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연 3.25%→3%…경기 침체 고려한 결정
한미 금리차 1.75%p…외인 매도세 우려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했다. 강달러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경기 침체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 영향이다.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금리를 연 3.25%에서 연 3%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p 내린 데 이어 2회 연속 인하다.
한은은 최근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된 만큼 성장의 하방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금리인하에 나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향방에 따른 경기와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면 경제성장률이 0.07%p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하방 위험이 커지면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를 밑돌았고 내년 전망치도 하향 조정됐다. 수출 증가세 둔화 우려가 고조됨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4%에서 2.2%로, 내년 전망치는 2.1%에서 1.9%로 내려잡았다. 1.9%는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에서도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누적된 고금리 여파로 취약한 일부 기업·금융사의 잠재위험이 가시화되면서 시장참가자들의 추가적인 리스크 확산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중 무역갈등으로 내년도 우리나라 성장전망이 하향조정되면서 경기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할 우려도 나온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1.75%p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1400원대를 받아들였다는 뜻으로 이해할 것”이라며 “외국인 매도가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환율 관리 수단이 충분하며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며 환율 변동성 관리 수단이 많다”며 “예를 들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액수를 확대하고 기간을 재연장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율 관리 방향에 대해선 “최근 원화 절하 속도가 다른 통화보다 크게 빠르지 않은 편”이라고도 덧붙였다.
잠잠해지고 있던 집값이나 가계빚이 다시 가파르게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으나 한은이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11월 이후에도 가계대출은 주택거래량 감소, 거시 건전성 정책 영향 지속 등으로 당분간 둔화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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