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신설법인으로 이중항체 ADC 플랫폼 강화
에이비엘바이오, 420억 투자 ABL206·209 임상 준비
셀트리온, 2028년까지 ADC·다중항체 13개 임상 추진
리가켐바이오, 자체기술로 5개 ADC 파이프라인 확보해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이 차세대 항암제인 '이중항체 ADC'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기존 항체약물 접합체(ADC) 한계를 넘어 두 개의 항원을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항체 플랫폼을 앞세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에이비엘바이오·셀트리온·리가켐바이오 등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이중항체 ADC 연구와 개발에 나서고 있다. 내성 극복 가능성과 높은 결합 정확도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ADC는 특정 암항원을 인식하는 단일항체에 강력한 항암 화합물(페이로드)을 결합한 차세대 항암제다.
반면 이중항체 ADC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암세포 항원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이중항체에 페이로드를 연결한 형태다. 표적 항원이 한 개에서 두 개로 늘어나면서 암세포 결합 정확도가 높아지고 살상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 표적에 내성이 생겨도 다른 표적을 공략해 이를 보완할 수 있어 기존 ADC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중항체 ADC는 두 표적을 동시에 겨냥하는 만큼 설계 난이도가 높다. 약물 전달 효율과 표적 간 상호보완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며, 항체에 안정적으로 얼마나 많은 약물을 붙일 수 있는지 접합 비율 최적화도 필수다. 이러한 기술적 난제를 풀기 위해 주요 기업이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지배구조 개편을 계기로 신약 개발에 첫발을 내딛는다. 오는 11월 인적분할로 출범하는 삼성에피스홀딩스 산하에 신설 자회사를 세워, 이중항체 ADC 특화 플랫폼 기술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ADC에 사용되는 이중항체 구조 설계 플랫폼을 개발해 향후 다양한 타깃 질환에 적용 가능한 신약 후보물질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미 바이오텍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2023년 인투셀과 ADC 공동연구 계약을 맺고 후보물질을 발굴해왔으며, 일부는 곧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최대 5개 표적에 대한 공동연구를 추진 중인데, 성과가 나온 개별 물질은 기술이전 본계약을 맺고 연내 임상 1상 IND 신청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삼성 신설 법인은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먼저 ADC 신약에 도전, 특히 이중항체 ADC를 중심으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에이비엘바이오도 이중항체 ADC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최근 미국 자회사 네옥 바이오에 420억원을 추가 투자해 후보물질 임상 준비와 개발비에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에도 14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개발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현재 비소세포폐암, 난소암, 삼중음성유방암 등을 타깃으로 한 'ABL206'과 'ABL209'의 미국 FDA 임상 1상 IND 신청을 앞두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4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4조원대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키며 플랫폼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이번 투자로 이중항체 ADC 파이프라인에 힘을 싣는다는 전략이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이중항체 ADC 임상 성과와 더불어 인수합병(M&A) 등 엑시트 전략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초기 시장을 선점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도 ADC와 다중항체를 앞세워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R&D 전략 발표에서 2028년까지 ADC 9개, 다중항체 4개 등 총 13개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올해에만 ADC 분야에서 CT-P70(비소세포폐암 치료제), CT-P71, CT-P73 등 3건의 IND를 제출하고, 다중항체 분야에서는 CT-P72(이중항체 T세포 인게이저) 등 1건을 추가해 총 4건의 임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주요 이중항체 ADC 파이프라인으로는 미국 에이비프로와 공동개발 중인 CT-P72가 있다. HER2 양성 암세포와 면역세포(T세포)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항체 T세포 인게이저로, 올해 미국 임상 1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도 CT-P70, CT-P71, CT-P73 등 다양한 차세대 ADC 후보들이 전임상 단계에서 개발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축적된 항체 의약품 개발·생산 노하우를 기반으로 ADC 신약 개발 속도를 높여 암 치료 분야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리가켐바이오는 자체 ADC 링커·페이로드 기술을 앞세워 다수의 글로벌 기술이전을 성사시켰으며, 현재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만 5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항체 ADC(BsADC), 듀얼 페이로드 ADC, AIC(면역조절 항체약물 결합체) 등 차세대 모달리티를 핵심 축으로 삼아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듀얼 페이로드 ADC는 하나의 항체에 서로 다른 두 약물을 동시에 연결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법이고, AIC는 항체와 약물을 결합해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신개념 치료제다.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는 지난 7월 R&D 데이에서 "2027년까지 총 20개의 ADC 파이프라인 확보가 목표"라고 밝히며 공격적인 확대 계획을 전했다.
GC녹십자는 지난해 말 신약 벤처 카나프테라퓨틱스와 이중항체 ADC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고, 유한양행도 프로젠과 이중항체 플랫폼 기반 면역항암제 공동연구에 착수하는 등 대형 제약사들도 바이오벤처와 협업해 이중항체 ADC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K-바이오 업계 전반에 걸쳐 이중항체 ADC를 향한 투자와 연구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으며, 차세대 항암제 패러다임을 선도하려는 경쟁이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호빈 기자 hble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