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앞에서 '찬물택'이 된 강백호...하지만 '투수 강백호'는 여전히 위력적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 기록을 보유 중인 레전드 선배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지난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22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 KT 위즈 강백호가 수염을 붙이고 박용택 분장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강백호가 등장하자 고척돔에는 박용택 응원가가 울려 퍼졌고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박용택과 동료 선수들은 웃음보가 터졌다. 타석에 들어선 강백호는 예전 박용택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며 타격에 임했지만 어색한 타격 자세 탓에 헛스윙 삼진 아웃을 당했다. 레전드 앞에서 삼진을 당한 강백호는 3루 더그아웃에 있던 박용택에게 공손히 인사한 뒤 헬멧으로 얼굴을 가린 채 창피해하며 빠른 걸음으로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레전드 선배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타석에서 침묵했던 강백호는 7회초 투수로 등판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145km 강속구를 쉽게 뿌리며 타자들을 제압했다. 서울고 시절 투타 모두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했던 강백호다. 2018년 올스타전에서는 최고구속 150km를 찍었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까지 자유자재로 던지며 두 타자 연속 삼진을 잡기도 했다. 그리고 2019년 삼성과의 정규 시즌 최종전에서도 팬 서비스 차원으로 투수로 등판했지만 투수에 진심인 모습이었다. 당시 14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1이닝 1볼넷 무실점, 최고 149km까지 스피드건에 찍었다. 마음만 먹으면 150km는 쉽게 찍을 수 있는 천재 강백호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강백호는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시범경기 기간에 발가락을 다쳤고, 7월에는 햄스트링이 파열되었다. 두 번의 장기 부상으로 정규 시즌 절반도 되지 않는 62경기 출전에 그쳤고 복귀 후 타격 성적도 안 좋았다. 타율 0.245 6홈런 29타점 OPS 0.683에 그쳤다. 더군다나 선구 능력까지 떨어져 44개의 삼진을 당하는 사이 23개의 볼넷을 얻는 데 그쳤다. 정확성이 상실되니 홈런 생산 능력도 떨어졌고 올 시즌 모든 수치가 강백호답지 않았다. 천재타자라는 닉네임이 부끄러운 성적이었다.

박병호와 함께 최강 중심타선을 꿈꿨던 KT에게는 찬물 같은 존재였다. 강백호는 2023시즌 건강한 몸으로 올 시즌 보여주지 못했던 박병호, 강백호 '호호 브라더스'를 꿈꾸고 있다.

['백호택'으로 실패한 강백호가 투수로 자신의 존재를 뽐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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