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얼음팩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표정
[마이데일리 = 인천 유진형 기자] 연일 계속되는 폭염경보로 전국이 거대한 찜통이 됐다. 매일 아침 휴대전화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폭염 대비 행동 요령이 담긴 긴급재난문자가 온다. 폭염경보는 최고 체감온도 35도 이상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진다.
지난 2일 울산 문수구장은 프로야구 출범 43년 만에 처음으로 폭염 때문에 경기가 취소됐고, 4일에도 울산, 잠실 경기가 폭염으로 취소됐다. KBO리그 규정 27조에는 하루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고 되어있지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3일 무더위를 견뎌내며 치러진 울산 경기 이후 일부 선수들은 구토.탈진 증세를 보였고, 같은 날 잠실에서는 관중 5명이 온열질환을 호소했다. 이 중 4명은 119 구급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야외 활동이 힘들 정도로 무더워도 야구 선수들은 쉴 수가 없다. 고척돔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6일 야외에서 경기해야 한다. 그래서 선수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SSG랜더스와의 경기, 롯데 더그아웃에서는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황성빈과 윤동희였다.
이날도 복사열로 인해 그라운드 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였지만 두 선수는 얼음팩 하나로 신세계를 맛보고 있었다. 얼음팩을 머리에 얹은 두 선수는 더그아웃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연신 행복한 미소로 동료들을 맞이하던 윤동희는 황성빈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너무 좋다는 제스처를 하기도 했다.
한편, 선수들을 관리하는 감독들은 계속되는 폭염에 걱정이 많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이런 날씨는 누구 하나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다. 선수뿐 아니라 관중도 그렇고, 진행요원들도 그렇다. 무리하게 경기를 강행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라고 했고, 두산 이승엽 감독은 "선수들이 탈진할까 봐 걱정된다. 지난해까지는 경험해 보지 못한, 대단한 더위다"라며 선수들을 걱정했다. 그리고 키움 홍원기 감독은 "훈련 때나 경기 때 힘들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일사병이 우려돼 일시적으로 경기 전 훈련도 안 하고 있다"고 했다. LG 염경엽 감독은 "오후 6시 30분 경기의 고정관념을 깨고 혹서기에는 오후 7시 이후로 경기 시작 시간을 늦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KBO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평일 경기는 오후 6시 30분을 유지하지만, 8월에 남아 있는 일요일 경기와 광복절인 15일 경기 시작 시간을 오후 6시로 한 시간씩 미루며 계속되는 폭염경보로 힘들어하는 관중과 선수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빠르게 조치했다.
[계속되는 폭염경보에 얼음팩을 이용해 더위를 이겨내는 선수들 / 인천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