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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중학교를 갓 졸업한 소녀는 문득 중국이란 큰 나라에 가 보고 싶었다.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과목을 골라 마음껏 해 보자는 마음이었다. 야간 자율 학습이 없는 중국에서 학교를 마치면 꼬치를 먹고 노래방에 가는 걸 좋아했다.
신예 싱어송라이터 로니추(25·추은지)는 첫 눈에도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였다. 호기심이 잔뜩 서린 눈망울은 아마도 어린 시절 그대로일 것 같았다. 조곤 조곤 꾸밈 없이 이야기를 꺼내 놓는 로니추는 동화 속에 나오는 한 주인공처럼 보였다.
음악과 언어를 좋아했던 평범한 학생이었던 로니추는 고등학교 선생님과 진학 상담 중 영국 리버풀에 있는 공연전문예술대학에 진학하게 됐다. 이 학교는 전설 그룹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다. 로니추는 폴 매카트니를 먼 발치에서 지켜보면서 다양한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원래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전공하게 된 건 아니었는데, 학교를 다니면서 점점 음악이 좋아졌어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죠. 폴 매카트니요? 학교에서 많이 봤죠. 가끔 수업도 하셨어요. 몇 명 정도 뽑아서 1대1 수업도 해주셨어요. 저는 그 안에 못 들었지만요. 그래도 밖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광경이었어요."
사실, 대학 진학 전만 해도 비틀스의 존재감이나 음악을 잘 알지 못했다는 로니추는 살아 있는 전설 폴 매카트니를 옆에서 보게 됐고, 그들의 음악에도 가까이 다가갔다. "워낙 비틀스 팬인 학생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 사이에서 비틀스 노래를 많이 접했죠.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어요. '정말 좋구나.' 모든 게 완벽한 거 같았어요. 누구나 쉽게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결코 아무나 쓸 수 없는. 팝의 형식을 만들어 낸 그룹 같아요."
요즘들어 더욱 비틀스 음악에 빠져 있다는 로니추는 대학 재학 시절 폴 매카트니와 함께 했던 게 믿어지지 않는 듯 했다. 그 때만 해도 '그냥 아저씨' 같았다는 폴 매카트니의 진가를 최근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온 몸으로 실감하는 중이다.
"사실 그냥 영국 아저씨 같았어요. 생각해 보면 정말 소탈하셨던 거 같아요. 전설인데 졸업식에 모든 학생들의 손을 하나 하나 잡아주시고, 배지도 달아주시고. 사진도 함께 찍었어요. 그런데 제가 신기하고 좋아서 해맑게 웃었는데 정말 너무 못 나와서 자랑도 못했어요. 지금도 가지고만 있지 한번도 누굴 보여 준 적 없습니다. 하하!"
졸업하고는 리버풀에서 커피를 배우면서 바리스타 일을 조금 했다. 졸업한 학생이라면 어김 없이 마주하게 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 그 끝에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서 음악을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오왠이라는 가수의 무대를 보게 됐고, 그 가수의 소속사에 자신이 만든 노래를 보냈다. '골든 리버'(Golden River)와 '비 더 원'(Be The One) 등이었다. 이를 계기로 로니추는 오왠과 한솥밥을 먹으며 본격적으로 음악을 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데모로 보냈던 '골든 리버' 발매를 시작으로 로니추는 지난 12일 신곡 '텔미유어네임'(Tell Me Your Name)을 공개했다. 로니추가 직접 작사-작곡한 이 곡은 클럽에서 한눈에 호감을 느끼게 된 연하남에게 다가가는 걸 표현했다. 정체성이 확실한 목소리가 귀를 확실하게 잡아 끈다. 곡 중간 로니 추의 랩 도전도 재미 있다.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풀러 클럽에 갔다가 괜찮은 남자를 만나서 말을 걸어 보는 거예요. 제 경험담은 아니고, 제 주변의 언니들이 연하남을 많이 만나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영감이 떠올라서 가사를 쓰게 됐어요. 사실 전 클럽은 잘 안 가요. 포장마차 스타일이에요."
장르를 구분 짓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듣기 편한 노래를 쓰고 부르고 싶다는 로니추는 자신의 삶이 음악이 됐으면 바랐다. "너무 어렵고, 다양한 코드를 넣기 보다는 편하고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제가 잭존슨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런 음악이 정말 매력적인 거 같아요. 자신이 시간이 하루가 삶이 음악으로 만들어 지는 것들요."
이번 활동 목표가 뭐냐고 물었더니 독특한 대답이 돌아왔다. "노래방에 제 음악이 들어가는 거요. 그럼 정말 신기할 거 같아요. 노래방에 자주 가는데 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보면 들어가서 같이 부를 거 같아요. 헤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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