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앞선 분쟁에서 완패했지만, 상법 개정안 통과로 새 국면
금호석화 "EB 발행 근거로 분쟁 재시도…희망고문 행위"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금호석유화학 최대주주 박철완 전 상무가 이사회 합류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막을 내린 듯했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전 상무는 앞선 분쟁에서 완패했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상법 개정안 통과로 이사회 진입 여건이 한층 유리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박 전 상무는 지난달 30일 "금호석유화학의 자사주 담보 교환사채(EB) 발행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사측이 이를 추진할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상무는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다. 앞서 2021년과 2022년에도 경영권 분쟁을 시도했으나 주총 표대결에서 모두 패배했다. 지난해 3월에는 행동주의 펀드와 함께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제안을 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었다.
그는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이미 법제화됐고, 정부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을 논의 중인 상황에서, 금호석유화학이 자사주를 담보로 한 EB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대주주 지배력을 강화하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영권 분쟁 중인 상황에서 이러한 행위는 불법이며, 현 경영진의 이익만을 위하고 대다수 주주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며 강력 대응 의지를 밝혔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화 측에 자사주 관련 정관 변경을 요구하고, 자사주 활용 EB·스왑 등에 찬성하는 이사들에 대해서는 일반 주주와 함께 민형사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무분별한 자사주 활용으로 기업 가치와 일반주주 이익이 침해되는 의사결정에 참여한 이사회 구성원 등 의사결정권자의 법적 책임을 강하게 추궁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상무가 EB 발행에 반발하는 이유는, 해당 채권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돼 이사회 입성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이를 제3자에게 교환사채로 발행하면 의결권 행사 가능성이 생긴다. 특히 3차 상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면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될 수 있어, 최근 개정 전 기업들의 자사주 담보 EB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경영권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추가 지분 매입 등을 통해 계속적으로 이사회 참여 방법을 모색 중"이라며 "정부의 제2차 상법 개정으로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확대돼 현 경영진 후보가 아닌 후보가 이사회에 입성하기 유리해졌다"고 강조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총에서 여러 명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보유한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주총에서 이사 6명을 뽑으면, 1주를 가진 주주는 총 6표를 행사할 수 있고, 이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박 전 상무 측이 보유 중인 지분 11.49%를 몰아주면 이사 선임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년부터 개정 상법 시행 시 임시주총에서도 이사 선임을 제안할 수 있다.
또한 그는 "그동안 금호석화가 소액주주 참여를 어렵게 했던 전자투표제가 도입됐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있을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의 지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호석화 측은 이 같은 박 전 상무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회사 측은 "실제 논의되지 않은 자사주 담보 EB 발행을 근거로 경영권 분쟁 불씨를 다시 살리려는 시도는 소액주주를 희망고문하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금호석화는 기존 보유 자사주 520만여 주(총 발행주식의 약 17.79%)를 2026년 상반기까지 소각할 계획이며, 최근까지 약 3500억원(약 250만 주)을 추가로 소각해 현재까지 총 426만 주를 소각했다. 내년 상반기 예정 물량까지 포함하면 총 513만여 주로 기존 보유 자사주 수량에 육박한다.
금호석화 측은 "자사주 소각과 활용 계획은 이미 주주와 투자자에게 공개했으며, EB 발행 논의는 현재 진행된 바 없다"며 "박 전 상무 측 주장은 사실과 달라 소액주주를 혼란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쟁을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2차 상법 개정안 통과 이후,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회사 안팎에서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박 전 상무의 모친인 김형일 전 금호석화 고문 별세 이후, 모친 보유 주식 2만5000여 주 상속 과정이 경영권 분쟁 지속의 배경으로 작용하며, 박 전 상무가 상속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도 일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윤진웅 기자 wo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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