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비행기 조종사·승무원·스쿠버 다이버, 주기적으로 증상 확인
가슴통증·호흡곤란시 즉시 진료 필요…금연이 최선의 예방법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코미디언 전유성이 폐기흉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기흉’이라는 질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흉은 갑작스럽게 찾아오고 재발도 흔해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큰 불안을 안긴다. 에스파 윈터, 방송인 홍진호 등 연예인도 기흉수술을 받은 바 있어 대중에게 낯설지 않은 질환이 됐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과 치료법, 관리법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흉은 폐 표면에 작은 구멍이 생겨 공기가 흉막강으로 흘러나오는 상태를 말한다. 폐는 스펀지처럼 공기를 담는 장기인데, 그 외벽이 터지면 공기가 정상적인 호흡을 방해하고 흉강 내 압력을 높여 폐를 눌러버린다. 이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흉통과 호흡곤란이 발생한다.
이준희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기흉은 공기주머니인 폐에서 공기가 새어나오는 질환으로 건강한 젊은 층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신속하게 전문 진료를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흉은 크게 자발성과 외상성으로 나뉜다. 외상성 기흉은 교통사고나 외상으로 발생하지만, 젊은 층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원인 없이 발생하는 자발성 기흉이다.
자발성 기흉은 다시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구분된다.
일차성 기흉은 특별한 폐 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 생긴다.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키가 크고 마른 체형 남성에서 흔하다. '모델병'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빠른 성장으로 인해 폐조직 발달과 혈관 발달 사이에 불균형이 생기면서 폐 상단부에 작은 공기주머니(기포)가 형성되고, 이것이 압력에 의해 터지며 발생한다.
이차성 기흉은 결핵,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폐섬유증, 폐기종, 폐암 등 기존 폐 질환을 가진 중·장년층에서 주로 나타난다. 이 경우에는 호흡기 기능이 떨어져 있어 증상이 훨씬 심각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이다. 갑자기 찌르는 듯한 흉통이 나타나고, 일부 환자는 어깨나 등으로 통증이 번지기도 한다. 보통 24시간 내에 통증은 가라앉지만, 폐가 계속 눌리면 호흡곤란이 뒤따른다. 심한 경우 저산소증으로 어지럼증이나 실신을 경험하기도 한다.
진단은 흉부 X선 촬영으로 가능하다. X선에서 폐가 눌려 있는 소견과 흉강 내 공기층이 확인된다. 필요시 흉부 CT를 추가해 기저 폐질환 여부를 살핀다.
이준희 교수는 "기흉은 증상이 애매하게 나타날 수도 있어 가슴이 뻐근하거나 숨이 가쁘다면 방치하지 말고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기흉의 가장 무서운 점은 재발이다. 일차성 기흉 환자의 30~50%가 치료 후 1년 안에 재발하며, 이미 재발을 경험한 환자의 70% 이상은 같은 기간 안에 또다시 재발한다.
ㅣ이처럼 재발률이 높은 이유는 폐에 형성된 작은 기포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거나, 새로운 기포가 생기기 때문이다. 정기 검진으로는 조기 발견이 어렵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증상이 생기면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대응책이라는 설명이다.
치료의 원칙은 흉강 내 공기를 제거해 폐를 다시 펴는 것이다. 작은 기흉은 산소치료만으로도 회복되지만, 공기 누출이 많거나 기흉 크기가 클 때는 흉관 삽입술을 통해 공기를 빼야 한다. 재발하거나 양쪽에서 발생한 경우, 또는 비행기 조종사·승무원·스쿠버 다이버처럼 압력변화가 잦은 직업군에서는 수술을 권고한다. 수술은 전신마취 후 흉강경을 이용해 폐의 기포를 절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통상 1시간 내외가 소요되며, 입원 기간은 2~7일이다.
예방은 쉽지 않지만 생활 습관 관리는 중요하다. 특히 흡연은 기흉 재발을 20배 이상 높이므로 금연은 필수다. 이외에 고도 운동이나 압력 변화가 큰 활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는 겉보기에 건강한 연예인에게도 발생하는 만큼, 일반인도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이 교수는 "기흉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고 재발이 잦은 만큼,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지체 없이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재발 환자, 양측성 기흉, 위험 직군의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통해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호빈 기자 hble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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