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의 시간' 증명한 벤투, 다음 감독의 4년을 보장하라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4년의 시간'이 입증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발견한 최대 성과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결실을 맺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한국 월드컵 역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을 달성했다.

16강의 성과와 함께 벤투호가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저력은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1차전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전에서 우세한 경기를 펼쳤고, 2차전 아프리카의 복병 가나와 경기에서는 패배하기는 했지만 경기를 압도했다. 3차전 유럽 전통의 강호 포르투갈을 잡는 장면은 하이라이트였다.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많은 요인들이 있었지만 핵심은 '4년'이라는 시간이다. 4년 동안 한 감독 지휘 아래 발을 맞췄던 조직력. 이 4년을 유지해온 연속성이 월드컵 본선에서 최고의 힘을 발휘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은 어땠는가.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 축구는 위기를 겪어야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 위기를 넘기 위해 감독 교체라는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결과는 당연히 실패였다. 두 번 모두 월드컵 준비 과정 중 감독이 교체됐고, 이런 혼란스러움과 비일관성은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픈 결과를 가져다줬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벤투 감독을 선임할 당시 4년 임기 보장을 확실하게 내걸었던 것이다.

벤투 감독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비판이 많았다. 감독 교체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빌드업 축구에 대한 불신도 많았다. 하지만 끝까지 지켜냈다. 참고 인내하며 벤투 감독을 보호했다. 그리고 월드컵에서 성과를 냈다.

벤투 감독의 4년은 앞으로 한국 대표팀 감독 선임에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4년 임기를 보장해야만 월드컵에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공식을 만든 것이다. 사실 공식이라기 보다는 오랜 시간을 함께 한 감독과 선수들의 호흡과 조직력, 그리고 연대감이 더 좋다는 건 상식적인 현상이다. 이 상식을 그동안 한국 축구가 외면했던 것이다.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떠난다.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휴식을 취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제 한국 축구는 다음 월드컵을 위한 새로운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외국인 감독인지, 한국 감독인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벤투 4년의 증명 공식을 따라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는 2026년 월드컵은 대변화가 이뤄지는 첫 번째 월드컵이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2026 월드컵은 본선 출전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다. 이는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이 사실상 100%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시아에 배정된 출전권이 4.5장에서 8.5장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월드컵 감독은 치열한 아시아지역 예선을 통과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언제나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시간을 아시아팀을 꺾는데 할애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세계적 강호를 대비하기 위한 시간이 모자랐다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한국이 통하는 전술과 월드컵에서 통하는 전술은 다르다.

이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여유가 생겼으니 더 많은 시간을 세계적 강호를 대비한 전략에 쓸 수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4년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4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월드컵 본선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상 첫 원정 8강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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