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계속되는 실수는 곧 실력이다[심재희의 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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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원호, 모로코와 16강전에서 1-2 패배
홍명보호, 브라질과 친선전에서 0-5 대패

김민재(오른쪽)가 10일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유진형 기자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상대와 겨루는 모든 스포츠에서 실수를 줄이고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건 승리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상대 실수를 잘 유발하면 승리를 위한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자주 실수를 범하면 전체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가 10일(이하 한국 시각) 경기에서 나란히 실수의 늪에 갇히며 패배의 쓴잔을 들었다.

이창원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아프리카 강호' 모로코에 졌다. 칠레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전에서 모로코에 1-2로 패했다. 물론, 이번 대회 죽음의 조로 평가받은 조별리그 C조에서 스페인과 브라질을 격파한 모로코가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은 실수로 흐름을 잃으며 패배의 길을 걸었다.

경기 시작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중원에서 빌드업 실패로 위기를 맞았다. 골키퍼 선방으로 실점하지 않았으나 초반 집중력 저하에 의한 실수가 나왔다. 공격에서도 실수에 울었다. 전반 4분 역습 기회에서 선제골을 넣을 수 있었으나 김태원의 슈팅이 부정확했다. 이런 연속 실수가 불운한 선제 실점으로 이어졌다. 전반 8분 상대 골잡이 야시르 자비리의 바이시클킥이 신민하의 몸에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이창원호는 이후 추격전을 잘 벌였다. 세트피스 공격에서 제공권 우위를 바탕으로 모로코를 위협했다. 골 결정력 부족으로 득점을 올리진 못했지만 조금씩 따라붙었다. 하지만 다시 실수에 발목을 잡혔다. 후반 13분 신민하의 클리어링 미스가 빌미를 제공해 위기를 자초했고, 자비리에게 헤더골을 내줬다. 0-2로 뒤진 상황에서 다시 추격 고삐를 당겼으나, 공격 정확도가 떨어졌다. 마무리 슈팅에서 실수에 가까운 플레이가 나와 땅을 쳤다. 결국 경기 종료 직전 김태원의 페널티킥 골로 점수 차를 좁혔지만, 거기까지였다.

같은 날 홈에서 '삼바군단' 브라질을 상대한 홍명보호도 다르지 않았다. 실수를 거듭하면서 무너졌다. 중원과 수비에서 계속된 실수가 나와 0-5 대패를 떠안았다. 전반 13분 수비수들이 페널티박스 안에 포진했지만 뒤 공간으로 돌아 뛰는 이스테방 윌리앙을 놓치며 선제골을 얻어맞았다. 수비 숫자가 월등히 많았지만 스루패스 타이밍을 놓치며 이스테방의 공간 침투를 막지 못했다.

이스테방(가운데)이 추가골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유진형 기자
골 뒤풀이하는 브라질 선수들. /서울월드컵경기장=유진형 기자

0-2로 뒤진 후반전 초반에는 연속 실수로 자멸했다. 후반 2분 김민재의 볼 터치 미스로 이스테방에게 추가골을 허용했고, 2분 뒤 중원에서 불안한 빌드업으로 인터셉트를 당한 후 호드리구에게 실점했다. 두 차례 치명적인 실수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았다. 이어 후반 32분에는 공세를 펴다가 공을 잃어 역습 위기에 놓였고,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쐐기포를 내줬다.

모로코와 브라질이 이창원호와 홍명보호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위인 건 맞다. 더 강한 상대를 맞아 심리적인 압박 등으로 실수가 더 많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돌려서 생각하면, 그런 부분들이 한국 축구의 한계를 느끼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강팀을 만났을 때 냉정하게 플레이하며 실수를 더 줄여야 대등하게 맞설 수 있지만,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인 선수들은 그러지 못했다. 실수의 덫에 걸려 가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서 무너졌다.

계속되는 실수는 곧 실력이다.

심재희 기자 kkaman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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