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지난 수요일, 기타 레슨을 마친 후 폭설을 뚫고 한 합창단 후원의 밤 행사에 다녀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옷을 맞춰 입은 단원들은 ‘질풍가도’를 첫 곡으로 ‘에델바이스’와 ‘걱정 말아요 그대’를 불렀다. 음정도 박자도 잘 맞지 않았다. 평소라면 볼멘소리가 터져나왔을 객석에서는 오히려 힘찬 박수갈채와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장애어린이청소년합창단 ‘에반젤리’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나 지체장애 등으로 사회활동에 많은 어려움과 상실감을 지닌 장애아동·청소년이 음악활동으로 자존감을 회복하고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단체다.
그날은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대설특포가 있어 가는 도중 ‘눈이 이렇게 오는데…’, ‘아~ 진짜 가기 싫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행사장까지 걷는 동안에도 미끄러질까 봐 잔뜩 긴장하며 ‘몸도 안 좋은데, 그냥 집에 있을걸’ 했다.
막상 행사장에 도착해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눈길을 헤치고 어렵게 왔다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하나같이 해사한 얼굴이었다. 몸이 안 좋다고, 날씨도 궂다고 투정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이윽고 에반젤리 단원들의 공연이 시작되고 한 곡 한 곡 이어 부르자, 나는 그들 노래에 심취했다. 음정이나 박자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휘자 선생님을 따라 온 마음으로 부르는 그들 노래에 눈가가 시큰해졌다. 그들을 따라 나즈막히 노래를 읊조렸다. 어느새 마지막 곡인 ‘사랑으로’가 시작됐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바람 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아아 영원히 변치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주리라”
그 어느 때보다 가사를 곱씹었다. 열과 성을 다해 노래하는 단원들의 마음이 내게 와닿는 것 같았다. 결국 눈물이 터져나왔다. 필시 음악이 주는 감동이란 이런 것이리라.
에반젤리 합창단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공동 단장인 홍창진 신부와 배우 손현주는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서 좋은 일 하나는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이 합창단을 시작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여파와 경제 불황으로 후원의 손길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단체를 꾸려나가는 두 분과 관계자분께 박수를 보낸다.
행사 말미엔 20주년을 함께한 단원에게 감사패를 수여하기도 했다. 같은 장애를 가진 이들과 함께 노래해온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에게 노래와 음악은 어떤 의미였을까.
문득 언젠가 내가 기타를 잘 치게 돼 이 친구들과 함께 공연하는 날을 상상해봤다. 보잘것없는 솜씨일지라도 온 마음을 다해 함께 노래할 수 있다면 영광이겠다.
▶에반젤리 합창단 후원문의: 사단법인 마음은행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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