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父情)을 부정(否定)하는 음울한 신데렐라, 이보영[김민성의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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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feel)]

이보영은 고전적인 단아한 이미지를 지닌 연기자다. 화려하지 않지만 순수하고 차분한 이미지, 조곤조곤한 말투까지 아나운서나 스튜어디스에 썩 잘 어울린다. 실제로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고전문학 석사를 취득한 이보영은 아나운서 시험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고, 유명 항공사에도 합격한 과거가 있다.

그런 그녀가 최근 엘리트 판사이자 재벌집 며느리로 분해 주말 밤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시청률 30%를 넘긴 KBS 주말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서 이보영은 누추한 아버지(천호진)와 쌍둥이 남동생 상우(박해진)의 존재를 숨기고 재벌 2세 우재(이상윤)과 결혼한 신데렐라로 위태로운 행복을 이어가고 있다.

‘내 딸 서영이’ 속 이보영은 기존 맡았던 역할들과 닮은 듯 다르다. 가족을 돌보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을 품고 그를 부정하면서도 피붙이인 남동생을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할 만큼 눈물겹다.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살아가지만 연약한 듯 독한 여자의 인생을 제대로 담고 있다.

이보영은 2000년 미스코리아 충남 진으로 얼굴을 알렸지만, 대학졸업 후 취업 준비를 하면서 CF모델로 활동하다 2003년 드라마 ‘백수탈출’로 늦게 데뷔했다.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고, 연예인도 업으로 염두를 두지 않았기에 3년 동안 숙고했지만 데뷔 후에는 매년 꾸준히 활동하며 촘촘히 연기력을 쌓아올렸다. 드라마는 2003년 ‘백수탈출’, ‘애정만세’, 2004년 ‘장길산’,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2005년 ‘어여쁜 당신’, ‘서동요’, 2006년 ‘게임의 여왕’, 2010년 ‘위기일발 풍년빌라’, ‘부자의 탄생’, 2011년 ‘애정만만세’까지 사극, 멜로, 일일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와 역할을 거쳤다. 영화는 2004년 ‘우리 형’을 시작으로 2008년 ‘원스 어폰 어 타임’, ‘나는 행복합니다’, 2009년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등에 출연하며 스크린에서도 존재감을 증명했다.

이보영은 대표하는 이미지는 참하고 순정적인 여인상이다. 보호받아야 할 또한 보호하고 싶은 청순가련형 여주인공이 연상된다. 그러나 이번 작품 ‘내딸 서영이’에서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자맥질해야 수면에 떠 있는 복잡한 상황에 놓인 여주인공을 제대로 연기하고 있다. 겉으론 당당한 법조인이지만 불후한 성장과정으로 자격지심이 많기에 감정을 내지르기보다는 속으로 응축시키면서 호소력 있는 깊이 있는 내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내유외강형’ 서영은 실제 배우 이보영과 많이 닮아 있다. 법대 고학생에서 꾸준한 노력으로 법조인이 된 서영이처럼 이보영은 10년 동안 공백기 없이 꾸준히 작품을 찍으며 안정감 있는 연기력을 갖춘 믿음직한 연기자로 성장했다. 청순하고 다소곳한 이미지라는 일관된 사랑을 받아왔기에 자칫 식상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어느 배역에나 잔잔하게 스며드는 섬세한 연기력으로 작품을 빛내왔다. ‘내 딸 서영이’을 통해 이보영의 재평가라는 호평을 들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보영. 사진 = KBS, 싸이더스 제공]

최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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