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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타이레놀, 자폐증 위험 논란… 식약처 “신중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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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세트아미노펜 성분 함유 제제 제조·수입사에 의견 요청
업계 "당국 정확한 정보 제공해 소비자 불안 조속히 해소할 필요"

서울시내 한 약국에 타이레놀이 놓여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진통제가 임신 중 복용 시 자폐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4일 식약처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타이레놀 관련 발표와 관련해 향후 업체에 의견 및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근거 자료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증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을 FDA가 의사들에게 통보할 것”이라며 “의학적으로 불가피하지 않다면 임신부의 타이레놀 사용을 제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말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소아와 성인의 발열·통증 치료에 널리 쓰이는 성분으로, 국내에서는 단일제와 복합제를 합쳐 1300여개 품목이 허가돼 있다. 타이레놀은 이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같은 날 FDA는 임신부의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이 자녀의 자폐증, ADHD 등 신경학적 질환 위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며 라벨 변경 절차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전국 의료진에도 관련 내용을 담은 서한을 발송했다.

다만 FDA는 “현재까지 인과관계가 확립된 것은 아니며, 상반된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 “임산부의 고열 자체가 태아에 위험할 수 있는 만큼,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 발열 치료에 승인된 유일한 일반의약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논란은 빠르게 확산됐다. 과학적 인과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반론과 함께, 타이레놀이 임신부에게 가장 안전한 해열진통제로 여겨져 온 기존 인식과 충돌했기 때문이다.

제조사 켄뷰는 성명을 통해 “타이레놀은 오랜 기간 가정에서 신뢰받아 온 약물이며, 역사상 가장 많이 연구된 의약품 중 하나”라며 “10년 이상 축적된 연구 결과에서도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을 직접적으로 연결짓는 신뢰할 만한 근거는 없다”고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의학적 견해라기보다 정치적 메시지 성격이 짙다. 그는 미국 내 자폐증 진단율 급증을 국가적 보건 위기로 규정하고, 올해 들어 보건 당국에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을 지시해왔다.

이번 발언 역시 행정부 차원의 ‘자폐증 대응 이니셔티브’를 강조하며, 자신이 해법을 주도하고 있다는 리더십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제약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약사 관계자는 “보건 당국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 불안을 조속히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 이런 발언을 했는지 알 수 없다”며 “향후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호빈 기자 hble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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