계절 내내 그림 같은 모습을 선사한다. 이를 위해서는 렌트카로 해변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겠으나, 요이치 증류소 견학시 음주 운전을 금하기 때문에 누군가 1명은 희생을 해야 가능하다.
요이치는 JR 삿포로역에서 오타루를 경유해 약 1시간 거리다. 요이치역에서 증류소까지는 도보로 3~4분 거리다. 다만 오타루에서 요이치로 가는 열차 편수가 많지 않아 사전에 시간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1시간에서 최장 1시간 20분 배차 간격이기 때문에 이를 꼭 감안해야 한다. 요이치-오타루 간 소요시간은 27분이다.
증류소 견학은 30분 단위로 시작하며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있다. 추천 일정은 오전에 요이치 견학을 하고 오후에 오타루 오르골 거리를 구경하고, 저녁에 텐구야마 로프웨이 야경 감상이다.
◇"밤새 놀 수 있다" 스스키노 나이트투어 3
스스키노는 늦은 시간은 물론이고 밤새 영업하는 식당과 술집이 있어 한국 여행객에게 제격이다. 삿포로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감안해 인근 호텔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대체로 7시가 지나면 쓸쓸해진다. 삿포로-오도리공원-스스키노는 도보 20~30분 권역이니 스스키노 인근에 호텔을 잡지 않았더라도 선뜻 다녀갈 수 있다.
닛카 위스키에서 직영하는 더 닛카 바(검색어: The nikka bar)가 스스키노에 있다. 다양한 종류의 닛카위스키를 마셔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고, 스스키노 교차점에 건물 2층에 자리해 야경을 감상하기에도 제격이다. 테이블석은 적당히 떨어져 있고, 바 자리에서 각종 위스키병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숙련된 바텐더가 만들어주는 칵테일도 훌륭하고, 위스키에 어울리는 안주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개인 취향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는 토닉이나 소다 제품 덕분에 동일 위스키 베이스여도 이곳의 하이볼이 훨씬 맛있는 건 덤이다.
겨울여행에 낭만과 분위기를 더하고 싶다면 라이브 재즈바를 추천한다.
스스키노 한복판에는 유튜브 등을 통해 역주행하며 유명해진 재즈 피아니스트 후쿠이 료가 직접 문 연 '슬로보트(검색어: jazz live slow boat)'가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미망인 '야스코상'이 운영 중이며,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밤 라이브 공연이 열린다. 후쿠이 료의 대표곡 '씨너리(Scenery)'와 '멜로우 드림(Mellow Dream)'을 다양한 재즈 뮤지션의 라이브 연주로 들어볼 수 있다. 여기에 홋카이도 여행 느낌을 더해 닛카 위스키로 만든 하이볼(1400엔)을 한 잔 곁들여도 좋겠다.
슬로보트는 스스키노 돈키호테 사거리 대각선에 위치해 접근성이 너무 좋다. 아침부터 1만보를 가뿐히 찍은 여행객에겐 고마운 일이다. 후쿠이 료의 LP와 CD를 구입하려 찾는 이들도 다수다.
스스키노의 밤이라면 '시메 파르페' 문화도 흥미롭다. '시메'는 일본어로 '마무리한다'는 뜻이다. 통상 카페나 아이스크림 가게 등은 빠르면 6시, 늦어도 9시면 문을 닫는 게 일반적인데, 삿포로에서는 술자리 후 집에 가기 전에 파르페를 먹는다. 12시까지 영업이 많고, 새벽 2시까지 하는 곳도 있다.
유명한 '사토(검색어: 파르페 커피 술 사토)'나 '파르페테리아 팔(검색어: Parfaitteria Pal)' 같은 곳은 1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 대부분 시메 파르페 가게는 스스키노 역 주변에 몰려 있으니 대기줄 상태를 확인한 후 눈치 게임이 필수다. 일행이 있다면 후보지를 2개 정도로 하고 각자 방문한 후 적은 쪽에서 만나는 것도 방법이다.
취재협조 = 일본정부관광국(JNTO)·북해도운수국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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