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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스윙 삼진 당하고도 박수받은 선수...대구에서 무슨 일이 [유진형의 현장 1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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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 당한 구자욱 이름을 연호한 삼성 팬들

삼성 동료들이 17구 승부 끝에 삼진을 당한 구자욱에게 박수 치고 있다 / 대구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대구 유진형 기자] 몸 쪽 무릎으로 예리하게 떨어진 체인지업에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아' 하는 탄성 소리와 함께 헛스윙 삼진을 당한 구자욱이었다.

1사 2루 득점 찬스에서 삼진을 당한 구자욱은 아쉬움에 고개를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허탈하게 걸어 들어갔다. 그런데 더그아웃 동료들과 홈 팬들이 구자욱에게 박수치며 환호를 보냈다. 득점 찬스에서 삼진을 당한 선수가 이렇게 환대받은 이유는 무었이었을까.

구자욱은 1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 3번 타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구자욱이 17구 승부 끝에 삼진을 당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 대구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삼성 팬들이 17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한 구자욱을 응원하고 있다 / 대구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구자욱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졌던 구자욱은 2차전에서 드디어 안타를 신고했다. 그리고 3차전에서도 3회말 2사 2루서 1타점 2루타를 치며 타격 페이스를 끌어 올렸다.

타격감을 찾은 구자욱은 5회말 홈 팬들을 열광시킨 17구 끈질긴 승부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상황은 이랬다.

5회말 1사 2루에서 구자욱은 SSG 이로운과 만났다. 그리고 2볼 1스트라이크에서 구자욱의 신들린 커트가 시작됐다. 이로운은 149km의 패스트볼과 125km 체인지업을 예리한 코스로 절묘하게 던졌지만, 구자욱의 배트에 모두 걸렸다. 7연속 파울로 이로운을 지치게 한 구자욱은 11구째 볼을 골라내며 풀카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커트 행진을 다시 시작했다. 이후 5연속 커트에 성공한 구자욱은 17구째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길고 긴 승부를 마무리했다.

이진영 코치가 17구 승부 끝에 삼진을 당한 구자욱을 칭찬하고 있다 / 대구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아쉬움에 고개를 떨군 구자욱이었지만 더그아웃 분위기는 달랐다. 삼성 선수들은 구자욱을 향해 박수쳤고 홈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푸른 피의 주장' 구자욱을 응원했다. 이진영 타격코치도 구자욱을 칭찬했다.

팬들의 응원을 받은 구자욱은 이날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고 5-3,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한편, 이날 기록한 17구 승부는 포스트시즌 한 타석 최다 투구 수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23년 10월 18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이택근(당시 현대 유니콘스)이 제춘모(당시 SK 와이번스)와 맞대결에서 기록한 15구 승부였다.

[17구 끈질긴 승부 끝에 삼진으로 물러난 구자욱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는 삼성 동료들 / 대구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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