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더발리볼 = 단양 김희수 기자] 박현빈의 누나를 향한 애정이 익살스럽게 표현됐다.
2025 한국실업배구연맹 & 프로배구 퓨처스 챔프전 단양대회에는 남녀부에 나란히 출전하는 남매 선수들이 있다. 특히 KB손해보험에는 누나와 함께 단양을 찾은 남동생 선수들이 유독 많다. 현대건설 나현수-지민경의 동생 나웅진-지은우가 대표적이다. 누나는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참가 관계로 단양에 오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흥국생명 이다현의 동생 이준영도 있다.
그리고 한 명이 더 있다. 바로 세터 박현빈이다. 박현빈은 수원특례시청 소속으로 대회에 참가한 누나 박현주와 함께 단양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현빈-박현주 남매는 6일에 치러진 KB손해보험-영천시체육회전과 수원특례시청-양산시청전에서 각각 3-2(18-25, 18-25, 25-22, 25-20, 17-15), 3-0(25-12, 25-16, 25-18) 승리를 거두며 같은 날 함께 웃었다.
리버스 스윕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더발리볼>과 만난 박현빈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그는 “기분이 좋지는 않다. 반성해야 하는 경기라고 생각한다. 초반부터 우리가 준비한 배구를 보여줬다면 3-0으로 이겼을 경기인데 그러지 못했다”며 냉정하게 경기를 돌아봤다.
이날 박현빈은 선발 세터로 나섰지만, 2세트 도중 이현승에게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이현승이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다시 코트로 향했다. 박현빈은 “교체된 뒤 감독님에게 지적받은 부분들을 곱씹어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현승이 형이 다치는 바람에 다시 코트로 들어가게 됐는데, 이번에는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레오나르도 아폰소 감독이 박현빈에게 지적한 내용은 2단 연결에 관한 것이었다. 아폰소 감독은 점프 패스에 집착하는 화려한 플레이를 배제하고 안정적으로 볼을 배급할 것을 주문했다. 박현빈은 “감독님이 지적하신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것에 집중했다”고 재투입 이후의 플레이 방향성을 밝혔다.
박현빈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아폰소 감독과 한참을 대화했다. 서로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박현빈은 “감독님께서 경기 중간에는 혼을 많이 내셨다. 하지만 끝난 뒤에는 경기가 주는 중압감을 잘 이겨낸 것에 대한 칭찬도 해주셨다. 이 경기를 기억하고 다음 경기는 더 잘 치르길 바라셨다”며 아폰소 감독이 전달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박현빈은 누나 박현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한결 표정이 밝아진 모습이었다. 수원특례시청과 KB손해보험의 경기가 동시간에 진행됐기 때문에 박현빈은 여자부 경기 결과와 박현주의 기록을 알 수 없었다. 그런 박현빈에게 결과와 박현주의 활약(14점, 공격 성공률 45.83%)을 알려주자 박현빈은 “오, 누나가 잘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현빈-박현주 남매에게 이번 대회는 흥미롭고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박현빈은 “사실 이렇게 같은 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그간 많지는 않았는데, 이번 대회가 재밌는 기회가 된 것 같다. 형들이 저한테 머리만 기르면 박현주라고, 한 번 길러보라고 하시더라(웃음). 경기 전에 몸 풀 때나, 끝나고 길 가다가 누나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서로한테 응원을 전한다. 우리는 끈끈한 관계”라며 박현주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남매간에 서로 힘을 얻는 것은 박현빈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KB손해보험의 남동생 선수들 모두가 누나에게 많은 힘을 얻고 있다. 박현빈은 “운동을 하면서 힘든 부분이 있거나 논의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각자의 누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서 우리끼리도 ‘너네 누나랑 이런 얘기 해봤어?’ 하면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누나들에게 의지하고 힘을 받고 있다”며 남매 선수들의 교류를 소개했다.
그런 박현빈에게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멘트로 박현주에게 전하고픈 한 마디를 부탁했다. 그러자 박현빈은 기다렸다는 듯 “요즘 주변에서 누나가 잘한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는데, 항상 긴장을 유지하고 자만하지 마라(웃음). 칭찬에는 귀를 닫고, 항상 신중하게 행동해라”라며 익살스러운 멘트를 던졌다. 표현 방식이 다정하지 않을 뿐, 누나를 향한 애정과 믿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말이었다.
김희수 기자 volont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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