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현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일라이 릴리 미국 생산기지 인수 최종 성사…트럼프 관세 리스크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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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현지 실가동중 바이오의약품 cGMP시설 4600억에 인수
초기운영비 등 포함 7000억, 추가 증설에 최소 7000억 투자
관세 리스크 근본적 해소... 후속 제품군까지 관세 영향권 탈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2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셀트리온 유튜브 캡처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23일 깜짝 온라인 간담회를 개최해 화제가 됐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 미국 공장 인수를 공식화했고, 증설 추진까지 더해 최소 1조4000억원을 투입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서정진 회장은 "이로써 셀트리온은 관세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했다"고 공표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와 약 4600억원 규모의 미국 뉴저지 브랜치버그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인수 계약을 성사시켰다.

미국 생산 공장 인수 대금을 포함한 초기 운영비 등은 총 7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인수 후에는 공장 내 유휴부지에 생산시설 증설을 추진할 예정으로 최소 7000억원 이상의 추가 투자를 진행한다. 공장 인수와 증설에만 최소 1조4000억원을 쏟아붓는다는 구상이다.

인수 주체는 미국 법인인 셀트리온USA다.

셀트리온은 이번 인수 본계약 합의로 지난 5월 서 회장이 간담회를 통해 제시한 관세 대응 종합 플랜이 완성됐다.

관세 대응을 위해 선제적으로 조치한 2년치 재고의 미국 이전, 현지 위탁생산기업(CMO) 계약 확대 등 중단기 전략에 이어 현지 생산 공장 확보라는 근본적 해결책까지 모두 마련됐다. 향후 발생 가능한 모든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질 것으로 기대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의약품 관세 정책을 돌파하기 위한 서 회장의 전략적 승부로 해석한다.

일라이릴리 본사 전경. /일라이릴리

브랜치버그 공장은 이미 가동 중인 원료 의약품(DS) 설비여서 신규 건설 대비 약 5년 이상 시간을 단축하고 조 단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정제라인을 2개 갖춘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해당 공장은 약 4만5000평 부지에 생산시설·물류창고·기술지원동·운영동 등 4개 건물을 갖췄으며, 1만1000평 규모 유휴 부지를 통해 확장 여력도 충분하다.

서 회장은 "항체 생산시설에서 가장 투자비가 많이 드는 게 정제라인인데, 이번 인수를 통해 막대한 투자비와 시간을 세이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 운영자금으로만 7000억원을 미국법인에 보내야 하지만, 증설이 마무리되면 인천 송도 2공장의 1.5배 수준 캐파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계약에는 현지 인력 전원 고용 승계가 포함됐다. 신규 공장 건설 대비 막대한 초기 인력 훈련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서 회장은 "직원을 모두 승계하기 때문에 인력 충원과 숙달 비용 약 1500억원을 아낄 수 있고, 물류비 절감 등을 합치면 총 1조5000억원 정도 세이브할 수 있다"며 "실사를 해보니 인력 수준이 높고 셀트리온 인수에 대한 반발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릴리와 CMO 계약을 병행 체결했다. 공장의 절반은 릴리 제품 생산, 나머지 절반은 셀트리온 제품 생산에 활용된다.

서 회장은 “내년부터는 자사 제품 변형(variation)을 준비할 수 있고, 2026년 말이면 공장의 절반은 셀트리온 자가 제품, 절반은 릴리 CMO 제품 생산 체계가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브랜치버그 공장은 2008년 릴리가 바이오기업 임클론을 인수하며 편입한 거점이다. 항암제 ‘어비툭스’,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베브텔로비맙’ 등을 생산해온 핵심 설비다. 그러나 릴리는 비만·당뇨 치료제 성공을 계기로 항체치료제보다 펩타이드, 저분자 화합물, 핵산치료제 등 차세대 플랫폼에 집중하기 위해 공장 매각에 나섰다.

실제로 2023년 초 270억달러(약 37조6000억원)를 들여 미국 내 신규 주사제 생산시설을 포함한 4개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히며 브랜치버그를 정리 대상으로 분류했다.

미국 공장 인수자금은 내년까지 생기는 3조원 규모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로 셀트리온은 관세 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 미국 현지에서 생산부터 판매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공급망을 구축하게 됐다.

서 회장은 "조기 투자와 리스크 헤지를 통해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셀트리온의 경쟁 우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호빈 기자 hble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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