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이 목표? WBC 3회 연속 '1R 탈락'…韓 야구의 몰락, 미래가 안 보인다 [MD도쿄]

[마이데일리 = 도쿄(일본) 박승환 기자]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1라운드 탈락이 최종 확정됐다. 이로써 한국은 2013년과 2017년 그리고 올해까지 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굴욕'을 겪었다. 더이상 '야구강국'의 한국은 없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9일 호주와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7-8로 무릎을 꿇었다. 8강 진출을 위해서는 호주전 승리가 필수적이었다. 한국은 대표팀 선수단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호주전에 포커스를 둔 선수 선발을 진행했다. 전력 분석에도 열을 쏟는 모습. 하지만 경기 내용과 결만 보면 그동안의 준비는 모두 헛수고였다.

한국 타선은 4회까지 호주 마운드를 상대로 힘도 쓰지 못했고, 경기 중·후반에는 안일한 플레이로 자멸했다. 강백호는 2루타를 친 뒤 흥분에 가득차 세리머니를 하는 과정에서 2루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져 비디오판독 끝에 아웃판정을 받는 '본헤드' 플레이를 저질렀다. 게다가 8회에는 호주의 홈을 지키는 야수가 단 한 명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중력 부족으로 인해 이를 놓치는 상황도 나왔다.

비단 야수들만 못했던 것도 아니다. 네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소형준은 ⅓이닝 동안 1피안타 1사구 2실점(2자책)으로 부진, 역전패의 시발점이었다. 그리고 양현종 또한 단 한 개의 아웃카운트도 잡아내지 못하고 3피안타(1피홈런) 3실점(3자책)으로 무너졌다. 각 팀에서는 '최고'의 투수라고 불리는 이들이 국제 대회에서는 전혀 먹혀들지 않는 모습.

호주전의 패배가 충격적이었다면, 일본전의 패배는 참담했다. 무려 4-13의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며 패했다. 2009년 WBC 이후 일본에게 콜드게임을 당할 뻔했다. 한국 타선은 경기 초반 다르빗슈 유를 무너뜨리는데 성공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남은 6이닝 동안 1점을 뽑아낸 것이 유일했다. 3이닝씩 던진 다르빗슈와 이마나가 쇼타가 내려간 후 불펜을 상대로는 3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생산하지 못했다.

마운드는 할말을 잃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특히 한국 야구의 좌완 투수의 '미래'라고 불리는 김윤식은 아웃카운트를 단 하나도 잡지 못하고 2볼넷 1사구 3실점(3자책)으로 자멸했다. 게다가 오프시즌 6+1년 최대 132억원의 초대형 연장계약을 체결한 구창모도 ⅓이닝 동안 2피안타 2실점(2자책), 이의리는 실점은 없었으나, ⅓이닝 동안 3개의 볼넷을 헌납했다. 이밖에도 곽빈(⅔이닝 1실점)과 정철원(⅓이닝 1실점)-김원중(⅓이닝 1실점) 등도 실망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12일 체코를 상대로 WBC 첫 승을 손에 넣는 과정도 썩 순탄치 않았다. 최소 실점, 최다 이닝 경기를 펼쳐야 할 상황에서 '베테랑' 김현수와 양의지의 아쉬운 수비들이 발목을 잡았다. 이 때문에 한국이 8강 무대를 밟기 위해서는 체코가 호주를 꺾는 과정에서 '4실점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희망고문'에 불과했다.

호주가 13일 도쿄돔에서 열린 체코 대표팀과 맞대결에서 8-3으로 승리한 것. 경우의 수를 따져볼 필요도 없었다. 호주는 경기 시작부터 알렉스 홀이 선제 솔로홈런을 쳐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호주는 3회 동점을 허용했으나, 7회초 2사 1, 2루에서 리드를 되찾는 2타점 2루타를 폭발시키며 3-1로 간격을 벌렸다.

분위기를 탄 호주는 8회초 1, 3루 찬스에서 홀이 2타점 3루타를 터뜨렸고, 글렌디닝이 승기에 쐐기를 박는 적시타를 뽑아냈다.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도 체코는 포기하지 않았고, 8회말 공격에서 2점을 따라붙었다. 하지만 끝내 기적과 이변은 발생하지 않았다. 호주가 체코를 무너뜨리며, 8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고 한국 대표팀 또한 1라운드 탈락으로 대회를 마치게 됐다.

[이강철 감독이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호주의 경기에서 7-8로 패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 = 도쿄(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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