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경현 기자] 말하는 대로. 르윈 디아즈(삼성 라이온즈)가 자신의 바람을 모두 지켰다.
디아즈는 9월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홈런 1득점 3타점을 기록했다.
첫 타석부터 디아즈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1회 김성윤과 구자욱의 연속 안타로 만들어진 1사 1, 3루. 디아즈는 상대 선발 김태형의 3구 높은 직구를 타격, 중앙 담장을 훌쩍 넘기는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시즌 50호.
KBO리그의 새 역사다. 디아즈는 사상 처음으로 50홈런-150타점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가 됐다. 또한 2015년 박병호(53홈런) 이후 10년 만에 50홈런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KBO리그 역대 6번째 50홈런이다. 외국인 선수 첫 50홈런이기도 하다.
디아즈는 5회 2사 1루 세 번째 타석도 안타를 신고, 멀티 히트 게임을 완성했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
디아즈의 활약 덕분에 삼성은 5-0으로 승리했다. 앞서 삼성은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매직넘버 1을 남겨둔 상태였다. 이번 승리로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했다. 또한 같은 날 열린 창원 경기에서 KT 위즈가 패배, 4위 자리까지 결정지었다.
오승환을 웃으며 떠나보낼 수 있게 됐다. 이날 오승환은 은퇴식을 치렀다. 디아즈의 스리런을 포함해 삼성 타선은 5점을 냈다. 투수진도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넉넉한 점수 차가 됐기에 오승환이 9회 등판, 대타 최형우를 삼진으로 잡았다. 이후 김재윤이 등판해 아웃 카운트 2개를 챙기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디아즈의 선제 스리런이 아니었으면 오승환의 등판은 장담하기 어려웠다.
지난 28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마치고 디아즈는 "홈 마지막 날(30일) 50홈런 치고, (오)승환 선배님 은퇴식을 하고, 팬분들께 승리를 안겨다 주면서 저희가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하면, 홈 구장에서 모든 게 일어난다면 정말 좋은 일이다"라면서 "특별한 날이 될 것이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끝까지 열심히 해서 건강한 몸 상태로 그 경기에 임하겠다"고 했다. 디아즈의 발언은 현실이 됐다.
경기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난 디아즈는 "너무 기분이 좋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라면서 "시즌 시작 전부터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 오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었고, 역사도 썼고,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를 정도로 기분 좋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지난 키움전 끝나고 인터뷰를 했다. 오늘 오승환 선배님 은퇴식을 치르고, 그 경기에서 제가 홈런을 쳐서 50개를 채우고, 가을야구까지 진출한다면 정말 스페셜한 날이 될 거라고 했다. 정말 그렇게 돼서 너무 좋다"고 밝혔다.
50홈런 공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디아즈는 "일단 그 공을 갖고 싶긴 하다. 잡으신 분은 소장하거나 원하시는 게 있을 것이다. 팀이 알아서 해주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오승환은 특별한 은퇴 경기를 치렀다. 9회 오승환이 등판하자 대타 최형우가 직접 나섰다. 선배를 직접 예우하기 위해 벤치에서 기다린 것. 오승환이 최형우를 삼진으로 잡았고, 두 선수는 마운드에서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디아즈는 "두 선수가 KBO 레전드들 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 순간 같은 필드에 서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특별하게 다가왔다. 먼 훗날 자식이 생기면 자식에게 이야기해 줄 만큼 특별한 기억이다"라고 돌아봤다.
시즌 초반 부진을 이겨냈기에 더욱 값진 시즌이다. 디아즈는 4월 초반 1할대 타율로 추락했다. 퇴출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박진만 감독과 면담 끝에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50홈런-150타점이라는 역사적인 시즌을 완성했다.
디아즈는 "한순간이 있었다. 내가 눈에 보이면 다 치려고 있구나. 깨달았던 순간이 정말 한 번 있었다. 그 순간이 지나고 꾸준하게 성적이 나왔다. 이후 지금처럼만 하자는 마인드가 가장 강했고, 그렇게 해왔다"고 답했다.
이제 삼성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준비한다. 디아즈는 "작년에 못 했던 우승을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작년에 못 했던 만큼 올해는 꼭 하고 싶다"며 "우리 팀을 믿고 있다. 정말 좋은 팀이기 때문에 다른 것 생각 안 하고 우승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박진만 감독은 "타선에선 디아즈가 일찌감치 3점 홈런을 쳐주면서 경기가 쉽게 풀렸다. 디아즈의 50홈런을 축하해주고 싶다"고 선수를 칭찬했다.
대구=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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