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선 승승장구했는데…강철매직 시련, 태극마크 무게감에 짓눌렸다[WBC]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강철매직의 시련이다.

야구대표팀 이강철 감독은 2005년에 선수생활을 마치고 코치 생활을 오랫동안 했다. 친정 KIA에서 투수코치로 일하다 2010년대 들어 다른 팀을 두루 경험한 게 강점으로 작용했다. 히어로즈에서 LG 염경엽 감독, 두산에서 김태형 SBS스포츠 해설위원을 수석코치 신분으로 모셨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투수코치도 역임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항상 10개 구단의 감독 후보 1~2순위로 꼽혔다. 결국 KT가 2019년 사령탑으로 이 감독을 모셔갔다. 이 감독의 KT는 창단 초창기 하위권을 거듭하던 이미지를 완전히 벗겨냈다. KT는 2019년에 중위권으로 도약하더니 2020년에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했다. 그리고 2021년 페넌트레이스, 한국시리즈 통합우승까지 일궈냈다.

KT는 이 감독 체제에서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 거듭났다. 리그 최강 선발진을 일궈냈고, 확실한 필승계투조를 구축했다. 확실하게 마운드 체계를 갖췄다. 타선도 슈퍼유망주 강백호에게 충분히 기회를 주며 성장을 도모했고, 베테랑과 신예들을 잘 조합해 리그 상위권의 위력으로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단기전서 투수운용, 야수 기용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KBO가 이번 WBC서 이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한 건 이런 이유가 컸다. 그러나 막상 이 감독의 이번 대회 마운드 운용 및 선수 기용은 다시 경직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많은 이동을 한 전지훈련의 효율성 문제가 대두했다. 실제 투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얘기가 투손에서부터 나왔다. 이 감독으로선 계산이 완전히 어긋났을 수 있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싶지 않아서 움직이지 않은 건 아니라는 의미다. 단, 야수 기용에선 좀 더 확실한 승부수를 던지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다.

어쨌든 이 감독도 KT와 대표팀을 병행하느라 지난 가을부터 겨울 내내 고생을 많이 했다. 호주를 분석하기 위해 직접 호주로 날아가 확인하고 돌아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기에, 이 감독은 태극마크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알고 있었기에 묵묵히 땀을 흘렸다.

호주전, 일본전 패배 이후 이 감독을 외부에서 강하게 비판하는 시선이 있었다. 이 감독이 일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 있다. 다만, 이 감독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할 말은 없지만, 이 감독도 나름대로 고충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감독에게 국가대표팀 사령탑은 지도자 커리어에 좋은 기억으로 남지 못했다. 어쩌면 지도자 이강철이 처음으로 제대로 쓴맛을 보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 또한 야구이며, 인생이다.

[이강철 감독. 사진 = 도쿄(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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