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130% 킥스 비율 유지‧콜옵션 만기 대응
이미 8조1872억원 전년 역대급 발행 ‘경신’
업황 둔화 울며 겨자 먹기 고금리 자본 확충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주요 보험사들이 4분기 들어 자본 확충을 위한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하는 가운데 올해 자본성 증권 발행이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여력(킥스·K-ICS) 비율을 130%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본 충당을 목적으로 발행했던 채권 만기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업황 둔화에 이렇다 할 재원 마련책이 없는 보험사 입장에서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손쉬운 자본 확충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전날 2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시작했고, 최대 3000억원 증액 발행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메리츠화재도 오는 20일 105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흥국생명 역시 내달 2000억원 한도의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자본성 증권 발행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 시점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인 킥스 비율 130%를 유지하기 위해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해 자본을 충당하고 있다.
킥스 비율은 전체 고객이 보험금을 한꺼번에 요청할 때를 대비해 충분한 자금을 얼마나 쌓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가령 킥스 비율이 200%라면 보험사가 필요한 지급금의 두 배를 쌓아놓고 있다는 말이다.
메리츠화재는 다음 달 신종자본증권 1050억원의 콜옵션 만기가 도래하며, 흥국생명도 8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콜옵션이 예정돼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내년 4월 3000억원 규모의 콜옵션 물량이 남아 있지만, 금리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 발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보험사가 발행하는 자본성 증권 규모는 총 8조1872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 한해 발행 규모(8조6550억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남은 기간 대형사들의 증액 발행이 이어질 경우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금리 하락 기조에 금리가 높은 자본성 증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보험사는 손쉽게 돈을 빌려 자본을 확충할 수 있지만 비싼 비용을 들여 조달하는 만큼 재무적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로써 보험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킥스 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향후 이 채권의 자본 확충 역할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자본성 증권은 기본자본과 달리 보완자본으로 분류돼 손실 흡수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보험사는 ‘자본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당국은 보완자본이 아닌 기본자본만 킥스 비율 책정에 활용한다는 입장을 이전부터 밝혀왔다.
실제 지난 16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보험 산업이 장기적 운용수익을 기반으로 생산적 금융을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건전성 규제의 틀을 바꿔야 한다“면서 기본자본 비율 규제방안을 연내에 마련하겠다고 했다. 당국이 보험사 자본의 질적 관리를 본격화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사의 자본성 증권 수요는 뜨거울 전망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콜옵션 대응과 선제적인 자본 관리 목적이 맞물리면서 자본성 증권 발행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 금리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올해 역시 대규모 발행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주연 기자 prot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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