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유니폼' 결국 못 봤네, '3벌씩' 여유분 카타르 챙겨갔는데[MD카타르]

[마이데일리 = 도하(카타르) 이현호 기자] 축구대표팀의 검은색 원정 유니폼은 끝내 월드컵 무대에서 데뷔하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2개월여 앞둔 지난 9월에 축구대표팀의 새 유니폼을 공개했다. 홈 유니폼은 전통대로 붉은색이며, 원정 유니폼은 검정색 배경과 빨·파·노를 혼합해 출시했다. 특히 원정 유니폼은 나이키가 야심차게 디자인한 작품이었다.

나이키는 “원정 유니폼은 검정색 배경에 하늘, 땅, 사람의 조화를 상징하는 한국 전통 문양 삼태극을 재해석한 미니멀한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했다. 삼태극의 빨강, 파랑, 노랑 프린트 패턴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한류를 나타내는 동시에 홈 유니폼과의 연계성을 보여주는 호랑이 무늬를 연상시킨다”고 소개했다.

FIFA는 카타르 월드컵 개막 전에 양 팀 유니폼 색상을 고려해 홈, 원정 유니폼 착용 여부를 미리 지정했다. 한국 대표팀은 홈 유니폼만 전경기 풀타임 출전했다. 원정 유니폼은 출전 지시를 받지 못한 채 벤치만 지켰다.

한국은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에 속해 우루과이(0-0 무), 가나(2-3 패), 포르투갈(2-1 승)을 차례로 상대했다. 이 3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은 모두 붉은색 홈 유니폼을 입었다. 상대팀 우루과이는 흰색 원정 유니폼, 가나는 흰색 홈 유니폼, 포르투갈은 흰색 원정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3경기 연속 붉은색 홈 유니폼을 착용한 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36년 만의 일이다. 이후 8차례 월드컵을 치르는 동안 한국은 홈 유니폼과 원정 유니폼을 번갈아 가며 입었다.

16강 브라질전에서도 붉은 유니폼을 입고 FIFA 랭킹 세계 1위 브라질을 상대했다. 브라질은 노란 유니폼으로 무장했다. 한국은 1-4로 패하며 카타르 월드컵 일정을 마무리했다. 역대 월드컵 본선 46경기 중 붉은색 홈 유니폼을 입고 뛴 22경기 성적은 5승 5무 12패다.

한국이 브라질을 꺾고 8강에 진출했다면 검은색 원정 유니폼을 꺼낼 수 있었다. 8강전에서 크로아티아를 만나는 대진표였는데, 크로아티아 유니폼은 빨강-하양 체크무늬가 홈, 검정색 체크무늬가 원정이다. 4번 연속 홈만 입은 한국으로서는 아쉽게 놓친 기회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카타르 월드컵으로 향하는 대표팀 짐을 챙길 때 원정 유니폼을 3벌씩 챙겼다”고 들려줬다. 당시만 해도 조별리그 3경기 모두 홈 유니폼 착용이 확정된 시점. 축구협회는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원정 유니폼을 입을 날을 기다린 것이다.

축구대표팀 유니폼 제작사 나이키도 아쉬운 건 마찬가지다. 나이키 관계자는 “이번 원정 유니폼은 나이키 글로벌 측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세계인이 보는 월드컵에서 검은색 원정 유니폼을 입지 못해서 아쉬운 건 사실”이라고 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나이키]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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